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이마에 한 줌 재를 얹고
옷을 찢듯
마음을 찢고 시작한다
나는
씹을 것이다
깊은 참회와
참회로부터 우러나오는
버거운 희생 보속이
악습하고 싸움이
꿀처럼
다디달 때까지
나는
씹고 또 씹을 것이다
썰렁한 나날들
칼바람 가랑이 사이로 파고드는
저 재미없는 사십 일이
그래서
나는 좋다
시작 메모
이제야 재미없는 것들을 추구한다. 재미있는 사람들, 음식들, 자연들, 책들, 사물들 다 떠나자. 단순하고 말없고 시시껄렁하고 시무룩하고 가까이해야 하나도 이득도 안 되는 사람들, 반복되는 지루하고 긴 길들, 걷고 또 걷는 발, 인내심 필요한 되고 된 사물들, 의자들, 깊이는 없지만 평범을, 진심을 말하는 책들(과연 몇 권이나 될까마는), 거친 뿌리와 줄기밖엔 말없는 생명. 눈 코 입 귀 아예 달고 있지 않은 그것들, 얼마나 뜨거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