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 교실 7 윤한로내 스물서넛 살 대학 때 등단하공고등학교 문학 선생질 36년 만에겨우 낸 첫 번째 시집'메추라기 사랑노래’ 그걸 또 읽공시 쓰는 대학 동기 하나가 문자를 보냈는데오합지졸천방지축시러베 잡놈들먼먼 변방 것들이니들로 구들 깔고주추 놓고 기둥 세우고 지붕 얹고월려, 거기 추임새까지 넣어어엿한 집 한 채순한 목수처럼 뚜딱 지었으니여라고맙고나 다른 것도 아니고나,나를 목수라 하다니너무 고마워 몸둘 바를 모르겄구나 시작 메모그때 여기저기서 내 시는 전혀 시적 긴장이 없다, 발상이 밋밋하다, 비유, 상징, 메타포 따위가 약하
낮잠너 때문인 줄진작 알긴 알았는데 동지가 가까이 오니네가 미워!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모르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1.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2.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대한민국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 말은 틀린 말이다1.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2.대한민국의 주권은 검찰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검찰이 휘두른다이게 이해하기 쉽다조직에 충성하는 괴물권력에 주눅드는 선출권력진실과 정의 팽개치는 패악과 함께하는 기득권그 추운 겨울 언 손 비비며 어깨동무하고 밝혔던 촛불소중한 '촛불의 꿈'을 짓밟으려는 난동이 일어나도국민들이 부여한 촛불
멜로드라마-마혜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장갑을 벗고 눈을 비빈다소맷부리도 액정을 닦는다흐린 정경이 소매 끝에 붙는다 왼발 뒤꿈치에 나뭇잎이 붙어있다오른발로 밟고 왼발을 든다나뭇잎이 오른발에 붙는다집게로 누르고 오른발을 든다나뭇잎이 집게에 붙는다 넌 의지가 약한 게 흠이야뭐든 잡고 늘어지는 버릇, 나무를 꽤나 흔들었겠어얼마나 홀가분했을까 너의 추락을 모의하는 동안 나뭇잎은 말이 없다할 말을 달라붙는 일에 모두 소모했으므로나뭇잎은 손을 만나 추락한다발을 향한 추락은 추락이 아니다 흐린 정경이 눈동자에 붙는다핸드폰에 담아 주머니에 넣
고양이 모국어- 마혜경 눈동자는 말이 없다긴 수염이 남은 말들을 털어냈다그것이 발톱에 각인 되었다저리가, 멋대로 돌 던지는 사람들에게발은 발톱을 길게 뽑았다세상을 할퀴고 지나갔다그들의 언어는 정제되지 않아자주 숲에 숨는 버릇이 있다 적막한 길에서날카로운 발자국을 읽은 적이 있다눈동자에 오래 머물렀다
세레나데가을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가을비에 떨어지는 낙엽에서또 다른 희망을 봅니다.그리움으로 물든 낙엽은 추억과 함께 떨어져 쌓입니다.다가오는 겨울을 기다립니다.아픔 없이 자란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모릅니다.가슴에 심어둔 그리움은 아픔입니다.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딘 자 만이따뜻한 계절을 만납니다.가을이 가고겨울이 오고그 겨울의 시간이 지나면사랑하는 당신을 만날 수 있을런지요.누구나 가슴 속에별 하나씩은 가지고 삽니다.내 가슴의 별이 반짝이는 날나는 노래하렵니다.당신을 위한 세레나데를...
나와 생각이 같지 않으면 나의 적우리와 입장을 같이 하지 않으면 국민의 적국민은 그저 다소곳이 그냥 있는데너도나도 편리하게 마구 국민을 끌어들인다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아전인수 주장이 하늘을 찌르고열사의 뜻을 받들자면서 열사의 생전 일자리를 파괴하는 모순확증 편향 혹은 편견에 갇혀 있는 단체조직에 충성하는 괴물 권력에 휘둘리는 선출 권력진실과 정의 팽개치는 패악과 함께하는 기득권합리적으로 생각하고 공정하게 판단할 겨를 없는 나라빨리빨리 얼른얼른 냄비 달궈지듯 팔팔 끓는 민심벌겋게 달아올랐다가 기억도 하기 전에 식어
만남 만남은 기쁨이다.아침에 햇살을 만나고눈부심에 고마움을 전하는하루의 시작이 기쁨이다. 만남은 행복이다.햇살 사이사이로바람 한줄기 불어와얼굴을 간지럽히는 것은살아있음을 느끼는 행복이다. 실개울이 만나고 만나서내가 되고 강을 이루듯과실 하나 익어갈 때많은 날 햇살이 채곡채곡 담기듯 오늘 우리에게는또 다른 만남이 기다린다.작은 인연을 소중히 채우면큰 인연의 정이 되겠다. 만남은 행복이요 기쁨이요 정이다.
