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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19

2021. 09. 01 by 윤한로 시인

사순

 

 

이마에 한 줌 재를 얹고

옷을 찢듯

마음을 찢고 시작한다

나는

씹을 것이다

깊은 참회와

참회로부터 우러나오는

버거운 희생 보속이

악습하고 싸움이

꿀처럼

다디달 때까지

나는

씹고 또 씹을 것이다

썰렁한 나날들

칼바람 가랑이 사이로 파고드는

저 재미없는 사십 일이

그래서

나는 좋다

 

 


시작 메모
이제야 재미없는 것들을 추구한다. 재미있는 사람들, 음식들, 자연들, 책들, 사물들 다 떠나자. 단순하고 말없고 시시껄렁하고 시무룩하고 가까이해야 하나도 이득도 안 되는 사람들, 반복되는 지루하고 긴 길들, 걷고 또 걷는 발, 인내심 필요한 되고 된 사물들, 의자들, 깊이는 없지만 평범을, 진심을 말하는 책들(과연 몇 권이나 될까마는), 거친 뿌리와 줄기밖엔 말없는 생명. 눈 코 입 귀 아예 달고 있지 않은 그것들, 얼마나 뜨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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