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젊은 시인 윤동주 님의 기일이다. 아름다운 청년으로 오래도록 우리에게 남길 바란다.『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독일 책 『백장미』를 번역한 한글 제목이다. 번역자가 정한 제목인 듯한데 내용과 너무 잘 맞는다. 독일 치하에서 레지스탕스를 한 의대생 한스와 여동생 조피의 삶과 죽음을 다른 형제가 쓴 글이다. 백장미는 그들의 활동 모임 이름이다. 책을 읽고 평생 세 번 울었는데 그중 하나다.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주체는 누굴까? 주인공 조피가 남을 미워하지 않는 선한 자란 뜻인가, 모든 사람이 미워하지 않는 조피란 건가.
키가 큰 아침 - 마혜경 송도 국제도시 초고층 호텔꼭짓점을 피해 앉은 외국인들이 같은 아침을 먹는다냅킨으로 입술을 두드리고 에스프레소를 마신다무례함은 에티켓이 될 수 없다얌전한 척이라면 몰라도 따분한 아이들이 모여 숨바꼭질을 한다노란머리가 술래인데 검은머리 아빠가 일어선다검은머리가 들켰는데, 노란머리 삼촌이 곱슬머리를 가리킨다 얌전을 모르는 아이들얌전빼는 어른들같은 아침을 먹어서 같은 소리로 웃을까 세상이 인정한 소란68층에 깃발을 높이 꽂았다
허기 ? 허끼 배가 고프면 허기라고 합니다.마음이 고프면 허끼라고 하렵니다. 젖배로 배고픈 시대를 지낸 나는 식탐이 많습니다.때가 되면 꼭 먹어야 합니다.숙취 아침에도 무언가를 느~야 하루를 견딥니다.여북하면 삼식이 새끼라는 말도 듣습니다. 배고픈 건 참을만하다고 말하는 놈들이 있습니다. 배고파 본 적이 없는 놈이지요.배고픈 것보다 더 힘든 건 허끼입니다. 사랑을 잃고 힘들어하는 사람은 정신줄을 놓기도 합니다.마음이 고파서입니다.마음의 허끼는 마음이 메워 줍니다.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다른 사람으로 치유되는 이치와 같습니다. 사랑으로
어미 부엉이가 짠하다. 말 못하는 미물도 저리 새끼를 애잔하게 돌보는데 그렇게 큰 자식이 부모를 외면하는 건 벌받을 일이다. 부엉이 발에 찬 띠가 자식에 대한 족쇄처럼 느껴진다. 양태철 시인의 부모님에 대한 시가 감동이다.바람소리를 듣는다나무가 보낸 바람 소리.마지막을 이처럼 마무리하면 부모님이 보내는 소리가 간결하게 더 연상되서 감동을 줄 듯 하다. 갑자기 확 깼다가 나오니 시의 흐름이 깨진다. 가을날 아침 양태철(양하) 바람소리를 듣는다몸의 촉수마다마다에서 가지고 있던 가락들을 흔들어 깨운다.그것은 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소리가
4. 밀정의 정체 패하 북변 언덕 위에 높다랗게 솟아오른 수곡성은 강가의 남쪽 방향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천연의 요새였다. 그리고 동서북 3면으로는 높다랗게 석성을 쌓아올려 제법 웅장한 위용을 자랑했다. 성 양편에 깊은 계곡을 끼고 있는 데다 패하를 뒤로 하여 강변의 언덕을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북쪽으로 열려 있는 너른 들판을 굽어보고 있는 형국이었다. 따라서 성루에서 바라보면 시야가 확 트인 3면의 너른 들판이 한 눈에 들어와 경계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이미 고구려 원정군이 수곡성을 치기 위해 군사를 모으고 있다
밤하늘 별시시껄렁왼갖 푼수데기시러배잡녀르눔들서껀야들아,오늘따라다 뫄코야오도방정에월려?니미룩내미룩육갑꼴값궁시렁다 떨어 쌌남들 시작 메모오륙십 년 전 아주 어렸을 때, 우리가 가장 어렵고 못살았을 때, 노상 꿀꿀이죽으로 아침 점심 저녁 때울 때, 그러나 가장 행복했을 때였구나. 사상도 없고 주의 주장도 없고 신념도 없고 배움도 없고 가치도 없고, 그래서 그때 밤하늘은, 별들은 저렇게 아름다웠구나. 생각나는 대로 느끼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누가 뭐라 하든 말든. 그땐 뒷골도 이렇게 묵직하니 땡기지도 않았지. 그리웁다. 하
3. 전쟁불가론 왕자 이련까지 전투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고구려 조정에서는 다시 한 번 전쟁불가론이 불거져 나왔다. 이미 보릿고개를 넘어서서 군량미 보급에 큰 지장은 없었으나, 한 달이나 지속되는 가뭄으로 가을걷이할 농작물들이 채 결실을 맺기도 전에 말라죽을 판이었다. 더더구나 출전을 앞두고 연일 맹훈련을 거듭하는 군사들 사이에서도 일사병에 걸려 쓰러지는 자가 속출하고 있었다.편전에는 대신들이 모여 있었고, 국상 명림수부가 대왕 사유 앞에 부복하여 아뢰었다.“폐하! 지금 군사를 일으킬 때가 아닌 줄로 아옵니다. 한 달 이상 계
