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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해녀에게 바다는 삶의 무대이자 무덤

해녀들의 물빛보다 빛나는 위대한 삶, 생존의 소리 '숨비'

2020. 08. 04 by 조연주 여행작가

제주도는 마을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어딜 가도 비슷한 돌담과 바다를 볼 수 있지만 뭔지 모를 그 마을만의 느낌이 있다. 제주 동쪽 마을은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매력이 있어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그 중에서 하도리 마을은 조용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집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제주 하도리 마을
제주 하도리 마을

 

하도리는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해있다. 북쪽으로는 바다에 인접하고 있는 농촌 마을이다. 긴 해안을 끼고 있으며, 주변에 긴 모래 해변을 가지고 있다. 이 곳의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데에는 철새도래지가 한 몫 한다.

 

제주 하도리 철새도래지
제주 하도리 철새도래지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철새도래지는 일몰 여행지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앞에 잠시 앉아 사색하기에도 꽤 멋지다. 철새도래지 호수 너머로 보이는 우직한 모습의 지미봉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상까지 오르고 싶어진다. 사시사철 이색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특히 가을빛이 호수와 만나는 시기에는 숨죽여 침묵하게 된다. 하도리는 나에게 생각할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최적의 장소였다.

 

해녀 벽화
해녀 벽화

 

하도리에는 해녀박물관도 있다. 해녀의 역사와 삶을 느낄 수 있는 해녀 마을이기도 하다. 실제로 근처 바다에 나가면 물질하고 있는 해녀들을 볼 수 있다. 조용한 날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휘~, , 휘 하는 소리가 들린다. 해녀들이 숨을 참았다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 때 나오는 숨소리인데, 이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몸속의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내뱉는 생존의 소리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 겁이 나서 주위를 계속 둘러보곤 했었다.

자세히 듣고 있으면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바다가 좋아서 바라볼 때와는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저 숨비소리가 얼마나 많은 인내 뒤에 뱉어지는지, 하나라도 더 건져서 가족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노력하는 생존의 숨소리라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흡이 아닐까. 해녀들이 물질하는 시기에는 해산물도 판매하는데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해녀 벽화
해녀 벽화

 

지구상에서 가장 진취적인 여성이라는 해녀들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가 있는데 다큐멘터리 <물숨>이다. 살기 위해 숨을 멈춰야만 하는 여인들의 진짜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그녀들의 삶은 물빛보다 더 빛나고 위대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제주의 속살과 해녀, 제주 어머니의 삶을 알고 싶다면 꼭 한 번 보길 추천하고 싶다. 자연과 함께한 그녀들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해녀 벽화
해녀 벽화

 

그 누구도 바다와의 아픈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바다를 외면하지 못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사계절 내내 바다에서 살아간다. 해녀에게 바다는 삶의 무대이자 무덤이라는 말이 아주 조금은 와 닿는다.

바다는 사람이 위로해줄 수 없는 삶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유해준다. 그런 바다 속에서 눈물을 삼키고 웃음을 던지는 해녀들의 삶이야말로 제주의 역사이자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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