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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is 뭔들]

울려라, 힘찬 종아

테니슨에게 리즈 시절을 허하라!

2020. 12. 28 by 김정은 전문 기자
앨프리드 테니슨(사진=네이버 이미지 갈무리)
앨프리드 테니슨(사진=네이버 이미지 갈무리)

영어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인 중 한 명이다. 앨프리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이 국어원 규범표기이며 알프레드는 잘못이다. 그도 젊었을 땐 미남이었는데 나이든 사진만 너무 익숙하다. 테니슨은 1809년 8월 6일 영국 링컨셔주 서머스비에서 12명의 아이들 중 4번째로 태어나 1892년 10월 6일 사망한다. 영국 왕 에드워드 3세 후손이고 귀족 조상도 있지만, 직계는 아닌 듯하다. 아버지는 자녀들의 교육과 훈련에 주의 깊게 참여한 교구 목사로 다른 교구 목사의 딸과 결혼했다. 두 형들은 10대에 시를 썼고, 테니슨이 17살이었을 때 세 사람 모두의 시집을 출판했다. 형제 한 명은 테니슨 처제와 결혼했고 한 명은 사설보호소에서 사망했다.

1842년 런던에서 두 권의 시집을 출판하여 바로 성공을 거두고, 1847년에 나온 여성 교육에 대한 시도 인기를 끌었다. 1850년 죽은 친구에 대한 시집 『A. H. H.를 기리며』로 성공하여 그해 윌리엄 워즈워스에 이어 계관시인이 됐고 결혼했다. 친구를 생각하며 친구 묘비명에도 쓴 “사랑을 하고 잃는 것이 전혀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등 『A. H. H.를 기리며』에서 나온 많은 구절들이 유명하고, 옥스퍼드 인용 사전에서 9번째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가다.

시 상당 부분은 율리시스와 아서 왕 같은 고전 신화, 중세 주제며, 가정생활에서 자연에 대한 관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시를 썼고, 연극은 시도했지만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며칠 후면 한 해가 간다. 새해를 맞는 시로 신축년 보신각 종소리를 떠올리자.

 

In Memoriam A. H. H. 106

 

Ring out, wild bells, to the wild sky,

The flying cloud, the frosty light:

The year is dying in the night;

Ring out, wild bells, and let him die.

 

Ring out the old, ring in the new,

Ring, happy bells, across the snow:

The year is going, let him go;

Ring out the false, ring in the true.

 

Ring out the grief that saps the mind,

For those that here we see no more;

Ring out the feud of rich and poor,

Ring in redress to all mankind.

 

Ring out a slowly dying cause,

And ancient forms of party strife;

Ring in the nobler modes of life,

With sweeter manners, purer laws.

 

Ring out the want, the care, the sin,

The faithless coldness of the times;

Ring out, ring out my mournful rhymes,

But ring the fuller minstrel in.

 

Ring out false pride in place and blood,

The civic slander and the spite;

Ring in the love of truth and right,

Ring in the common love of good.

 

Ring out old shapes of foul disease;

Ring out the narrowing lust of gold;

Ring out the thousand wars of old,

Ring in the thousand years of peace.

 

Ring in the valiant man and free,

The larger heart, the kindlier hand;

Ring out the darkness of the land,

Ring in the Christ that is to be.

 

A. H. H.를 기리며 106

 

울려라, 힘찬 종아, 거친 하늘,

뜬구름, 싸늘한 빛에 이르도록.

오늘 밤 해는 저물지니,

울려라, 힘찬 종아, 그를 가게 하라.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아라,

울려라, 반가운 종아, 설원 너머.

해는 지니, 그를 가게 하고,

거짓은 보내고, 진실을 맞아라.

 

더 이상 볼 수 없는 자들에 대한,

가슴 저미는 슬픔을 보내라.

빈부의 반목도 보내고,

인류 구제를 맞아라.

