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렛츠런팜 제주, ‘메니피’를 추억하다

안치호 기자
  • 입력 2019.06.29 18: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팜 제주서 ‘메니피’ 추모제 열려
윤각현 제주본부장·양영진 제주목장장 등 현장 관계자에게 ‘메니피’는

[미디어피아] 안치호 기자= 한국마사회 렛츠런팜 제주에서는 6월 27일 ‘메니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 당일에는 비가 내려 한국 최고의 씨수말 ‘메니피’가 떠나는 길을 하늘도 함께 슬퍼하는 듯했다. 다행히도 추모제가 진행되는 시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많은 사람이 참석해 ‘메니피’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1996년 태어난 ‘메니피’는 2000년 씨수말로 데뷔한 후 2006년에 한국에 들어와 뛰어난 자마들을 배출하며 우수한 혈통을 보여줬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1996년 태어난 ‘메니피’는 2000년 씨수말로 데뷔한 후 2006년에 한국에 들어와 뛰어난 자마들을 배출하며 우수한 혈통을 보여줬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메니피’는 1996년 미국에서 태어나 3세였던 1999년 블루그래스(G1)에서 우승, 북미 삼관마 경주인 켄터키 더비(G1)와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G1) 경주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현역시절 11전 5승(G1 경주 2승 포함)의 성적을 거뒀고 상금만 173만 달러를 벌었다.

뛰어난 경주마였던 ‘메니피’는 씨수말로 전환해 2000년 미국 켄터키 스톰팜에서 씨수말로 데뷔했다. 미국 현지에서 2006년까지 교배료가 1회당 1,500만 원이었고 특히 2004년에는 2,000만 원까지도 받았다. 160여 마리의 스테이크스 경주 우승마를 배출한 ‘스톰캣’의 자마인 ‘메니피’ 역시 우수한 자마를 배출하며 좋은 혈통을 갖고 있음을 증명해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리딩사이어에 오른 한국 최고의 씨수말 ‘메니피’. 부마와 모마 그리고 자마들은 ‘메니피’의 우수한 혈통을 증명했고 그들이 거둔 성적은 뛰어났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리딩사이어에 오른 한국 최고의 씨수말 ‘메니피’. 부마와 모마 그리고 자마들은 ‘메니피’의 우수한 혈통을 증명했고 그들이 거둔 성적은 뛰어났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한국경마의 질적 향상과 경주마의 국산화 등 명마 생산을 통한 국내 말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마사회는 2006년 당시 최고가인 약 40억 원에 ‘메니피’ 도입했고 이후 12년 동안 700여 마리의 자마를 두었고 이 중 322마리가 우승했다. 한국 씨수말 데뷔 2년 차인 2011년에 리딩사이어 2위를 시작으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경쟁 씨수말과 압도적인 차이로 6년 연속 리딩사이어에 올랐다.

‘메니피’의 자마들의 수득 상금 누적액은 594억 원에 이른다. 주요 자마로는 한국 최초 통합 삼관마 달성한 ‘파워블레이드’와 대통령배 우승의 ‘경부대로’, 코리안더비 우승마 ‘파이널보스’ 등 주요 자마가 있다. ‘파워블레이드’는 19전 11승으로 31억 원, ‘경부대로’는 32전 12승으로 24억 원의 상금을 얻었으며 ‘메니피’의 뛰어난 유전자를 물려받아 현재 씨수말로도 활동하고 있다.

