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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윤한로 시] 눈

2020. 02. 02 by 윤한로 시인


   
윤한로


김홍도 얼마나 울적했으면
양반이구 생원이구 총각이구 머슴이구 애덜이구 머구
양반이구 신선이구 새구 벌레구 오리구 머구
죄다 쌍눔 얼굴 쌍눔 코 쌍눔 귀 쌍눔 입 쌍눔 웃음
쌍눔 눈 쌍눔 눈썹
좁쌀처럼 쥐똥처럼 제기! 까끄라기처럼 찍찍 찍어 발랐네
옴팍 눈 우묵 눈 둠벙 눈 뚫린 눈 파인 눈 패인 눔 밟힌 눈 깨진 눈 채인 눈 올갱이 눈 메기 눈 메뚜기 눈 잔챙이 눈 고무래 눈 개다리소반 눈 문고리 눈 동고리 눈 소두방 뚜껑 눈 망초 개망초 눈 아주까리 명아주 눈 이스라치 눈 앵도라지 눈 며느리밥풀 눈 꿩에비름 눈 얼기미 눈 굼벵이 눈 째째한 눈 자질구레한 눈 쟁그라운 눈 시시껄렁한 눈 벼룩이 간 눈 피라미 뭣 눈 마늘씨 눈 바가지 눈 멍석 눈 개떡 눈 짝눈이 눈 외눈이 눈 개눈이 눈 지게작대기 눈 우물 속 밥 숟가락 눈 찌긋째긋 눈 흥글항글 눈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네 눈 미친개한테는 몽둥이가 약이지 눈 아암
, 몽둥이가 약이지 눈
김홍도 얼마나 울적했으면 얼마나 꽁했으면
싱그런 쌍눔 눈 쌍눔 마음
아름다운 쌍눔 세상

 


시작 메모
김홍도가 그린 <봄시냇가> 속 오리 눈알을 보고 시를 썼다. ‘시시덕거리는 때아닌 오리새끼 예닐곱 마리 싱겁게 보려면 싱겁게 보라지 우스꽝스럽게 보려면 우스꽝스럽게 보라지 시건방지게 보려면 시건방지게 보라지 시뿌듬 멱을 틀곤 먹물 콕 찍어 바른 듯한 눈알들 참 좋구나다 똑같네. 어쩌자고 죄다 그렇게 그렸누. 그렇게 찍어 발라 놓았누. 아름다운 쌍눔 눈, 싱싱한 쌍눔 마음, 때묻지 않은 쌍눔 세상. 오리구 새구 벌레구 신선이구 양반이구 훈장이구 생원이구 초시구 노론이구 소론이구 호조, 병조, 옥당이구 삼정승 육판서 떨거지구 총각이구 머슴이구 뭐구 다. 싱거워라. 해맑아라. 싱그러워라. 우스꽝스러워라. 참으로 슬퍼라. 아파라. 김홍도 그 꽁한 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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