관통 당하길 원하는 심장이 놓여 있다 당분간 하늘은 파랗게 물들지 않을 것이다 보조개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할 때마다 열리지 않은 사과나무들이 흔들렸다 기생충처럼 누군가의 뿌리가 어금니에 씹혔다 베어내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계절이면 아비는 화살촉을 닦았다 지워지지 않는 핏빛 대신 깨끗한 물결무늬 자국, 아비는 화살촉을 닮았다 아무도 활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사냥을 위해 몸을 움츠리듯이 빈 장독대에 숨어 한 계절이 지날 때까지, 내 몸에선 눅눅한 효모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허리 굽히는 밭에서여러 번
우연한 아침- 마혜경 산책 다녀온 연심 씨 손 위에민들레 한 송이 피었네요들판에 뿌리를 두고 홀로 왔다죠그녀가 쪼그려 앉자 발목에 닿은 꽃잎똑똑, 꺾이고도 이렇게 활짝일 수가연심 씨 손에 꽃물이 듭니다 연심 씨 아니 민들레는 노란 부처일까요민들레 아니 연심 씨는 꽃인 걸까요 흰 발우를 꺼내 창가로 갑니다민들레는 아니 연심 씨는 정말 꽃이 될까요
아이와 코로나아이야 어른은 너희들이 참 걱정이다.새싹이 나고 잎이 푸르러져꽃대를 올리고 꽃이 피고그 꼭지에 열매가 맺어야 한 해가 가듯이 삼월에 진급하고 새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고까르르 웃음도 굴리고운동장에서 구르는 웃음도 뻥뻥 차고친구랑 수다도 떨고여름이 지나 가을이 익을 때쯤어느새 이만큼 컸나? 작년 옷이 작아졌네 해야 하는데...어른님 걱정 마세요.단풍이 곱게 물드는 계절이지만나무에게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잖아요햇살을 먹고 비를 맞으며구름이 전해주는 세상 이야기와바람이 들려주는 노래가 열매 맺고 낙엽지게 했듯이불편은 했지만 가장
수푸루지 호프 윤한로미카엘라와 아들내미 우리 셋저번에 식구들꺼정 술 마시니미주알고주알 맛있다트집 잡힐 일 없고도망갈 사람 없고누가 내든 술값 머리 안 쓰고쟁그랑쟁그렁 좀 좋으냐아들내미한테 들려주는 옛날 얘기군대 얘기, 학교 때 얘기, 인생의 훈계그 구라 어디가면 누가 들어주냐, 존경해 주냐피식 피식, 곁에서 아낸 연방 콧방귀 뀌지만왜, 것두 다 음악 소리 같잖냐자식은 모자라서 대학도 떨어지고우린 다니는 직장에, 살림에 갈수록 쪼들시고그래 우리 셋, 호프가 떠나가라코가 삐뚤어지도록혀가 꼬부라지도록 마신 게다그러구러 나도 모르게 뒤로
시간이 흐르니 세월도 가고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인생조금 더 가지기 위해 발버둥치는 삶비우고 내려놓지 못하는 마음 사이로채우지 못한 욕심이 발기하고비울 것이 있어야 비우지내려놓을 것이 있어야 내려놓지핑계대는 말들이 어지러운 시간하늘 아래 땅이 있고 땅 위에 있는 사람들전염병이 도져 괴로운 밤괴로움 커져 더욱 추운 겨울밤다함께 승리하자는 다짐 커질 때언뜻언뜻 달을 가리며 구름은 흘러가고각자의 소원 달 쪽으로 향하는데기운 없는 사내 달보고 소원도 빌지 못하네
기억의 세탁소- 마혜경 껍데기의 부활만 가능합니다 누구나 절실할 때가 있으니까요 당신은 오염됐나요 그림자와 얼룩 깊이에 따라 세제를 선택하세요 혐오도는 자동 측정되어 세탁 헹굼 과정을 거칩니다 아, 거기 목 뒤의 태그, 제거해주세요 어차피 무시 사항이니까 보관할 기억은 따로 다운로든하는 거 아시죠 기억 분실은 슬픔을 남기죠 이건 팁인데 악몽은 그냥 두세요 한결 가볍죠 당신은 편두통이 있나요 보통 강함 매우강함 중 원하는 탈수를 표시하세요 대개 강함이 무난하지만 내일 데이트가 있다면 보통을 추천합니다 촉촉함은 저희만의 장점이죠 참,
