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다
윤한로
아, 그렇구나
우리들이 사랑했던
아니 우리를 사랑했던, 먹여살렸던
일도, 일터도 돌아오고
이 아픔 지나가면
이 시간 이겨내면, 겪어내면
하늘도 돌아오고
새도 나무도 바람도 구름도
덩달아 돌아오고
낮과 밤, 아침과 노을, 어둠
그러고 보니 우리를 덮었던 어둠은
괴로움은 얼마나 깊고 그윽했던가
그대도, 멀리서 그대들도 돌아오고
이제 다시는 미워하지 않으리
나 또한 어디선가 돌아오고
맑아져선
진실해져선
겸손해져선
한껏 낮아져선
시작 메모
보라, 사람이 아프니 다 아프다. 식당도 아프고 철물점도 아프고, 이발소도 미용실도 통닭집도 농약집도 튀김집도 구멍가게도 도장집도 다 아프다. 하늘도 땅도 나무도 새도 나비도 풀도 돌도 구름도 시간도 강물도 도무지 아프지 않은 게 없다. 그런 이때 아프지 않은 나는, 시는, 책은, 이슬은, 별은 얼마나 부끄러운가, 뻔뻔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