성묘누가 이야기 했답디다.고향은 땅이 아니라 사람이라고.고향 친구를 만났습니다.녀석 하는 말이 시간은 타원형으로 흐른 답디다.잠깐 한졸음 했더니 금새 네 시간이 지났고요.나이 먹어가는 내 시계도 점점 빠르게 지나갑니다.고향에 왔습니다.고향에 왔지만 내 마음 속 고향은 산에 계시고다른 고향인 친구랑 친척을 만났습니다.내일은 엄마랑 아부지를 만나러 가겠지요.내 고향, 땅이 아닌 사람을 땅으로 뵙겠지요.현존의 실체와 존재했던 실체를 생각해 봅니다.니체를 떠올리고 실존철학을 되집어 봅니다.신앙이라는 문제도 더불어 생각해 봅니다.어머니라는
입춘대길산에 오른다.늘 마음에 새기는 말이지만산 앞에서 겸손해지는 것이 나의 습관이다.산이 나더러 오라하지 않았고오르라 허락하지 않았다.그냥 원래 그대로 거기 있을 뿐이다.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일도 산에 오르는 마음으로 임할 일이다.제 아무리 높고 험한 히말라야라도사람에 비할만큼 큰 산은 없다는 생각이다.수많은 길을 만나고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것이 사람이라는 산을 넘는 일이다.입춘이 지났다.입춘첩을 거꾸로 붙였나보다.영하의 매서운 한파가 분다.봄이 멀지 않았음이지만 추위가 매섭다.일기도 인생을 닮은듯하
이리 갈까저리 갈까차라리 돌아갈까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생각과 인식을 지니고 살아간다많이 아는 사람은 많이 아는 만큼조금 아는 사람은 조금 아는 대로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행동한다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행동하는 것이 상식이다그러나 때로 자세히 보면 상식을 파괴하는 경우도 많다많이 알지만 사악한 사람이 있고조금 알고도 선한 사람도 있다많이 알면서 겸손한 인간이 있고조금 알면서 잘난체 하는 인간도 있다양심이 바로 서고진실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은 어디에 있을까세상은 왜 자꾸만 잘못된 방향으
물구나무서기- 마혜경 나무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어둠을 파헤치고 땅을 보는 것이다흙이 고집을 버리고 길을 내어주면조금 수월해질 뿐이다막무가내로 나아가면 안 된다물러난 만큼 다가가고 기다려야 한다빈자리에 헝클어진 머리를 대고새 살이 차오르듯흙이 다가올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종이와 펜을 잡은 시지프스는 나무가 그랬듯이 안을 바라보는 것이다 달이 깨진 자리여우가 숨은 사막에서홀로 별이 되는 것이다 다만 푸른 나뭇가지만이 손목을 비틀어이 소름 끼치는 사연을 시인에게 수신할 뿐이다
편지누나!이 겨울에도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눈을 한 줌 넣고글씨도 쓰지 말고우표도 붙이지 말고말쑥하게 그대로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눈이 아니 온다기에. LetterSis!Also in this winterit snowed a lot. In white envelopeputting handful of snowwithout writing anythingwithout putting stampneatly as it iswould I post letter? In country you wentbecause not snow
미술평론사 반이정의 는 일상에서의 스침, 느낌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관찰일지와 같다. 예술가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 남이 느끼지 못하는 것, 남이 듣지 못하는 걸 듣고 보고 느끼면서 남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에 다양성과 다채로움을 그리고 영적인 풍요로움을 심어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반이정의 접촉(touch)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재 발견되고 간과했던 여러 일상의 요소들이 "아~~이런 식으로 느끼고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구나"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또한 기발한 발상에 놀