 

더디게 사라지는 주장과,

오랜 당쟁을 보내고,

정중한 태도, 바른 예법으로,

숭고한 삶의 방식을 맞아라.

 

가난, 근심, 죄,

시대의 냉담한 불신을 보내고,

울려라, 나의 추도사는 보내고,

최고 시인을 데려오라.

 

지위와 가문의 거짓 자랑과,

사람들의 중상모략을 보내고,

진실하고 참된 사랑을 맞고,

만인의 선한 사랑을 맞아라.

 

더러운 고질병을 보내고,

편협한 물욕을 보내라.

수많은 전쟁을 보내고,

무수한 평화를 맞으라.

 

용감하고 자유로운 자,

관대한 구원자를 맞아라.

이 땅의 어둠을 보내고,

오시는 그리스도를 맞이하라.

 

In Memorriam A. H. H.에서 In Memorriam은 라틴어이고 A. H. H.를 기리며의 뜻이다. In Memorriam A. H. H. OBIIT MDCCCXXXIII 라고도 쓰는데 라틴어로 M=1000, D=500, C=100, X=10이고 obiit는 죽었다 뜻으로 1833년에 죽은 A. H. H.를 기리며 의미이다. 테니슨의 여동생과 약혼한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의 동료 시인이자 절친한 친구 아서 헨리 할람(Arthur Henry Hallam(1811-33))을 위한 애도 시다.

1833년에 집필해서 1850년에 완성하여 출판한, 서문 포함 133편의 긴 시이며 이 시는 그 중 하나이며 각 시마다 여러 주제가 섞여 제목은 추모보단 기리다가 낫고, 106편 일부는 찬송가에도 실렸다. 할람은 비엔나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했으며 그의 죽음은 테니슨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인 메모리엄 제목은 어린 시절부터 알았지만 결혼을 미뤘던 테니슨의 아내 에밀리 셀우드가 지었으며 신혼여행을 죽은 친구 고향으로 가 무덤에 친구에 대한 시집을 바쳤다.

묵은해를 보내면서 he라고 표현함은 중의법이다. 지난해이기도 하고 죽은 친구이기도 하다. 1연에서는 그를 죽게 하라면서 마음속에 항상 살아있는 친구를 이젠 보내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죽은 자는 죽게 하라 이다. 2연에서는 그가 죽었다는 걸 인정할 수 없는 거짓을 보내고 진실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서 우정은 질투와 배신의 다른 이름이 되었는데, 할람을 평생 그리워하고 17년간 헌정 시를 지었다는 게 대단하다.

친구를 너무 사랑해서 두 아들 중 장남에게 그 이름을 붙여 할람 테니슨이라고 지었고 이 아들이 호주 제2대 총독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A. H. H.를 기리며』를 읽고 울었다고 하며, 여왕의 총애로 남작 작위를 받았으나 거절했다가 아들을 위해 1884년에 받았다. 시집 서문을 읽으니 눈물 난다. 어느 연인의 죽음보다 애절하다. 일부를 읽어보자.

“떠나간 한 사람을 위한 저의 슬픔을 용서하소서,

당신이 지으신 훌륭한 이.

저는 그가 당신 안에 살고 있음을 믿으며, 그곳에서

더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압니다.”

우리도 최근 세상의 별 하나를 잃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개그맨 박지선 님. 마음 아프다. 외모 소재로 즐거움을 주었지만, 그녀 자신은 웃지 못했다. 현대는 외모지상주의다. 날씬한 아이들도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브이 라인이 아닌 얼굴은 못생겼다고 평가한다. 기준이 아이돌에 맞춰져 일반인이 상대적으로 예뻐 보이지 않는다. 방송에서는 연예인 예쁘다 소리를 달고 산다. 그들 예쁜 거 우리도 안다. 강조 안 해도 된다.

누가 자신감 있게 살 수 있을까?

