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나는 갑자기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내 나라 내 할아버지의 나라에 살아왔는데어느 날 나는 우주선에 실려 와서 다른 나라에서 산다.언어는 알아들을지언정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계인 같은 존재가 되었다. 오늘 3•1절이다.내가 살았던 나라의 대가리 수장이 뇌까리기를조선은 내부에서 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그놈이 윤석열이다.뉴라이트 식민사관에조상을 캐면 적산 가옥을 고스란히 물려 받은 징글징글한백성의 고혈을 압착기로 빨아 먹은그놈의 자손 그놈 이리라.애비가 혁명정부 1호 닛뽄 국비 유학생이라더라. 아 씨부랄!잠이 안온
묵나물 봄이 익어갈 즈음이나 늦은 봄에 높은 산에 오르면온갖 산나물이 죽순처럼 올라옵니다.참취에 곰취, 다래 순이나 방풍나물 등 입이 봄을 흠씬 향기 맡고 남은 나물들은큰 솥에 소금 한 줌 넣고 삶아 건져서 봄볕에 말립니다.봄이 잔뜩 들어 있는 나물에 봄을 더 넣는 것입니다.며칠 동안 잘 마른 나물은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쟁여 둡니다.이들이 언제 해를 볼지는 그저 아낙만이 압니다. 여러 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초목이 변하고정월 대보름 전날 드디어 해를 봅니다.어릴적에 개보름날에는 밥을 아홉그릇 먹고나무도 아홉짐 해오는 날이라 들었
짓다 재료를 들여 만드는 행위를 짓는다라고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나와 형제들을 위해 없는 살림 속에서 늘 밥을 지으셨습니다.이제와 생각하니 가이 없는 당신의 사랑이 그립습니다.밥을 짓는 일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보릿쌀을 삶아 살강에 매달고 끼니마다 배골케 안하시려던 당신은 내 삶의 생명이셨습니다. 의식주에 주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설 전에 구룡마을 판자촌 화재가 났습니다.설화가 많지만 오갈데 없는 당신들 삶이 걱정입니다. 집을 짓는 일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채우는 행위입니다.집을 짓는 사람들의 모든 행위는 인간의 몸짓입니
면도 아버지의 면도는 엄숙했다.정갈한 자리에 비누조각과 물이 놓였고고운 숫돌과 가죽 벨트가 준비되었다.목침이 놓이고 색경이 비스듬히 자리한다. 당신만의 면도용 칼은 고운 숫돌에 갈린다.잘 갈린 칼은 적당히 긴 가죽 벨트를 여러 번 지난다.숫돌에서나 가죽 벨트에서나 그 리듬은 일정했다.모든 준비는 끝났다. '어~흠' 헛기침 한번 하시고물 묻은 비누가 아버지 얼굴을 향한다.덥수룩한 수염을 쓰윽 한번 훑으시고 난 후작은 색경에 초점을 맞춘다.구렛나루를 지나고 콧수염, 이내 턱수염까지 지난다.희끗희끗한 아버지의 수염은 저항 한번 못하고 수
용서 불전함에 손을 넣는 불자에게도 부처님의 자비가 전해질까?아미타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께서도 보살펴 주실까?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면 나에게 돌을 던지라는 예수님!일곱 번씩 일흔 번을 용서하라시던 예수님 말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은 속세 인간을 서방정토로 인도했을까?사백구십 번 용서한 후에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로 이끄셨을까?도대체 인간 세상에서 용서란 무엇인가? 부처님이고 예수님이고 중요한 것이 아니다.그 이전에 용서는 내가 나를 용서해야 한다.허울투성이에 가식을 뒤집어쓴 내가 감히 누구를 용서한단 말인가?내가 나에게 참회하
흔적 남기려 하지 않아도 남는 것이 있다.살아 가는 동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을 살지만모든 시간들은 나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몸짓이다.단지 그 위대한 일들을 나는 모르고 지나는 것이다. 겨울바다 모래톱을 밟았다.모래톱에는 여러 흔적이 찍혀 있었다.그 가운데 아이 발자국이 눈에 띈 것은 그 애의 미래를 축복하는 것이다.바다가 쓸고 간 자리에 빈 껍질만 남은 조개껍데기가 있었다.바다가 남긴 선들도 흔적이요모래에 박혀 있는 조개 껍데기도 역사이다.역사는 무언가가 남긴 흔적이다. 남기려 해도 남기지 못하는 일들은 허다하다.자기가
