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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00) - 고대해의 등장을 알리며

서석훈
  • 입력 2012.04.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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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우리는 당나귀 신사가 100회를 맞이하는 지금까지 여러 여인들의 유형을 살펴보았다.
주식과 경마를 오가면서 뇌쇄적인 몸매를 과시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구가하는 마돈걸, 수상한 카페의 단독마담으로 방만한 육체와 음란한 눈빛을 뿜어내며 남자를 호리는 뱀 같은 여인, 우월한 가슴, 기럭지, 엉덩이, 도도한 눈빛과 당당한 걸음걸이로 남자의 접근을 용이치 않게 하는 도도녀,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의 전업주부로서 낭만과 일탈을 꿈꾸는 중년 여인 등. 오늘의 한국을 대표하진 않더라도 어떤 대표성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는 여인들이다.
이들에게서 우리가 본 것은 남자를 유혹하는 육체와 끼뿐이 아니라 감춰진 어떤 갈망이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육체적 욕구와 더불어 진실한 사랑을 꿈꾸는, 하나의 깊은 의미를 획득하려는 갈망이자 희구였다. 여성 상위시대니 여자가 살판나는 사회니 뭐니 해도 아직은 많은 제약이, 그리고 억압과 차별과 불이익이 존재하는 곳이 이 사회이다. 직장과 가정에서 그리고 숱한 만남의 장에서 여자는 사회의 고정관념과 관습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었으나 용감하게 그걸 깨고 자신이 목소리를 내는 여성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 여성들에게 더 많은 꿈과 희망과 그리고 가급적 돈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100회부터는 새로운 판타지, 우리의 굳은 관념을 깨는, 사회의 굳은 틀을 깨는 글로 여러분을 찾아가고자 한다.

우리의 새로운 여주인공 이름은 고대해이다. `몹시 기다려!` 그런 뜻이 아니라 성이 고요, 이름이 대해이니 고 씨 성을 가진 큰 바다와 같은 여인이란 뜻이다. 바다 중에서도 큰 바다니 그 크기가 한량없는 건 알겠는데 여인이 큰 바다와 같다는 건 대저 무슨 뜻인가. 수많은 배가 지나가도 흔적조차 없고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때론 광풍이 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집채만한 파도가 끝없이 일어나는 그런 바다를 상상하는가? 즉 백 남자가 돌진해도 모조리 수용해 그 흔적조차 없게 하고 때론 폭풍 같은 기세로 남자를 몰아붙인다는 그런 뜻인가.
아무튼 지금 그녀를 상상하는 건 자유이고, 차차 그 면모와 전모가 드러날 터 우리는 고대해의 등장에 이어 그 행적을 차차 따라가 볼 일이다. 고대해는 그럼 몸무게가 바위만 하 고, 쇠사슬이라도 끊을 듯한 굵은 목이 상체에 붙어 있고, 허벅지는 대웅전 기둥을 방불케 하며 목소리는 강당을 쩌렁쩌렁 울리고 밥은 전기밥솥을 끼고 사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고대해는 몸이 여느 여인들과 비교해 실하긴 하나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굵지는 않다. 얼굴도 사납기 그지없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가운데 다소의 위엄이 서려 있는 정도다. 목소리도 보통의 진폭을 갖고 있으며 약간 찰진 것이 느껴질 정도다. 이제 이 여인의 가공할 내공과 상싱을 초월하는 행적이 101회부터 펼쳐질 예정이다. (다음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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