‘메니피’의 유골함은 묘비 뒤쪽에 묻혔고 ‘메니피’가 사용하던 장구류와 물건들은 어디인가 전시해 많은 사람이 ‘메니피’를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메니피’의 유골함은 묘비 뒤쪽에 묻혔고 ‘메니피’가 사용하던 장구류와 물건들은 어디인가 전시해 많은 사람이 ‘메니피’를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메니피’는 한국경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한국 경주마의 대부라 불릴 만하다. 한국경마와 말산업의 발전을 이끌며 렛츠런팜 제주에서 씨수말의 임무를 다하며 폐사한 ‘메니피’. 추모제가 열린 이후 ‘메니피’가 살았던 렛츠런팜 제주의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각현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제주본부장은 “‘메니피’는 한국 서러브레드 경주마 생산계와 한국 경마의 큰 별이었다. 우리가 사랑했던 ‘메니피’를 떠나게 돼 아쉽고 서운하다. 그래도 ‘메니피’의 후손이 700여 마리가 생산됐고 그중에 우리가 잘 아는 ‘파워블레이드’와 ‘경부대로’는 씨수말로 전환돼 ‘메니피’의 자손들이 계속해서 한국경마 발전을 위해서 뛸 것이다. 그동안 ‘메니피’를 통해서 우수한 말을 생산하는 데 수고하신 생산자들에게도 감사드리고 우리 모두 ‘메니피’를 오래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각현 한국마사회 제주본부장, 윤영진 렛츠런팜 제주 목장장,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 등 주요 인사와 한국마사회 임직원과 생산 농가 관계자들이 추모제에 참석했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윤각현 한국마사회 제주본부장, 윤영진 렛츠런팜 제주 목장장,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 등 주요 인사와 한국마사회 임직원과 생산 농가 관계자들이 추모제에 참석했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윤영진 한국마사회 렛츠런팜 제주 목장장은 “많은 분이 추모제에 와서 ‘메니피’를 기렸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메니피’가 한국 경주마의 개량 증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는데 앞으로 이와 같은 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많은 경마팬이 ‘메니피’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한국경마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며, “‘메니피’가 리딩사이어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에 대해 고맙다. 마사회와 목장을 대표한 말의 마지막을 같이 했다는 것에 있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좋은 곳에서 많은 후손 생산에 정신적 힘을 실어주는 ‘메니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현재 렛츠런팜 제주에 씨수말 5마리 정도가 있는데 올해 한 마리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제주에 있는 씨수말 ‘한센’을 오랫동안 씨수말로서 좋은 종자를 국내에 퍼트릴 수 있도록 관리를 잘할 계획이고 도입되는 새로운 말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교배에 활용할 계획이라 도입되는 대로 관리를 잘해서 좋은 경주마 생산에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메니피’가 머물렀던 렛츠런팜 제주의 씨수말 마사. 13번 마구간에 있던 ‘메니피’의 이름은 지워졌지만, 글씨의 흔적은 남아 ‘메니피’의 이름이 보이듯이 ‘메니피’는 죽었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한국 최고의 씨수말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메니피’가 머물렀던 렛츠런팜 제주의 씨수말 마사. 13번 마구간에 있던 ‘메니피’의 이름은 지워졌지만, 글씨의 흔적은 남아 ‘메니피’의 이름이 보이듯이 ‘메니피’는 죽었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한국 최고의 씨수말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이경주 제주목장운영담당 팀장은 ‘메니피’의 유골과 함께 말 소각장이 있는 렛츠런팜 장수에 갔다 온 후 다시 렛츠런팜 제주로 내려와 이번 추모제를 준비했다.