아비를 심었다 하얀 발, 때타지 않은 하얀 발바닥이 하늘 올려다볼 수 있게그 위에서 잡귀들이 쉬었다 갈 수 있게 나도 데리고 가달라고 했다, 쪽팔리게 땋은 머리처럼 우거진 숲검은 손톱을 가진 것들과 갖지 못한 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도깨비불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변명하면 가슴이 작아지나요 문드러진 이빨로 밤공기 삼키는 고라니같은 방향으로만 찍혀 있는 들개 발자국이상하게 졸음이 몰려온다아비를 심고무언가 움틀 때까지 기다리면알 수 없는 미련으로 자궁을 꽉꽉 채워넣으면 나 목 놓아 운다, 울음소리에서 싹이 자라나세상에 없는 빛깔로 발바닥
바라보기 바라는바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사람들은 기다림에 지치고믿지도 않는 신께 기도를 한다. 바라던 바가 채워지고 지나치게 넘치면기도하던 신은 잊어버리고귀한 인연마저 끝나기를 바란다. 인생을 새옹지마 과유불급이란 말로 설명하려 해도다 채울 수 없는 부족함이 있다. 삶의 한 귀퉁이를 찢은 과거의 행위에 후회도 하고후회는 돌이킬 수 없고 회한으로 남는다. 가끔은한 걸음 더 들어가기보다는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나 아닌 내가 되어 자신을 바라보면 좋겠다.태산을 보려면 태산에 들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설탕과 소금 사이- 마혜경 그녀는 공모전에서 오백만 원 상금을 받았다한턱낼 땐 좋았지만 계산을 하고 나오니친구들의 질투가 한 눈에 들어왔다아흔다섯 할머니, 손녀를 다독이며 시상에, 설탱이 있으믄 아 소김도 있어야 안 허냐. 그녀의 오백만 원달콤하지만 오늘은 너무 짜다
더 이상 길은 없었다어디로 가야하나어떻게 가야할까왼쪽은 높다란 절벽오른쪽은 까마득한 낭떠러지험한 풍파 헤치며 걸어온 길문득 뒤돌아 본다울퉁불퉁 느끼며 걸어왔는데어라 마냥 평탄하다되돌아가야할까그럴순 없잖아어두웠던 그 길 다시 갈순 없잖아확증편향 편견에 갇혀 있는왼쪽 절벽과 오른쪽 낭떠러지누추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절망하는 사이산비둘기 몇 마리 푸드득푸른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른다푸른 하늘엔흰구름 두둥실 떠간다저 하늘의 구름처럼 자유로울순 없을까막힌 길 위에서 서성이며 가야할 길을 찾는다그렇지길이 없다면 만들면서 가
모과 가을 색은 화려하다.만산을 물들이는 붉은 단풍이 그렇고바닥을 온통 노란 양탄자로 뒤덮는 은행잎이 그렇다. 우리네 먹거리를 책임지는가을 들녘은 화려함보다는 넉넉함이다.태양 닮은 홍시가 그렇고익어가는 사과나 배가 그러하다. 교정을 걸으며 우연히 모과 한 개를 주웠다.과일 망신은 모과라는 말이 떠오른다.노랑도 이렇게 투명한 노랑이 있구나!여름에 슬쩍 지나간 무지개에서찬란하게 빛나는 노랑만을 담았구나. 가을 색을 담은 노란 냄새를 맡는다.겉이 조금 울퉁불퉁하면 어떠랴이런 향기로운 냄새를 주는 너는분명 내면도 향기로움으로 가득하겠다.
아픈 손가락을 꺼냅니다-마혜경 어미가 돼가지고 지 새끼를 그라믄 못쓰지어머니가 예원이네 강아지를 안고 왔다어미가 젖을 안 줘 금방 죽을 것 같다는 게 이유다어머니는 방석을 깔고 수건을 덮어주며 보살핀다어미젖을 목 묵어 어쩌긋냐 미음으로 때워야제어머니는 먼저 간 큰아들이 그리운가 보다어미, 개 어미가 되고 싶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