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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is 뭔들]

원작의 세계 속으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

2020. 12. 08 by 김정은 전문 기자
윌리엄 셰익스피어(사진=위키백과 갈무리)
윌리엄 셰익스피어(사진=위키백과 갈무리)

한국 번역 문학은 오류가 많다. 영문과를 나오고 외국 명문대에서 박사를 하고 교수를 해도 주어, 서술어, 동사, 명사 구분도 틀린 책도 많이 봤다. 어느 교수도 나처럼 번역을 개탄한다. 나도 번역이 완벽하지 않지만 아무리 틀려도 저런 식보단 나은 거 같아 번역을 해보았다. 문학의 부재는 인간성의 상실이다. 외국 좋은 작가들의 많은 시들을 어감을 잘 살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Bard of Avon(에이번의 시인)’, 출생지를 따라 별칭이 붙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국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시를 보이고자 한다.

William Shakespeare는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 극작가이며 시인이며, 1564년 4월 26일에 태어나 1616년 4월 23일에 사망한다. 동료 극작가 벤 존슨은 셰익스피어를 일컬어 한 시대가 아닌 만세를 위한 작가라고 칭하지만, 한 나라가 아닌 세계를 위한 작가다. shake 흔들다 이름처럼.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어왕> 등 38편의 희곡과 여러 권의 시집 및 소네트집이 있다. 보통 그의 희곡만 떠올리는데 희곡 자체도 시적인 글들이고 실제 시인이기도 하다.

소네트는 14줄로 이루어진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시며 기승전결이 있다.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에 따라 각운이 abba/ abba/ cde/ cde(페트라르카식 소네트)이며 영국에 와서 abab/ cdcd/ efef/ gg(셰익스피어식 소네트)가 되었다. 마지막 음운이 저런 형식을 가지는데 그걸 찾아보며 읽는 재미도 있다. 소네트 15의 마지막 부분 you, new, 33에서 eye, alchemy 마지막 철자가 다르나 간혹 발음 일치로 맞추기도 한다. 셰익스피어는 각운을 맞추느라 문장 순서를 바꾼 게 많아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한다.

셰익스피어는 여성이란 얘기도 있고,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썼다고도 하고, 여러 작가가 썼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역사상 실존인물이기에 억측이다. 여러 작가라면 기록에 남지 않을 수 없고, 베이컨은 진지한 철학자라 유머가 없고 출세지향주의자라 이름을 감출 이유가 없다. 극장을 운영하기도 하고 활발한 활동을 한 걸 보면 사회상으로 볼 때 여성도 아니고, 극적 전개와 유머러스한 필체, 연금술에 심취해서 시에서 금빛, 금색, 도금, 연금술 단어의 중복만 보더라도 일관성 있기 때문에 한 작가로 봄이 타당하다.

유산에 그의 작품이 상속되지 않아 여러 작가설이 있으나,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엔 저작권이 없어 공동재산이었다. 그 많은 희곡을 어떻게 다 썼나하지만 햄릿이니 리어왕이니 지금 잣대로 보면 표절이고 베니스의 상인이나 대부분 희곡도 설화가 근간이라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이 구성이나 대사와 문체에 나타나는 그의 작품의 천재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당시 시대상에 비해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여성이 주역을 담당하고 오셀로에서는 가정 내 여성의 억압적 삶을 조명하는 등 여권주의 작품도 많다.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셰익스피어의 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셰익스피어 번역은 천 명이 하면 천 명이 다 다르다는 말이 있다. 칸트 해석도 칸티안(칸트 연구자)마다 다른 것과 같다. 여기서 셰익스피어 소네트 15, 20, 33을 소개하여 기존 번역 오류도 바로 잡아 다른 번역본에서 볼 수 없는 시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원문은 정통 영국 본으로 셰익스피어의 고전적 감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SONNET 15

 

When I consider every thing that grows

Holds in perfection but a little moment,

That this huge stage presenteth nought but shows

Whereon the stars in secret influence comment;

When I perceive that men as plants increase,

Cheered and cheque'd even by the self-same sky,

Vaunt in their youthful sap, at height decrease,

And wear their brave state out of memory;

Then the conceit of this inconstant stay

Sets you most rich in youth before my sight,

Where wasteful Time debateth with Decay,

To change your day of youth to sullied night;

And all in war with Time for love of you,

As he takes from you, I engraft you new.

