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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소설]

불꽃을 살려 놓은 바바는 스적스적 마당 주변의 덤불 속으로 들어가더니 금방 삭정이들을 한 아름 안아다가 불 옆에 놓고 한 가지 한 가지 차곡차곡 불 위에 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엎드려서 후우우 불자 불꽃이 기세 좋게 피어올랐다.

솔베이지의 노래 [ 81 ] 바다

2020. 09. 09 by 김홍성

 

손님들이 왔는데 대접할 게 없으니 불이라도 쬐고 가라는 건지 바바는 깡통을 내려놓고는 즉시 불씨가 남아 있는 통나무 앞에 앉아 불을 살리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오르는 통나무 밑동에 검불을 모아 쑤셔 넣고 엎드려 후우우 후우우 몇 번 길게 불자 불꽃이 살아났다. 불 주변에 둘러앉은 우리 손님들은 다들 '거 참 신통하군' 하는 눈치였다.

 

불꽃을 살려 놓은 바바는 스적스적 마당 주변의 덤불 속으로 들어가더니 금방 삭정이들을 한 아름 안아다가 불 옆에 놓고 한 가지 한 가지 차곡차곡 불 위에 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엎드려서 후우우 불자 불꽃이 기세 좋게 피어올랐다.

 

바바는 통나무 밑의 식은 재를 모아 놓고 거기에 깡통에 든 물을 조금 흘려서 걸쭉한 반죽을 만든 다음에 깡통 바닥과 표면에 얇게 발랐다. 한 번 다 바른 후에 또다시 발랐다. 번쩍번쩍하던 깡통이 금세 토기 비슷하게 변했다. 우리는 바바가 왜 깡통 전체 표면에 재를 두 번이나 칠했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바바가 그 깡통으로 무엇을 하는지를 보면 알게 될 일이었다.

 

바바는 다시 삭정이들을 하나하나 불 위에 올렸고 불꽃은 연기와 함께 피어올랐다. 바바는 두 손을 펼쳐 그 열기를 쬐면서 낮은 목소리로 시를 읊듯이 담담하게 노래를 했다. 우리가 아는 종류의 노래는 물론 아니다. 담담했지만 분명 그럴듯한 운율이 있기에 노래라고 한 것인데 그것은 일종의 주문일지도 몰랐다.

 

바바가 노래를 마치자 불꽃은 거의 사그라지고 알불만 남았다. 바바는 그 알불 위에 재를 바른 깡통을 올려놓았다. 나는 알았다. 바바는 깡통을 아끼는 마음에서 깡통에 검댕이 시커멓게 끼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깡통에 재를 미리 칠했으며 재 위에 낀 그을음은 재와 함께 쉽게 씻을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그것을 알았을 것이었다.

 

마침내 몽사가 입을 열었다. 본격적인 취재, 혹은 인터뷰를 시작한 것이었다.

 

"뭘 끓이는가?"

"감자 두 알."

"감자 두 알? 아침 식사인가?"

"그렇다."

취사는 늘 이 마당에서 하는가?”

동굴 안에서 불을 때면 연기가 맵다.”

 

몽사의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이 동굴은 오랫동안 불교 수행자들의 임시 거처였다. 당신 같은 힌두 수행자는 드물었을 것이다.”

바바는 깡통 속에서 물이 끓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 하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수행자들은 모두 같다. 모두 진리의 큰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강물도 바다에 들어가면 하나의 바다이다.”

당신은 바다에 도달했는가?”

 

내가 듣기에는 좀 뜬금없는 몽사의 질문이었다. 바바는 김이 나기 시작한 밥통을 바라보며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나는 여러 해 동안 히말라야의 물을 마셨다. 하지만 곧 내 스승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내 고향은 바다가 출렁이는 남인도의 트리밴드럼이다.”

 

몽사의 눈이 반짝했다.

트리밴드럼? 나도 트리밴드럼에 가 본 일이 있다. 그곳에 아가스띠야 꾸람이라는 유명한 힌두 사원이 있지 않은가? 외국인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아서 못 가봤다. 혹시 당신의 스승도 거기 사는 분인가?”

아니다. 하지만 거기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에 사는 스와미 크리슈나 아난다 사라스와티라고 부르는 분이 내 스승이다. 내년에 1백 살이 된다. 스승은 그 마을에서 태어나 한 번도 그 마을을 벗어난 일이 없다. 나는 스승이 1백 살이 되기 전에 찾아뵙고 내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해 드릴 참이다." 

바바의 대답은 처음 질문했을 때보다 훨씬 길어졌지만 나는 끝까지 귀를 기울여들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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