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참 무섭습디다.뭍에서 그리 먼'서다'의 섬에도사람이 살더이다. 나만 사는 줄 알았더니너도 살더이다.나만(남한?) 잘난 줄 알았더니북한도 있더이다? 춥다고 짜증 내고덥다고 신경질 내지만살아보니 그까짓 것아무것도 아니더이다.그러그러 살아집디다. 거기 사는 사람도사람이더이다. 나 어린이 어른 공경하고나 많은 늙은이늘 그리하더이다. 거기도 사람이 살더이다.나보다 너보다삶을 고귀하게 여기며행복하고 처절하게 살더이다.
바람의 노래 - 최용탁 나 아직은그대에게 달려가는 더운 입김이고 싶다눈 쌓여그대의 길 어디로도 가지 못할 때그 위에 드러눕는 맨살 등짝이고 싶다이른 새벽길 떠나는 그대 발끝에문득 채이는 시체 한 구이고 싶다언덕과 강변바람으로 떠돌던 날들오래 걸러낸 한 방울 슬픔으로그대 눈가에 하염없이 번지고 싶다
그곳은 여기보다 두 시간앞서가는 밤이겠지요. 새벽을 쫓는 걸음도빠르다 여기겠지만당신이 가진 시간과내가 가진 시간은커다란 우주 안에서는같을 겁니다. 당신이 바라보는 하늘을당신 선잠에 뒤척일 쯤내가 바라봅니다.바라보는 눈길에그리움을 가득 담아서요. 당신도 그리 하시겠지요 마는내 눈 속엔눈물이 담깁니다.눈 속에 담긴 눈물은아침이 오면 마르겠지만요. 마른 눈물은우리 가슴에반짝이던별들로 남을 겁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 참고 견디었을까텅 빈 귀퉁이로 쓰린 바람 불어오면천년 풍상을 겪어 온 거목 한그루 빙그레 웃는다기껏해야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들아아둥바둥 아귀다툼을 벌이는 혼탁한 시간하늘 마구 높고 푸른 사이로 영혼 자유로운 흰구름 모였다가 흩어지네저 하늘 구름처럼모든 인간이 자유로운 세상은 없을까허허로운 마음 쓰다듬는 맑은 바람 한줄기 얼굴에 스치니복잡한 세상사 한보따리 보잘 것 없구나주춧돌 몇 개 한 시대 찬란했던 기억을 더듬지만화려했던 시절도 저 만치 흘러가고 텅 빈 절터에 또 다시 쓰린 바람만 부는구나아아 저
1999년은 종말의 해였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그대로 이뤄졌다. 나도 내 가족도, 친구들도 모두 사라졌다. 난 철저히 고립됐고, 혼자였다. 하지만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1999년의 마지막 시간과 2000년이 시작하는 첫 순간에 교회에 있었다. 21세기, 새로운 세기의 시작에 전 세계적 모든 사람이 흥분했다. Y2K라는 밀레니엄 버그도 잡아낼 만큼 대단한 열정이자 광분이었다. 모든 시간은 모두에게 대등하게 주어진 순간일 뿐이다.새로운 세기, 1월 말에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왔다. 2월부터는 기숙사에 살면서 공부를 하
“왜 끝까지 말하지 않았어?”“그게 서로를 위해 좋을 것 같았어….”“재임이, 내 아이 맞지? 눈매부터 입술 모양, 모든 생김새가 전부 날 닮았어!”“맞아….”“영민이는 이 사실 알아?”“말한 적 없지만… 아마도 짐작하고 있을 거야.”“왜 날 선택하지 않았어? 내가 신부 출신이라서? 불쌍해 보였니? 집도 없고 차도 없는 가난한 샐러리맨이라서?”“그런 건 절대 아니야. 나 같은 걸 기다려 주고 큰 사랑을 보여 준 사람, 영민이뿐이라는 거 잘 알잖아.”“영민이뿐이라고? 나는 기다리지 않았어? 니가 부탁한 대로 임신한 몸으로 성매매하고
여자가 입을 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돌아온 이유나 아이 아빠의 정체, 그간의 행적, 현재 마음 상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던 여자는 일주일이 지난 아침, 밥을 먹기 전에 부탁의 말부터 꺼냈다. 목소리도 달라진 듯했다.“영민아, 나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산부인과?”“진통이 시작된 느낌이야. 문도 열린 것 같고….”남자는 여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전에 알아 둔 산부인과에 전화부터 했다. 남자는 여의사가 있을 것, 집에서 가까워야 할 것, 산후조리를 잘할 것을 근거로 여자가 온 다음 날부터 산부인과를 알
