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대통령이다’는 여성을 대표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유령이 한 나라를 집어삼킨 현재, 이 시대를 살아 내는 한 민초 여자와 동갑내기 신부 박용성, 경마 기자 이영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 연재소설입니다. 작가는 “간통죄가 합헌이어도, 여자는 위헌”이라며, “우리를 대표한다는 대통령에게, 우릴 창조한 신에게만 유죄라고 통보한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습니다.박용성 신부와 여 주인공의 추가 대화가 담긴 #7과 이영민의 ‘참회록’이 담긴 #8, 세 사람이 처음 만난 이야기를 기록한 #9는 향후 발간할 책 본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똥 골목 윤 한 로늘, 새똥 닭똥 괭이똥 가이똥 나무똥 버찌똥 오디똥 꽃이파리똥 아이똥 어른똥 망나니똥 큰애기똥석진이똥 영진이똥 구름똥 바람똥 썩은 봉고똥 아무개똥 아, 밤이면 머나먼 똥별 별똥 우리 동네 사다리꼴 똥 골목 진종일 눈먼 데레사 할머니 쭈굴시곤왼갖 좋은 귀경, 혼자 다 하시는겨시작 메모 마치 투사처럼 단순을 노래하리라, 진리만 외치리라. 내 그래도 조금 젊었을 때 단순이 좋다는 건 알아서 늘, 단순케 해 주소서, 꿈꾸고 기도했건만, 그게 단순을 넘어 무식 무지해진 듯, 먼저 열심히 살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탓이니,
풀잎 윤 한 로늦을지라도김치국에 밥 말아 먹고 간다 간밤에 봄비 내리고두 닢 세 닢 네 닢두 닢 한 닢반 닢마치 *핵교 가는 길에 피듯 푸르게 피었네우린 이런 날 비록늦을지라도, 구질구질할지라도 끝까지 걸어간다네* 핵교 : 교도소의 은어시작 메모오늘도 배낭에 등산화를 신고 산에 가듯 출근한다. 걷고 또 걸어서 간다. 이제 우리겐 걷는 게 힘이리. 옛날에 지각의 대명사 오형이 ‘지각하는 날은 아스팔트 뚫고 나온 풀들 보며 한 발짝 한 발짝 철학자가 된 듯하다고, 시인이 된 듯하다고, 투사가 된 듯하다고’ 했다. 또 ‘만인한테 애인이
구들장 윤 한 로이 땅에는꽃보다도 별보다도 아침 이슬보다도더 아름다운 이름 하나 있네방구들장머리 치렁치렁 길렀다가스님처럼, 고등학생처럼 빡빡 밀었다가강정마을로 용산 현장으로 삼보일배로달릴 때까지 달리네 사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반대하고 싸우네 괴팍스럽기 이를 데 없어라방구들장 신부님그러나 손 한번 잡아볼라우세상에 그토록 부드러운 손 다시는 없을 걸세머슴도 숫제 상머슴처럼 살고파앞으론 나를 꼭 방구들장이라고만 불러주세요구들장 신부님제발, 푹 꺼지질랑 마소서시작 메모안중근도마 의사를 가장 존경하고 존경하다 못해 왜적 이토히루부미를
고해 성사 윤 한 로처음엔 한 평짜리 좁은 그곳이 싫었습니다제겐 그곳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괴로운 곳이었습니다온갖 사람들의 온갖 죄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뛰쳐나오고 싶었습니다그러던 그곳이 언제부턴가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곳이 되었습니다온갖 사람들의 온갖 아픔 때문에 그렇게 밝고 성스러운 곳으로 바뀔 줄이야 미처 몰랐습니다이제 저는 한 평밖에 안 되는 좁은 그곳이 정말 좋습니다, 외롭지 않습니다이따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을 글썽이며 강론을 하는키 작은 한스테파노 신부님 또 다시 당신께 한 수 배웁니다시작메모사제는 좁
조퇴 윤 한 로금요일 여의도 성모 병원에 정기 당뇨 검진을 받으러 갑니다5층 옥상 정원성모님 발치고무 솥단지 화분 속에코딱지만한 꽃들수두룩빽빽하게 피었습니다한송이 한송이 세어보니고, 조그만 것들 모두 다이파리 아홉개씩입니다먼지 끼고벌레 슬고뜯긴 것들까지딱딱, 아홉 개씩 달고 있습니다이 세상 솥단지 빠져나가지 않고얇은 숨소리 내면서,왜 아홉 개씩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무지하게 이쁘고눈물 납디다거위처럼 꽁무니 길게 빼고묵주기도 한단을 바칩니다고통에 눌리고 찢긴 이들을 위해서지식과 지혜와 권세와 부귀와 영광을한갓 코푸는 휴지조각처럼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