예쁜 거 말고도 멋지다, 사랑스럽다, 매력 있다, 귀엽다, 외모가 훌륭하다, 댄디하다, 멋스럽다, 준수하다, 성격 좋다, 인품 좋다, 기품 있다, 명랑하다, 진중하다, 진실하다, 진지하다, 정직하다, 믿음직스럽다, 듬직하다, 훈훈하다, 우아하다, 고품스럽다, 수수하다, 고상하다, 품위 있다, 진솔하다, 솔직하다 등등 개인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너무나 많다. 왜 하나의 가치로 잣대가 되고 기준이 되는지 씁쓸하다. 외모를 개그 소재로 함이 아쉽다. 훌륭한 한 사람이 하늘에서 더 사랑받음을 추모한다.

 

The Oak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Summer-rich

Then; and then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참나무

 

​네 삶을 살아라,

젊거나 늙거나,

저 참나무처럼,

 

봄에는 금빛으로,

빛나고,

짙푸른 여름

그러자 다음

가을이 물든

온전한 금빛

다시.

 

잎이 모두

떨어져도,

보라, 그는 서있다,

줄기와 가지

벌거벗은 용기.

 

Flower in The Crannied Wall

 

Flower in the crannied wall,

I pluck you out of the crannies,

I hold you here, root and all, in my hand,

Little flower--but if I could understand

What you are, root and all, and all in all,

I should know what God and man is.

 

벽 틈에 핀 꽃

 

벽 틈에 핀 꽃,

틈에서 뽑아,

여기, 뿌리째, 내 손에 있다,

작은 꽃이나 네가 무엇인지

뿌리마저 모두 이해한다면,

신과 인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리.

 

82세에 쓴 참나무 시는 요새 코로나로 힘든 사회나 인생에 용기를 주는 시다. 학생들이나 구직자들이나 자영업자, 인생을 끝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 의지를 가지고 굳건히 생을 지켜나가야 한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쓰러지지 않는 참나무가 되자. 켈트족엔 시인이며 사제인 드루이드란 직위가 있는데 영화서는 악인이지만 원래 그렇진 않다. 드루이드 뜻이 참나무의 지혜이다. 테니슨도 영국인이니 아일랜드나 웨일즈에 남아있는 켈트족 신화를 알고 참나무를 지혜의 의미로 생각하고 썼을 거 같다. 한국에선 쓰임이 좋아서 진짜 나무란 의미지만 그 쓰임은 인간으로 비유하면 지혜가 될 수 있고 올바르단 의미도 있으니 켈트 신화와도 맞다.

그는 범신론자이며 마지막 시는 그 사상을 잘 나타낸다. 자연을 이해한다면 신도 이해할 수 있다는 자연에 신이 존재한다는 의미의 철학 시다. 임종 때는, 우주의 무한성과 다른 행성 생명체 존재를 주장한 철학자 지오다노 브루노와 자연주의 철학자 스피노자를 칭찬했다.

우주의 본질은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자였고 아들도 아버지가 전형적인 기독교인은 아니라고 한다.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으며 지금으로 보면 우주 무한대를 이미 알고 있었던 지식인이다. 그는 아마 우주의 다른 곳에서 친구가 살아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을지도. 토마스 에디슨은 말년에 테니슨이 자기 시를 읽는 음반을 만들었고, 테니슨은 80대까지 글을 계속 썼으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다. 마지막 말은 “아, 저 언론에는 이제 내가 있을 거야!”였다.

그대는 쓸모없이 녹슬어 가는가, 쓸모 있게 닳아 가는가? 새해를 맞아 당신은 모든 것을 잃어도 당당하게 서 있는 참나무인가, 잃은 게 아쉬워 시들은 죽은 나무인가? 테니슨은 빛을 내라고 말한다. 새해 우리는 더 많이 성장할 것이다.

“얼마나 따분한가.

멈춰서는 것. 끝내는 것.

닳지 않고 녹스는 것.

사용하지 않아 빛을 내지 못하는 것.”

앨프리드 테니슨(사진=위키백과 갈무리)
앨프리드 테니슨(사진=위키백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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