두려움 많은 이들은 걱정을 몸에 달고 살지요.미래를 걱정하는 젊은이자식을 걱정하는 어른들돈 없는 이는 돈벌 걱정돈 많은 이들은 더 벌 걱정살림 걱정, 사랑 걱정, 건 강걱정걱정 없는 걱정까지요. 이 모든 걱정의 시작은인간이라는 관계 속에서 생겨나지요.걱정이 많아 걱정에 치인 사람들은인간 세상에서 멀어지려는 행위를 하지요.자연인이다를 외치고 산으로 가거나히말라야 등정을 하거나해외여행을 장기간 시도하거나그러면 절대 안 되는데 스스로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지요. 두려움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원초적인 본능 아닐까요?미리 머리로 그 길을
전기밥솥 나는 쿠쿠 전기밥솥을 사용합니다.삼시 세끼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외로운 사람들은 혼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거들랑요. 늘 사용하는 솥을 봅니다.우리 말이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필이면 솥의 받침이 'ㅌ'일까?시옷이나 이응이면 불안할 것 같지 않나요?솥 정자도 삼발이가 있는 상형문자입니다. 버튼이 있는 자리는 붉은 자주색나머지는 올 흰색인데오늘 제 눈에는어떤 생명체의 엉덩이로 보입니다. 그래서 밥솥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받침이 'ㅌ'이라는 것과제게 모성 본능으로밥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행복이란 석양에 비친 구름을 보면 시시각각 모양이 변하지요.일변 헬리콥터 모양으로 날아가다 용으로 변하고 변화무쌍한 것이 인생인지라 하늘의 조화도 그리하나 봅니다. 구름이 흘러가듯 행복도 흘러간다고 합니다.순간의 행복을 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코앞에 가져다주어도 그게 행복인 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여기, 당신이라는 말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스쳐 가는 행복을 느끼고 잡는 일에 열중하면 좋겠습니다.지나가는 지도구름이 하트로 바뀔지는 모릅니다마는지나가는 행복을 마다할 일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저는 행복 하려고 남은 인생
석양 하루 종일 쨍쨍쨍일한 해님이 빨갛게 빨갛게물이 들더니 갸웃갸웃 고개가떨어지더니 꾸벅꾸벅 졸려서잠자러 가요.
긷다 '두레박이나 바가지 따위로 퍼서 담다' 어릴 적에 식수가 필요할 때는공동샘으로 물을 길러 갔다.길어 온 물은 삶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한밤중에 오솔길 안쪽에 오도카니 자리한옹달샘으로 물을 길러 가면둥그런 달까지 길어 올 수 있다.달까지 담아오면 여간 횡재가 아니다. 무언가를 긷는 일은 참 좋은 일이다.추억을 길어 올리고희망을 길어 올리고고마움을 길어 올리고동심을 길어 올리고사랑을 길어 올리고 길어 올린 여러 가지 것들은내가 살아가는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도록마음 그릇에 잘 담아 두련다.혹시 누군가 목마른 사람이 있걸랑길어 올린
눈사람 하늘에서 눈이 내려요.내리는 눈이 쌓이는 시간은 주로 밤이지요.장독대에 밤새 쌓인 눈을 소복소복 이라고 해요.참 예쁜 말이지요?이른 아침 햇살에 빛나는 눈은 그야말로 눈부신 풍경이고요. 몇 움큼만 쥐어 뭉치면 금세 눈사람이 되지요.뜻이 큰아이는 자기보다 훨씬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요.솔가지로 눈썹이, 숯으로 코를, 나뭇가지로 입을 만들어요. 정이 많은 아이는 목도리도 둘러주고사랑 많은 아이는 털모자도 씌워주지요.안아 주려면 잠깐 밖에 안되요.그 사람이 녹기 전까지만요. 넓은 마당에서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려면운동장 흙까지 뭉쳐
가을이 멀어진다. 모든 사물에는 냄새가 있다.모든 말에도 냄새가 있다.사랑에도, 이별에도, 기다림에도...아버지 냄새는 엄격했고어머니 냄새는 포근했다. 가을이 멀어진다.가을 냄새를 맡아보기로 했다.쓸어도 쓸어도 자꾸 떨어지는 낙엽은멀어지는 계절이 아쉬워서 계속 떨어지나 보다.모아 두었던 낙엽을 태운다.낙엽 타는 냄새는 추억 냄새 같다.기억하기 싫은 추억도 낙엽이랑 태우면 좋겠다. 모든 멀어지는 것은 아쉬움이다.가을이 지나면 코끝 짜릿한 겨울이야 오겠지만화사하지만 점잖은 국화가 그립고햇살 잔뜩 머금고 익어간 온갖 과실이 생각나고이야기
그까짓 거 화간반개 주음미취의 반어는꽃이 활짝 핀 것을 말하고술을 왕창 마셔 심신이 떡이 됨을 말합니다.세상사는 넘치도록 만족할 일이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되려 다소 부족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우가 더 많을 듯싶습니다. 반쯤 핀 꽃은 며칠 후면 활짝 필 것이니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는가 봅니다.술은 약간 덜 취했을 때 기분이 가장 좋다고 하였습니다.아마 조금 덜 취해서 맨정신에 귀가하라 그리 말했나 봅니다.공자님의 과유불급이라는 말씀도 연관이 있을 듯합니다. 조금 부족하다는 것은 아직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아니면 완성되지 않