‘인간은 당신처럼 전지전능하지 않아. 그래서 실수할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다고. 저 여자를 봐. 이혼했어도 곧 털어 내고 자기 자유와 즐거움을 찾아 씩씩하게 진군하는 것 같지? 진실로 진실로 여자의 아픔을 체휼하고 있는가? 타고난 편력에 상처까지 더해져 자기 착취를 일삼는, 그 즐거운 고통을 알기나 하는가? 당신은 너무 오래된 구식인이라서, 텔레비전도 비행기도 없던 시절에 나귀 따위나 탔던 인물이라서, 60억 인구로 그득그득한 이 세대를 살아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 결코 알 수 없을 거야.내가 현실을 가르쳐 줄까? 선한 행동보
자정이 가까워지는데도 여자는 도무지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자는 여자의 얼굴은 비교적 평온해 보였다. 깊게 패었던 미간도 평평해졌고 입가에는 웃음이 살짝 깃들여진 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미소였다.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묻고 싶었다.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1400m 핸디캡 경주, 3세 이상 국산마 14두가 출전했다. 이 가운데 최근 1400m 경주에서 3위 내로 입상한 말은 1번 ‘퍼펙트샤인’, 3번 ‘마하나임’, 9번 ‘포트레이’, 10번 ‘선기어’ 그리고 4번 ‘일기당천’이다. 경주
미련한 한국 남자들만 아직도 여자 친구가, 내연녀가, 아내와 아이들이 제 것인 줄 안다. 가족 살해 비율이 대폭 증가한 것도 미련하고 무능력한 남자들이 전근대적 가부장주의에서 헤쳐 나올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지난 6일 서초동 아파트에서 40대 가장 강 모 씨가 아내와 두 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119에 신고하고 새벽에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재작년, 직장을 그만둔 강 씨는 실직 후 시세 11억 원에 이르는 서초동 아파트를 담보로 5억 원을 대출받아 아내에게 매달 400만
‘여자가 대통령이다’는 여성을 대표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유령이 한 나라를 집어삼킨 현재, 이 시대를 살아 내는 한 민초 여자와 동갑내기 신부 박용성, 경마 기자 이영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 연재소설입니다. 작가는 “간통죄가 합헌이어도, 여자는 위헌”이라며, “우리를 대표한다는 대통령에게, 우릴 창조한 신에게만 유죄라고 통보한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습니다.박용성 신부와 여 주인공의 추가 대화가 담긴 #7과 이영민의 ‘참회록’이 담긴 #8, 세 사람이 처음 만난 이야기를 기록한 #9는 향후 발간할 책 본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여자가 대통령이다’는 여성을 대표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유령이 한 나라를 집어삼킨 현재, 이 시대를 살아 내는 한 민초 여자와 동갑내기 신부 박용성, 경마 기자 이영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 연재소설입니다. 작가는 “간통죄가 합헌이어도, 여자는 위헌”이라며, “우리를 대표한다는 대통령에게, 우릴 창조한 신에게만 유죄라고 통보한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습니다. - 편집자 주.“고해한 지 3주째 됩니다. 사랑을 받아서는 안 되는데 또 사랑을 받고 말았습니다. 받지 말아야 하는데… 그 사람의 사랑이 큽니다. 이제는 저도 모르겠습니다.”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