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과
- 마혜경
순녀 씨네 가족은 강원도 큰 언니네 과수원으로 휴가를 갔다 올라오는 날 수고비라며 사과 다섯 박스가 트렁크에 실렸다 뒤에 앉은 딸과 순녀 씨는 도로의 사정에 따라 좌우로 흔들렸다 차가 멈췄다 조금 달렸다 딸의 노래가 잠들었다
잠시 후 오른쪽 길입니다
남여주 IC로 빠져나오니 이제 길이 뚫렸다
콰과 쾅,
추월하려던 대형 크레인이
뒤늦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반 바퀴를 돌고 멈췄다
순녀 씨와 딸은 아직 모른다
사과가 대신 터졌다는 걸
여태 사과향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어떤 사과는
자신의 쓸모를 다르게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