돔부 할미 지호맹이랄거! 끽뿌시기 한 대 피우곤 한 홉큼비뚤어진 손마디로하염없이 쓸고 앉았네 밥에 놔 먹으라고아주 달다고 보은 버스 차부 앞에해거름고동색 뙤약 얼굴들 그잘난 시작 메모생선 채소 나물 곡식 약초 국밥 막걸리 신발 모자 옷가지 병아리 강아지 잡동사니 다 좋다만, 막걸리 한 사발로 점심 때우고 미처 팔지 못한 돔부콩 한 줌 펼쳐놓고 쭈구리고 앉은 노을녘 할매들 저 서글픈 모습에랴. 그러나 그런 할매들 이젠 보은 장에 가도, 청산 장에 가도, 괴산 장에 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하는 아이들 새 쫓고 애 보고꼴 베고 쇠죽 쑤던 아이들이 새 쫓고 애 보고꼴 베고 쇠죽 쑤던 마음들을 순전히새 쫓고 애 보고꼴 베고 쇠죽 쑤던 말로다 썼네 삼십 년 전안동 시골 학교 이오덕 선생님이 엮은일하는아이들 케케묵어 너덜너덜해졌지만책상 위에 놔두면 누가 훔쳐 갈세라가슴도 졸이면서읽고 또 읽던1990년도 삼천 원짜리 작은 책 거기서 시를 알았고머리 허얘아직도 거기서 시를 배우네 시작 메모두메산골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글을 모은 은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마음들이다. 소 먹이고 나무 하고 담배 심고 마늘 캐고
방송인 김태균 님 수필이다. 재밌을까 해서 찾아봤는데 진지한 내용이라 글이 알차 보여 샀다. 내 돈 내 산. 글이 막힘이 없고 자연스럽고 수려하다. 지나친 묘사와 억지로 꾸민 현학적 문구도 없어 잘 쓴 글이다. 우리 아버지도 월남전 가고 중령 제대하셨는데 비슷한 부분이 많다. 아버지는 정보 쪽에 있었는데 전쟁 가서 전투 한 번도 안 해보셨다. 항공기만 타고 사진 찍느라. 덕분에 많은 군인들을 살려 무공훈장을 타셨다. 보훈처가 황당하다. 태균 님 아버님은 같은 병으로 돌아가시지 않아 보훈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아마 고엽제 때문에 암이
2. 바람의 순리 동부의 군사 1천을 이끌고 국내성에 당도한 두충은 일단 성의 동문 밖에 군막을 쳤다. 그리고 그곳 들판에서 군사들을 조련시키던 어느 날 밤, 그는 갑옷을 벗고 평복으로 갈아입었다. 그의 옆에는 말구종으로 따라온 사기가 있었다. 사기는 기마부대 소속으로 기마대장 해평의 수하가 되었으나, 그가 스스로 두충에게 찾아와 간절히 이번 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하는 바람에 그 소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평복으로 옷을 갈아입는 두충을 보고 사기가 물었다.“어디를 가시려고요?”“성내에 좀 다녀올 일이 있다.”“그러면 소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종이접기 김영만 아저씨를 만났다.아마 나보다 조금 연배일 듯이미 다 커 버린 서른서너 살어린이들에게아저씨는 여전히 '코딱지들'이라 불렀다더군. 그럼! 맞지.환갑 아들도 팔순 아빠 눈에는 어린이니까.댓글을 보다 빵 터졌지.'아저씨, 제 나이 반으로 접어 주세요'나이가 색종이라면어릴 적에는 어떤 색일까?초로의 나는 어떤 색일까? 나이를 반으로 접은 다음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종이접기는 손 다림질을 해야나이가 다시 펴지지 않아요.기왕이면 대문 접기로 해서나이를 여닫으면 어떨까? 그러나 어쩌겠나. 나이 먹는다는 게어깨
고백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구는 하나가 아닙니다.사람 하나가 지구입니다.어쩔 때는 사람이 우주이기도 합니다. 세상이라는 널디 넓은 공간에 놓여진 나는 미약합니다.길다면 긴 삶을 산 저로서는 달리 공부할 것이 없을 듯합니다. 두 가지 공부를 다시 하려고 고백합니다. 하나는 운전입니다.면허 후 운전한 시간이 3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과속 스캔들 주인공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다른 하나는 술입니다.남자 문화란 가부장 문화이고남자다운 문화는 폭음이라는 어리석음으로 젊음의 낭비했습니다. 이제 지구의 일원이고자 합니다.우주의 주인이고자 합니다. 나
조선 시대 여성들의 생존전략기 혹은 아내의 역사우리는 조선의 여성, 특히 '아내'로의 역할에 충실했던 이들의 삶이 구속적이고 순종적이기만 했을까? 조선 역사 500년 동안 여러 차례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 조선이라는 새 나라의 '개국'도 큰 사건이었고, 사화와 당쟁, 거듭된 외침을 겪으며 역사의 강은 몇 번이나 굽이쳤다. '아내'들의 모습도 역사의 변화에 따라 굽이쳤다.명료하고 담백한 필치로 동서양 역사를 전달하는 이야기꾼 백승종 교수는, 조선사의 결절점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아내의 변화된 삶에 현장감을 더해 증언한다. 때론 남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