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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소설]

우리는 굴 주변의 잡석 중에서 엉덩이 붙이기 좋은 돌을 찾아 깔고 앉았다. 잠시 후 취생과 스님이 도착해서 굴 앞으로 가고 있을 때 바바가 나타났다. 바바는 노란 천으로 아랫도리만 여민 반라였으며 손잡이 달린 스테인리스 깡통을 들고 있었다.

솔베이지의 노래 [ 80 ] 방문

2020. 09. 08 by 김홍성
ⓒ김홍성

 

큰 바위에서 내려섰을 때 운무 속에서 나타난 사람은 무상 스님이었다. 스님은 차곡차곡 접은 수건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박쥐 바바처럼 혼자 목욕을 하고 명상을 하려는 걸까? 혼자 있는 스님을 본 것은 여러 날 만이었다. 스님은 늘 취생과 함께 있었다. 욕숨에서부터 따또바니까지 취생이 스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스님, 상좌는 어디다 두고 혼자 오세요?”

취생은 내가 나온 것을 모를 겁니다. 온천욕 했으니 푹 쉬라고 깨우지 않았어요.”

스님도 어제 온천욕 하셨잖아요?”

저는 구경만 했어요.”

잘 하셨습니다. 지금은 온천에 아무도 없어요. 좀 전까지는 저 말고 또 한 사람이 있었죠. 누군지 절대 모르실 겁니다.”

! 절대? 한 시간 쯤 전에 봤어요. 비썩 마른 또 한 사람을.”

아이쿠야!”

스님은 아직도 탕 속에 앉아 있으면 쫒아낼 작정으로 다시 왔다며 웃었다.

바바는 동굴에서 지난겨울을 났다고 하더군요. 동료들과 함께 곧 방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스님도 가실 거죠?”

그럼요. 지나가는 길에 알려 주세요.”

 

숙소에 돌아와 보니 아네이 혼자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있었다. 아네이는 밀크티 좋아하세요?’라고 묻고는 숙소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우유를 팔러 온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아네이는 물이 끓자 차를 털어 넣었다. 다시 우유를 넣고는 거품이 일기 직전에 불을 끄고 채에다 거르면서 컵에 따랐다.

 

다들 어디 간 거죠?”

차 마시고 산책 갔어요. 우유 팔러 왔던 사람을 따라 갔을 겁니다. 이제 올 때가 됐어요.”

아네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몽사가 들어섰다. 몽사에게 말했다.

온천탕에서 바바를 만났습니다.”

바바?”

동굴을 차지한 힌두 수행자 말입니다. 동굴로 찾아가겠다고 했더니 아무 말도 안 하더군요.”

대답을 안 한 것은 일종의 허락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이라도 갈까요?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슬슬 준비해서 출발합시다. 그런데 빈손으로 가기가 좀 그러네요.”

가서 상황을 보고 다리 건너 가게에서 사는 건 어떨까요?”

그럽시다.”

 

나는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부탄 여성들에게 바바를 만날 거라고 했다. 부탄 여성들은 모처럼 날씨가 좋다면서 빨래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동굴 앞 공터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큰 통나무에서 피어나는 연기였다. 그 앞에 바바가 앉아 있었을 법한 넓적한 돌도 있었다. 나는 동굴 속을 향하여 바바지 바바지 하고 두어 번 불렀다. 몽사도 바바지 하고 한 번 더 불렀다. 하지만 안에서 대답이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없었다. 갑갑했다.

 

안에 있는 건가, 없는 건가 ........”

없나 봅니다.”

들어가 볼까요?”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있으면 나올 테고 없다고 해도 남의 집인 걸 알면서 들어가기가 좀 그러네요.”

그렇군요. 일단 기다려봅시다.”

 

우리는 굴 주변의 잡석 중에서 엉덩이 붙이기 좋은 돌을 찾아 깔고 앉았다. 잠시 후 취생과 스님이 도착해서 굴 앞으로 가고 있을 때 바바가 나타났다. 바바는 노란 천으로 아랫도리만 여민 반라였으며 손잡이 달린 스테인리스 깡통을 들고 있었다.

"나마스테..."

몽사와 나는 약속이나 한듯이  바바를 보자마자
일어서서 합장으로 맞이했다. 스님과 취생도 굴 앞으로 가다말고  돌아서서   다소곳이 합장을 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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