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왔는데 대접할 게 없으니 불이라도 쬐고 가라는 건지 바바는 깡통을 내려놓고는 즉시 불씨가 남아 있는 통나무 앞에 앉아 불을 살리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오르는 통나무 밑동에 검불을 모아 쑤셔 넣고 엎드려 후우우 후우우 몇 번 길게 불자 불꽃이 살아났다. 불 주변에 둘러앉은 우리 손님들은 다들 '거 참 신통하군' 하는 눈치였다.
불꽃을 살려 놓은 바바는 스적스적 마당 주변의 덤불 속으로 들어가더니 금방 삭정이들을 한 아름 안아다가 불 옆에 놓고 한 가지 한 가지 차곡차곡 불 위에 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엎드려서 후우우 불자 불꽃이 기세 좋게 피어올랐다.
바바는 통나무 밑의 식은 재를 모아 놓고 거기에 깡통에 든 물을 조금 흘려서 걸쭉한 반죽을 만든 다음에 깡통 바닥과 표면에 얇게 발랐다. 한 번 다 바른 후에 또다시 발랐다. 번쩍번쩍하던 깡통이 금세 토기 비슷하게 변했다. 우리는 바바가 왜 깡통 전체 표면에 재를 두 번이나 칠했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바바가 그 깡통으로 무엇을 하는지를 보면 알게 될 일이었다.
바바는 다시 삭정이들을 하나하나 불 위에 올렸고 불꽃은 연기와 함께 피어올랐다. 바바는 두 손을 펼쳐 그 열기를 쬐면서 낮은 목소리로 시를 읊듯이 담담하게 노래를 했다. 우리가 아는 종류의 노래는 물론 아니다. 담담했지만 분명 그럴듯한 운율이 있기에 노래라고 한 것인데 그것은 일종의 주문일지도 몰랐다.
바바가 노래를 마치자 불꽃은 거의 사그라지고 알불만 남았다. 바바는 그 알불 위에 재를 바른 깡통을 올려놓았다. 나는 알았다. 바바는 깡통을 아끼는 마음에서 깡통에 검댕이 시커멓게 끼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깡통에 재를 미리 칠했으며 재 위에 낀 그을음은 재와 함께 쉽게 씻을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그것을 알았을 것이었다.
마침내 몽사가 입을 열었다. 본격적인 취재, 혹은 인터뷰를 시작한 것이었다.
"뭘 끓이는가?"
"감자 두 알."
"감자 두 알? 아침 식사인가?"
"그렇다."
“취사는 늘 이 마당에서 하는가?”
“동굴 안에서 불을 때면 연기가 맵다.”
몽사의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이 동굴은 오랫동안 불교 수행자들의 임시 거처였다. 당신 같은 힌두 수행자는 드물었을 것이다.”
바바는 깡통 속에서 물이 끓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 하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수행자들은 모두 같다. 모두 진리의 큰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강물도 바다에 들어가면 하나의 바다이다.”
“당신은 바다에 도달했는가?”
내가 듣기에는 좀 뜬금없는 몽사의 질문이었다. 바바는 김이 나기 시작한 밥통을 바라보며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나는 여러 해 동안 히말라야의 물을 마셨다. 하지만 곧 내 스승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내 고향은 바다가 출렁이는 남인도의 트리밴드럼이다.”
몽사의 눈이 반짝했다.
“트리밴드럼? 나도 트리밴드럼에 가 본 일이 있다. 그곳에 아가스띠야 꾸람이라는 유명한 힌두 사원이 있지 않은가? 외국인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아서 못 가봤다. 혹시 당신의 스승도 거기 사는 분인가?”
“아니다. 하지만 거기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에 사는 스와미 크리슈나 아난다 사라스와티라고 부르는 분이 내 스승이다. 내년에 1백 살이 된다. 스승은 그 마을에서 태어나 한 번도 그 마을을 벗어난 일이 없다. 나는 스승이 1백 살이 되기 전에 찾아뵙고 내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해 드릴 참이다."
바바의 대답은 처음 질문했을 때보다 훨씬 길어졌지만 나는 끝까지 귀를 기울여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