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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윤한로 시 ] 습작 노트

2020. 04. 05 by 윤한로 시인

습작 노트
  
윤한로


못 쓴 시는
감동적이다
너무나 아프고 괴롭고
적어도 나한테는
그거야말로 진짜다
짜가가 아닌
그러나 그거야말로
절망적이라서 감동적일 뿐
절망적이라서 진실일 뿐
못 쓴 시는
못 쓴 시라기보다
못난 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못난 시여 그러니 그대
라리 한껏, 호박 들어
밤하늘 별이나 우러르라

 

 


시작 메모
절대로 잘 쓰려고 마라. 시를 가르칠 때 못 쓴 시를 쓰라고 한다. 기교가 꽝인 시를 쓰라고 한다. 잘 쓰려고 한 시들은 아픈 곳들이, 괴로운 곳들이 전혀 없다, 어디서 벌써부터 이 따위를 배웠느냐, 버리라고 한다. 태우라고 한다. 그러나 내 시창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애들은 곧 잘 쓴 시 쪽으로 다시 기운다. 시큰둥, 괴상한 선생을 하나 만났구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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