지음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은 까닭은종자기의 죽음을 슬퍼하며더 이상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어요. 친구란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람이겠지요.친구 가운데 지인은 많지겠만 지음은 얼마나 될까요?참 어려운 질문이지요. 전장에서 세 번이나 도망한 관중을다른 이들은 비난했지만포숙아는 관중의 효심을 칭찬했다지요.둘 사이는 틀림없는 지음관계겠지요. 자문을 해봅니다. 나는 지음이 얼마나 될까?아니 한 친구라도 있을까?나 또한 누구의 지음일까?이래저래 참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내가 다른 이의 지음이 되려고노력하는
부질없는 인생은 담금질입니다.수없이 많은 문제를 만나그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해결하지 못해 좌절하기도 하며각자의 삶을 이어갑니다. 대장장이가 쇠를 다룰 때단단한 쇠를 만들려면불질을 하고 물에 담그고또다시 불질을 하고 담그기를 반복합니다.부질이 없으면 좋은 쇠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불질이 수십 번 반복된 후에 명검이 탄생합니다.월나라에서 만들어진 어장검이오나라 요왕의 불의를 심판한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우리네 삶에도 명검이 만들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불질을 수십, 수백 번 담궈야인생이 단단해지는 것입니다.얼치기로 그럴듯해 보이
나는 나는 숨결이 고운 사람이 좋다.사람이 쉬는 숨은 제 나름대로 살아온 길을 알리는 표상이다.그 사람이 쉬는 그 숨결에 그 사람의 마음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진실로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아이들은 나의 과거이고 나라의 미래이다.아이가 웃으면 온 나라가 웃는다.아이의 부모가 웃고 친구가 웃고 우리의 내일이 웃기때문이다. 나는 거짓으로 세상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싫다.호랑이 눈썹만 붙이면 그 사람의 내면이 보인다고 한다지만눈썹이 없어도 우리네 살아온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들여다볼 수 있다.사람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기 때
벌개미취 여름! 그 뜨거웠던 날우리 사랑했지요.머언 시간이 지나고또 다른 여름이 오면나를 기억하시려는지요.당신께 부탁드릴게요.나를 잊지 마세요. 가을! 청초한 꽃이 피었어요.연보라 꽃잎에 노란 속 꽃이 예뻐요.꽃말을 찾아보았어요.그 먼 여름의 시간이 지나고또 다른 가을이 왔지만나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당신을 잊지 않으리... ※ 벌개미취의 꽃말은 너를 잊지 않으리, 그리움, 청초, 추억 등입니다.
두 마음 사람을 미워하는 일은 참 힘든 일입니다.미워하는 무게보다 더 많이 내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만히 있을 때나 걸어갈 때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심지어 잠들어서도 그 마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꿈을 꿉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참 행복합니다.아무 일이 없어도 얼굴 가득 웃음이 묻어납니다.거기에 더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다른 공간이 됩니다. 아이들 웃음이 더 예뻐 보이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착하게 보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두 개인가 봅니다.미움의 세상과 사랑의 세상 말입니다.내 마음이
가을 물들다 낙엽이저마다의 색으로 물드는 까닭은살아 온 세월저마다의 색으로 사랑을 했을 것이다. 우리 사랑하는 계절저마다의 색으로 물이 들겠지만되도록아름다운 풍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억새밭처럼 눈부신 은빛으로은행잎처럼 황홀한 금빛으로단풍잎처럼 불타는 화려함으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