이경주 팀장은 “씨수말들은 봄철이 되면 암말의 냄새도 나고 호르몬 변화도 있는 등 교배를 시키지 않아도 교배를 하고 싶어 한다. 초지에서 교배하다 사고가 나서 죽는 말들도 있고 목장 초지, 마구간에서 의문사로 갑자기 죽는 말들도 있다. ‘메니피’는 큰 요로결석이 있어 수술도 했고 얼굴에 혹이 생겨 전신마취를 했는데 깨어나지 않아 식겁했던 적도 있는 등 죽을 고비를 많이 넘기면서 건강이 안 좋긴 했다. 은퇴를 시켰을 수도 있었지만, 여전히 자마들의 성적이 좋아 인기가 많은 한국 최고의 씨수말이 교배능력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은퇴를 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생각했다. 외국에서도 씨수말이 은퇴하는 것은 교배능력이 떨어져서 시키는 것이지 교배능력이 있는데도 은퇴시키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메니피’를 처음 ‘메니피’는 쇼맨십이 정말 좋았다. 말이 보통 사람 5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 하는데 똑똑하고 분위기 파악도 잘했다. 자신의 유명세를 알기라도 하는 듯이 누군가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으면 유명 스타나 연예인들처럼 알아서 포즈를 취하곤 했다. 보통 씨수말이 씨암말과 교배하면 씨암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메니피’는 어느 씨암말과 교배를 해도 상관없이 자마의 성적이 잘 나와 좋은 혈통이 있는 클래스를 증명했다. 올해까지 교배해 태어난 ‘메니피’의 자마가 성장해 2022, 23년에 경주를 뛰며 우수한 성적을 내면 죽어서도 리딩사이어를 차지하는 등 ‘메니피’가 10년 가까이 한국 최고의 씨수말의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메니피’를 보내주며 “2015년에는 렛츠런파크 서울에 ‘메니피’가 올라간 적이 있는데 많은 경마팬이 보러와 주고 좋아해 줬다. 대부분이 실제로 ‘메니피’를 본 것이 처음이고 한국 최고의 씨수말이다 보니 한 번만 만져보기만 하면 안 되냐고 하는 팬도 있었고 ‘메니피’를 싫어하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한국경마에 많은 도움을 준 ‘메니피’에게 고맙고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렛츠런팜 제주에서 ‘메니피’의 건강을 살피며 치료해준 수의사들 또한 추모제에 참석했다. 고령의 나이와 심장질환을 가진 ‘메니피’가 교배를 마친 후 심정지로 사망한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미디어피아 안치호
렛츠런팜 제주에서 ‘메니피’의 건강을 살피며 치료해준 수의사들 또한 추모제에 참석했다. 고령의 나이와 심장질환을 가진 ‘메니피’가 교배를 마친 후 심정지로 사망한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미디어피아 안치호

박태묵 생산지원담당 과장은 제주목장 씨수말을 관리하는 주치의 수의사로 2014년 12월 ‘메니피’를 처음 만났다.

박태묵 수의사는 “씨수말은 교배 전에 건강 검사를 하는데 ‘메니피’는 2016년 교배 전 검사에서 심장질환 문제가 나왔다. 이후 2017, 18년 꾸준히 심장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왔고 올해 1월 대동맥판막이 정확히 닫히지 않아 피가 동맥에서 좌심실로 역류하는 ‘대통막판 역류증’, 판막 협착증이 재발하는 등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 ‘메니피’는 120마리와 2, 3회 정도의 교배를 했었는데 올해 90마리와 2회로 제한 교배를 했고 하루에 두 번 9시와 2시에 교배를 할 때 ‘메니피’는 9시 첫 번째 순서와 2시 마지막 순서로 교배를 하는 등 시간적 여유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니피’의 건강이 안 좋아져 씨수말 은퇴를 고려할 만 했으나 한국 최고 씨수말과의 교배를 원하는 생산 농가의 요구로 은퇴를 할 수 없었다. ‘메니피’ 사망 당시 미국으로 도입 말을 확인, 점검하기 위해 출장을 가 있었는데 마지막 모습을 못 봐 안타깝다. 미국 하면 ‘저스티파이’, 유럽 하면 ‘갈릴레오’, 일본 하면 ‘선데이사일런스’처럼 한국 하면 ‘메니피’, ‘메니피’ 하면 한국처럼 한국의 상징, 시그니처 적인 역할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메니피’의 묘비는 마혼비에 함께 묻힌 다른 말들의 묘비보다 훨씬 크다. 그만큼 한국경마 최고의 씨수말인 ‘메니피’의 역할과 공로를 인정해준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메니피’의 묘비는 마혼비에 함께 묻힌 다른 말들의 묘비보다 훨씬 크다. 그만큼 한국경마 최고의 씨수말인 ‘메니피’의 역할과 공로를 인정해준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피아 안치호

6년 연속 리딩사이어의 타이틀을 얻으며 한국 최고의 씨수말로 올라선 ‘메니피’는 한국경마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존재다. 23세 고령의 나이에도 마지막까지 씨수말의 역할을 다하며 생을 마감한 한국 경주마 대부 ‘메니피’는 한국경마에 있어 잊히지 않고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