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없이 읽었던 책인데 감성이 따뜻하다. 글 사진 최유리 23년 4월 2일 만다링랜드 발행시인 듯 가사인 듯 정감 있는 글들이 속삭인다. 2021년 하루하루를 써 내려갔다. 같은 제목으로 대구로 쓴 글도 많다. 짧은 글에서도 이별을 담담히 그려가는 풍부하고 깊은 감정이 담겨 있다.천안에서 공모전을 통해 작사가로 데뷔한 그녀의 앨범 가사도 수록돼 있다. 글 하나하나가 가사 같고 가사 소재가 될 글감도 많으니 작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사진에도 일가견이 있어 직접 찍어 글과 잘 어울린다. - 미소 그대
호박꽃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짜증이나 화를 참 많이 내고 살아갑니다. 내 뇌에 저장된 메시지는 그들은 나라고 인지하기 때문입니다.엄마에게, 자식에게,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소한 일로 화를 냈던 일들을 떠 올려 봅니다.믿거니 생각하며 함부로 대했던 지난 시간을 후회합니다. 며칠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빛나는 아침에 호박꽃이 환하게 핀 것을 보았습니다.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겠는데 그날은 발길을 멈추고 꽃을 바라보았습니다. 크기며 모양이며 색깔이 참 곱고 예뻤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그들도
현주를 기다리며 /김주선 은행거래만 터도 달력을 주던 때와 달리 작년 연말은 달력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종잇값과 제작비가 올라 발행 부수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의 푸념을 들었던지 어느 미술협회에 후원금을 지원하는 여고 후배가 탁상용 달력을 우편으로 보내왔다. 달(月)에 어울리는 꽃과 풍경을 그린 달력이었다. ‘구족회화(Mouth and Foot Painting Artists)’라는 작품설명을 보고 나니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머릿속 주머니에서 뾰족하게 뚫고 나왔다. 십여 년도 넘은 일이지만, 언젠가 내 고향 신문
1. 들어가는 말1) 차이나 역사책의 공식적인 시작은 사마천의 ‘사기’다. 漢字(한자)를 통하여 ‘사기’의 주무대를 찾을 수 있다. 비밀코드인 셈이다. 어떤 글자는 발음으로 표시하거나 그 씨족 · 부족 이 거주하던 곳, 장의 이름 혹은 성씨, 근처의 큰 산이나 강 등 표시하기 쉬운 자연물 등을 한 글자로 나타낸다. 글자의 왼쪽에 삼수氵를 붙이면 근처의 江(강)이 되고, 글자의 오른쪽에 우부방阝(邑)을 붙이면 마을이 되어 씨족 · 부족의 고향이 된다. (2023년 3월 24일 필자가 쓴 “ 史記(사기)조선열전·漢書地理志(한서지리지)
유튜버 한자해례 (최규화)가 주목 받고 있다. 구독자는 3천3백여명에 불과하지만 한자해례의 전문성과 독창성으로 한자와 한민족 고대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매우 유명하다. 6월 10일 점심시간 12시 경에 업로드한 “제8강 겨레, 갈트, 케레이트... 族(겨레 족), 겨레의 새, 봉황~”는 한자해례 최규화의 전문성과 독창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https://www.youtube.com/watch?v=Jbe0fRmI1K8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고구려 역사에서 알게 된 태양속의 새 삼족오가 다리 세 개 달린 ‘까마귀’라는 사실에 의문
4부 염소 선생(3) 별개미 컨테이너온종일 앉아착한 마음 구두를 닦는다허리 구부려늦은 밤 맑은 영혼열쇠를 깎고 도장을 판다진짜 선생이시구나반백의 흐트러진 머리 치켜들면카아, 어둠 뚫고 떠오른인생 한 모금 좋더라푸른 밤바다 얇은 다리 금방노 저어 갈지니삐걱이는 두 짝 잎새 다리여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 하면내 오른손 그 솜씨도 잊혀져라*14,15행은 『구약 성경』 「시편」 136장에 나오는 구절 내 일찍진짜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좁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 진종일 틀어박혀구두를 닦고 열쇠를 깎고도장을 팠어야 하는데내 진즉 런닝구가 다 해지도
