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고라니 쉼터까지 가면
자아,
우리 꼭꼭 앉는데
큰 거는
나 먹고
작은 거는
자기 먹고
아, 미카엘라는
개뿔도 아닌 내가 뭐라고
시작 메모
가재골로 귀촌하고 우리는 평일이면 미동산 임도길을 간다. (농사를 짓거나 소를 키우시는 분들께 너무 면목없다.) 보름달 코스 한 바퀴를 돌면 두 시간 남짓 걸린다. 허름한 옷에 허름한 모자에 허름한 신발에 그냥 호젓하다. 그밖에 것들은 불필요할 뿐이다. 반쯤 가면 고라니 쉼터에 다다른다. 미카엘라는 언제 넣어 왔는지 부시럭거리며 오이 한 개를 꺼내 반을 뚝 분지르곤 비교를 한다. 다음으로 꼭꼭 큰 거는 나한테 주고 작은 거는 자갸가 갖는다. 그동안 나는 저 사람이 과연 어떻게 하나 말없이 보고 있고, 마침내 우린 서로 씨익 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들이야말로 아주 아주 허름한 웃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