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말을 걸다
- 마혜경아무도 말 걸지 않는 카페 구석에서
혼자 적막을 지우고 있다
어둠을 끌어당기고 밟은 후
전류를 환상적으로 퍼트리면
벽에 새겨진 적막은 사라지고 더이상 울지 않는다
주인을 떠난 목소리가
들어 줄 주인을 찾아간다
찻잔들이 소란스럽게 테이블을 오고간다
의자가 당겨지고 누군가는 웃는다
적막이 지워진 벽에 이제 슬픔 하나만 남았다
강한 전류에도 사라지지 않고
빛으로도 지울 수 없는
오래된 슬픔이 말을 걸어온다
문이 열리면
차가운 바람과 함께 슬픔에 도달해
조용한 대화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