 

소네트 15

 

모든 성장하는 것을 생각하면

완벽함은 순간이고

위대한 시기는 허무하나,

별들이 비밀스러운 조언을 준다.

식물이 자라는 것처럼 사람도

하늘의 갈채와 변화를 겪고,

젊은 수액을 자랑하고 절정에서 내려가며,

위대한 시기는 잊혀 진다는 것을.

짧게 머문다는 생각은 내 보기에

너의 젊음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고,

파괴적인 시간이 너의 젊은 낮을

나이든 밤으로 바꾸려 쇠퇴와 다툰다.

너에 대한 사랑을 위해 시간과의 모든 전쟁에서

시간이 너를 데려가면 나는 너를 새롭게 탄생시키리.

 

동사 shows를 명사, 쇼라는 오역이 많은데 잘못이고, 식물에 빗댄 수액을 젊은 피, 혈기로 하면 은유가 사라진다. 시간이 흐르면 나이드니 sullied night을 방탕, 쾌락, 난잡하다로 이해하면 안 된다. 셰익스피어는 대구를 잘 쓰는데 젊은 날보다 젊은 낮과 늙은 밤, 대구로 봐야 옳다. 원문에 시간과 쇠퇴가 대문자로 고유명사처럼 처리해서 시간의 신, 쇠퇴의 신을 의미하고 둘이 서로 너를 가지려 싸우는 내용이다. 고어 debateth는 battle 다투다 뜻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쇠퇴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시간은 화살처럼 쏘는 방향, 속도에 따라 갑자기 늙을 수도, 젊을 수도 있지만 쇠퇴는 생로병사를 거쳐 서서히 진행한다. 인간이 천천히 노화를 진행하는 걸 시간이 갑자기 늙게 만들어 시간과 쇠퇴가 싸우는 걸 말한다.

‘슬픔은 시간의 걸음걸이를 헝클어 놓고 고요한 잠을 깨뜨려 버린다. 밤을 아침으로 만들고 대낮을 밤으로 만들고 만다.’ 그의 다른 글에서 보듯 시간은 뒤죽박죽이 될 수 있지만 쇠퇴는 순서가 있다. 그러므로 여기 나오는 전쟁은 두 신의 전쟁이지 인간과 시간의 전쟁이 아니다. 마지막에 ‘시 안에서 너를 새롭게 한다’는 오역도 있는데 없는 걸 덧붙이면 안 된다. 나뭇가지 접붙이는 건데 시적이지 않아 탄생으로 하였다.

 

SONNET 20

 

A woman's face with Nature's own hand painted

Hast thou, the master-mistress of my passion;

A woman's gentle heart, but not acquainted

With shifting change, as is false women's fashion;

An eye more bright than theirs, less false in rolling,

Gilding the object whereupon it gazeth;

A man in hue, all 'hues' in his controlling,

Much steals men's eyes and women's souls amazeth.

And for a woman wert thou first created;

Till Nature, as she wrought thee, fell a-doting,

And by addition me of thee defeated,

By adding one thing to my purpose nothing.

But since she prick'd thee out for women's pleasure,

Mine be thy love and thy love's use their treasure.

 

소네트 20

 

내 열정의 주인이여,

그대는 자연이 그린 여성의 얼굴이나,

경솔한 여인네들이 하듯 변덕스럽지 않은

관대한 여인의 마음을 지녀,

눈은 더 빛나지만 한 눈 팔지 않습니다.

