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은 목적 없이 나에게 돌아와
싫었어
귀신이 되지 못한 것들의 침묵이
내가 숨을 성을 쌓았어
성난 아버지의 표정을 모아
밥상을 만들고
구멍난 양말에 머리를 집어넣고 싶었어
망령이 되면 좋은 것
이 방은 항상 떳떳하고
그릇들, 사진들, 처연한 병들
깨지지 않는 대신
녹아버리고
그랬어
평범은 평화
호피 무늬에 그려진 눈들을 하나 둘 세고
바닥엔 얼음
나비
누군가 말했는데
누군가 바람을 불었는데
성냥을 키면 하늘을 향하는 불꽃이
그래, 흔들렸어
내 손은 목적없이 나를 떠나가
마구 깨문 자리
싫었어
어디론가 닿으면 기별을 남겨줘
불꽃 위에 얼음을 올려두었어
내가 눈을 깜빡이는 줄 알았는데
전등이 명멸하는 중이었다고,
그랬어
왜
누군가 바람을 불었는데
그때마다 혼자 앉아 기다렸어
얼음도 피도 나비도
내 탓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