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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윤한로 시] 발
2019. 11. 22 by 윤한로 시인


 
윤한로


산티아고
개똥 길
십팔일 차

입을 봉하고
학식도 언변도 지식도 지혜도
히쭈그레한 마음도 봉한다
비옷 뒤집어쓴
그림자 따위
싹 봉한다

풀에 걸려 넘어질 듯
무투름, 이지러진 발

진종일
고된 발 묵상
발 기도
발 피정이
하염없이 기쁘다

애법 성인이라도 된 양

 


시작 메모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발부터 씻어 주고 닦아 주고 주물러 주고, 가슴팍까지 끌어올려 껴안아 준다. 발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마음이다. 무투름, 이지러진 발아, 너만은 실컷 잘난 체해도, 교만해도, 오만방자해도 된다. 가장 높은 곳이 아닌, 가장 먼 곳을 향한(교부들은 그곳이 또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도 하겠지) 우리네 발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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