눈빛이 닿는 곳은 금빛으로 빛나기에

그 중에 그대가 있고 추종자들을 거느려

남자들의 눈을 훔치고 여자들의 영혼을 깨웁니다.

그대는 여자를 위해 먼저 창조되었으나

자연의 여신이 그대를 매혹적일 정도로 만들었기에

그대로 인해 나마저 굴복했습니다.

나의 연인에게 무의미한 하나를 붙여,

그녀가 여성들의 즐거움을 위해 당신을 선택했기에,

나의 것은 그대의 사랑이 되고

그대 사랑의 쓰임은 그들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여성으로 만들었다가 남자로 했다는 기존 번역은 다 오류다. 그는 분명이 for woman을 써서 여성을 위해 남성을 만들었다고 명확히 밝힌다. defeat를 (너를) 빼앗기다로 번역한 것도 있지만 밑에 나의 것이 그대의 사랑이 되었다고 그와 사랑하고 있으니 뺏긴 게 없다. 그러니 defeat를 굴복시키다로 해야지 빼앗기다로 하면 안 된다. my purpose nothing을 ‘내게는 소용없는’ 으로 해석하지만 purpose는 연인이다. 나의 삶의 동기, 목적은 연인인 거다.

또한, 이 번역의 핵심은 hue 번역이다. 형상, 미모, 용모로 한 번역도 있지만, 미다스의 신화를 차용하고 당시 유행하던 연금술을 인용해서 미다스의 손처럼 다 금이나 금빛으로 물들이는 걸 말한다. 셰익스피어는 연금술에 빠져서 소네트 33에서 보듯 gilding과 연금술 단어를 많이 쓴다. 그에게서 연금술은 물질적 금이 아니라 빛남으로 사용한다. 눈이 응시하는 대상이 다 금박이 되는 거니 hue, 색조는 그 금색을 말하는 거고 그가 응시하는 그의 추종자들을 상징한다. 그래서 hues, 복수로 해 구체적 사람들을 지칭한다.

use를 도구로 해석하면 오류이며 쓰임, 사용이 맞다. 성적 행동을 상징한다. 셰익스피어가 저런 내용의 시 때문에 동성애자란 말도 있는데 그 당시 상황을 지금의 잣대로 보면 안 된다. 여성의 사회 활동이 거의 없는 시대에 자주 보게 되는 동성끼리 호감을 가질 수 있다. 현대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 고대로부터 성장하지 못한 관습, 문화라고 생각해야 한다.

 

SONNET 33

 

Full many a glorious morning have I seen

Flatter the mountain-tops with sovereign eye,

Kissing with golden face the meadows green,

Gilding pale streams with heavenly alchemy;

Anon permit the basest clouds to ride

With ugly rack on his celestial face,

And from the forlorn world his visage hide,

Stealing unseen to west with this disgrace:

Even so my sun one early morn did shine

With all triumphant splendor on my brow;

But out, alack! he was but one hour mine,

The region cloud hath mask'd him from me now.

Yet him for this my love no whit disdaineth;

Suns of the world may stain when heaven's sun staineth.

소네트 33

 

수많은 장엄한 아침을 나는 보았습니다

제왕의 눈으로 산꼭대기를 돋보이게 하고,

금빛 얼굴로 푸른 초원을 입 맞추며

천상의 연금술로 창백한 개울을 금빛으로 물들입니다.

곧 낮은 구름이 찌푸린 조각구름으로

천상의 얼굴에 떠올라

아침은 쓸쓸한 세상에서 얼굴을 숨기고,

부끄러워 몰래 서쪽으로 자취를 감춥니다.

그나마 나의 태양도 한 날 빛났지만

의기양양한 장대함으로 나의 이마에서,

슬프도다, 고작 한 시간 뿐,

바로 구름이 나로부터 그를 가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나의 사랑은 조금도 그를 경멸하지 않습니다.

