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NO. 3 / 김주선 그동안 강산이 변해도 네 번은 변했을 텐데, 기억도 가뭇한 노트가 택배로 왔다. 좀 벌레가 오줌을 지린 듯 얼룩이 많은 사륙배판 크기의 대학 노트였다. 나의 청춘에 묻은 얼룩인 양 창피해서 얼른 감추었다. 그리고 두어 달이 지났을까. 모처럼 마음먹고 책상에 앉아 자물쇠가 걸린 일기장을 열듯 내 청춘 노트를 다시 펼쳤다. 서러운 장구 소리 / 육신의 뼈마디가 결리는 / 애달픈 몸짓 // 피의 아픔이 터져 / 넋 잃은 수천 개의 눈동자가 / 집시의 얼굴을 뒤진다 // 타오르는 젊음의 / 흩어진 머리채 //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아, 아- 아, 아-아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노을빛 젖은 물결에 일렁이는 저녁 햇살상처 입은 섬돌에 분노에 찬 눈빛이여갈숲에 파고드는 저승새에 울음소리는아- 한스러이 흐르는 한라의 눈물이어라아, 아- 아, 아-아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아-
쿰부 히말로 가는 길목이라서 서양식 롯지들이 즐비한 준베시 마을에서 개울을 따라 십리쯤 북쪽으로 들어간 골짜기에 팡가르마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은 열다섯 가구가 사는 셰르파 마을인데 집집마다 식구가 많아서 인구는 1백 50 명이나 된다고 했다. '팡가르마'라는 셰르파 말의 뜻은 '툭 트였다' 또는 '훤하다'라고 한다. 이 마을에 조상들이 처음 들어올 때 울창한 숲을 뚫고 들어왔는데 이곳에 이르러서 숲이 끝나고 툭 트인 자리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기에 팡가르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개울 건너 앙 마야네 친정에 찾아가니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