능선 아버지께서는 그 길을 장등이라 했다.내가 그 길을 걸었을 때는 유년기였다.열 살 남짓했던 나는 소 고삐를 쥐고 시내의 불빛을 내려다 보았다.산자락 아래 멀리 보이는 수 많은 불빛이 아름다웠다. 세월이 지나산악회를 따라 등산을 하면서여인의 부드러운 곡선처럼 펼쳐진 능선을 걸었다.어릴 적 장등은 기억에서 삭제된 채로.. 능선이 부드러운 여인의 맵시가 되는 동안은수없이 많은 세월이 지났으리라.셀 수 없이 많은 빗물과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에제 몸을 내어 주었으리라. 나는 장등을 걸었고수많은 산자락을 밟았고산자락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아
2023. 06.01. 01:32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어제 늦게 까지 친한 형과 이야기를 하느라 귀가가 늦었다. 사실 어제도 늦게 일어났다. 내 기준 08:30분 이후에 일어나는 것은 늦게 일어나는 것이다. 어제 09:30분쯤 일어나서 씻고 수업을 위해 연습실을 갔다. 11:00 수업을 시작했다.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다길래, 여행과 연기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대화도 했었다. 주된 수업내용은 인간을 면밀히 보고 인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14:00 연습실 청소를 하고 자잘한 청구서를 정리했다. 17:00 학교 후배가 연습실에 놀
종기 배꼽 옆에 피부가 벌개지더니이내 종기가 되더군옷을 입을 때마다 가로부치며아프게 하더니 곪기 시작했어항생제 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고더 곪으면 짜낼 요량이었지 사나흘 지나니 누런 고름이 보이더라고알콜에 솜에 연고에 밴드를 준비하고아픔을 참아가며 새끼손톱 만하게 커진 종기를 짰어피고름이 꽤 나오더군아팠지, 아프다마다 살아가면서 아픈 일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아픔을 참아내는 수많은 공부를 해봤잖아.고름이 살 되던가?아픔을 견디다 짜내던가 도려내야 하지 않던가?잠깐은 참는 것보다 극심한 아픔이 오더라도 짜내며 살게도려내며 살게 세월 지
2023.05.31. 00:49.최근에 내가 출연하는 장편영화 가 개봉했다. 전국에 독립영화를 틀어주는 극장에서 상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2년 전에 찍고 개봉하고 내가 극장에서 보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많은 작품을 했나 자취를 뒤적여 본다. 2년이라는 시간을 잘 달려온 걸까? 크레딧에 나는 '연규'라는 역할로 나온다. 캐스팅 때는 '실업선수'라는 가칭이 붙어 있었다. 감독님께서 내 프로필에 이름 있는 역할 하나 더 적으라고 만들어주신 것 같다. 이름이 있고 없고는 생명력이 다르다. 이름이
보살피고 어루만지는 일은 참 아름답습니다가꾸는 것은 더 행복합니다꽃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작은 생명 하나 키워보세요나날이 변화하는 모습이 신비롭습니다날마다 민생은 파탄나고민주주의는 퇴보하고통일의 길은 멀어져도강물이 묵묵히 낮은 곳을 향해 흐르듯물질을 대하면 비우는 것을 꿈꾸고자연과 마주하면 겸손을 배우는 순간술 취한 멧돼지 한마리자유를 외치며 비탈길 내달립니다미국에 아첨하고 일본에 아부하며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돌려세워나라를 거덜내는 검찰독재 어떻게 부숴야할까고민하는 시간 마냥 괴로워도삶들은 평등과 평화를 기다리며 오
뒷모습 초상화 / 김주선 아버지 장례식 때 쓰인 영정 사진은 초상화였다. 그것도 양복이 아닌 흰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오십 줄의 중년 모습이었다. 증명사진을 확대해 영정으로 사용해도 되었지만, 아버지는 생전에 염원하던 자기 모습을 영정 초상화로 제작해 놓으셨다. 마치 흑백사진인 듯 콧수염 한 올 한 올이 실사처럼 보였다. 아주 오래전 윤중로에 벚꽃 구경을 하러 갔다가 남자친구와 나란히 캐리커처 모델이 된 적이 있었다. 그림을 그려 준 이는 남자친구의 고향 선배였다. 벚꽃 시즌 동안 여의도에서 아르바이트한다며 접이식 의자에 우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