천상의 태양이 질 때 세상의 태양도 지리.

 

산꼭대기를 돋보이다를 아첨하다나 쓰다듬다로 번역한 건 오류다. 태양이 산에게 아첨할 일은 없다. 해가 떠서 밝게 돋보이게 하는 거다. 슬프도다를 빌어먹을 이라고 한 번역도 있는데 잘못이며 시어로도 좋지 않다. 마지막도 더럽히다로 번역한 것도 있는데, 저녁이 와서 금빛이 검게 얼룩지는 거다. 사랑이 사라지는 거라 시적으로 그냥 진다로 했다. 첫 줄의 진행형은 영어식이라 한글 어법이 아니기에 보아왔습니다 보다 보았습니다로 해야 맞다.

마지막 구절은 윌리엄 워즈워드 등 많은 영국 시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시는 시인이 번역해야 어감이 잘 산다. 문법만 맞다고 시가 아니다. 오역은 셰익스피어를 대중에게서 멀어지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4대 비극 중 <햄릿> <리어왕> <맥베스>는 영웅주의 신화에 따른 권력의 비극이고 <오셀로>는 가부장제의 권력 비극이며, 모두 전체 내용상 비극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지막만 불행이고 유쾌한 대사가 많아 4대 비극에 못 들어갔다 생각하지만 다 합쳐 5대 비극이라 해도 된다. Drama(문학에선 연극)에 있어 엘리자베스 시대는 런던 극장들을 위해 쓴 것을 말하니, 극장들이 막을 내릴 때까지 엘리자베스 이후 3대까지 포함한다. 그래서 여왕 사후 순서대로 쓴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도 엘리자베스 시대라 하며, 그 시대 사람들은 위대한 인물의 성공과 불행만 비극이라 생각해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빠졌다고 저명한 셰익스피어 학자들도 그렇게 말한다.

또한 햄릿 숙부와 리어왕 두 딸의 찬탈의 비극, 마녀들 농간에 의한 맥베스의 반역의 비극을 교훈으로 제임스 1세(스코틀랜드 왕일 땐 제임스 6세, 잉글랜드 왕일 땐 제임스 1세로 칭함)의 왕권신수설을 강조하고 왕권 강화를 위해 선정했을 듯하다. 새 왕이 된 그를 추앙하기 위해 그의 재임기 작품 대부분만 4대 비극으로 했다는 주장도 있다. 학생들에게 많이 읽히는 명망 있는 미국 도버 출판사에선 <리어왕>을 빼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4대 비극으로 넣기도 하니 각자의 판단대로 분류해도 된다. 셰익스피어는 명언 왕이기도 했다.

불성실한 벗을 가질 바에야 차라리 적을 가지는 편이 낫다. 천박한 친구처럼 위험한 것은 없기에.

사람과 사람의 우정은 현자라도 맺기 어려운데 어리석은 자는 너무나 쉽게 잃는다.

사랑에는 진실이 넘치지만 정욕에는 날조한 허망이 가득 차 있다.

​“지금이 최악의 사태다”라고 말할 수 있을 동안은 아직도 최악이 아니다.

은혜 모르는 자식을 둔 아버지의 괴로움은 독사 이빨에 물리는 것보다 더하다.

꽃에 향기가 있듯 사람에게도 품격이 있다. 그러나 꽃도 생명이 생생할 때만 향기가 신선하듯 사람도 마음이 맑지 못하면 품격을 보전하기 어렵다.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오히려 냄새가 고약하다.

무식은 신의 저주며, 지식은 하늘에 이르는 날개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셰익스피어가 여성이었다면 그렇게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하며, 여성들이 글 쓸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 하나라도 있다면 더 많은 문호가 나올 것이라 했다. 전 세계 셰익스피어 문학상이 많으니 도전해보면 좋을 듯하다. 방을 가진 여성들이여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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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020-12-09 10:50:52
아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