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윤한로
1
나
여기
이렇게
오기 위해
나
거기
그렇게
멀리 갔네
2
노란 화살표 길바닥 위
그대를 버리고
그대를 찾고
그대를 찾고
그대를 뱉고
나를 찾고
나를 버리고
나를 버리고
나를 줍고
넌더리 나도록, 너덜너덜하도록
3
아아,
나 같은 새끼도
거기
갔다 왔네
시작 메모
그 잘난 잘 걷는 법 다 때려치고 애오라지 못 걷고, 못 걷기 위해서 걷습니다. 그대에게서 떨어져, 나무에게로, 나무에게서 떨어져 바람에게로, 바람에게서 떨어져 그림자에게로, 그림자에게서 떨어져 나에게로, 다시 나를 버리고, 나를 줍고, 다시 나를 뱉고, 나를 버리고. 그러다가 문득 한하운 님 문둥이 시인 발 떠올립니다. 그러면 우리들의 발, 발, 발은 뒤틀리고 이지러지는 게 아니라, 어느새 흐르고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