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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세미나
2019. 09. 11 by 윤한로 시인

세미나
 
윤 한 로


, 사람들 방구석 같은 데 뫄 놓고
잘난 체 이빨 까는 게 싫여
또 그 앞에 빙 둘러앉아 홀짝홀짝 차를 마시며
마냥 헬렐레하는 것조차도 너무 싫여
마침내 안 되겠다, 이쯤 찌그러져얐다
오줌 누러 가는 척 자리를 뜬다
별이 반짝이는 하늘, 그러나 밖은 너무 춥다
무얼 빨러 나 여기 쫓아왔나
늦은 밤 집에 돌아갈 수도 없는 깊은 산사
진실은 히쭈그레 추운 데서 벌벌 떨며
뼈저리게 후회한다 쌍욕도 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어라, 그리하여 진실은
바람과 구름 별과 나중에는 오동나무나 담벼락
이런 것들과 얘기를 할 수밖에
비록 아무도 알아 주진 않는다랴만
깔깔거리는 저들 사이비 끝날 때까지, 파랗게 떨며
그리하여 비로소 깨닫는다 진실이란
꽁지머리에 고무신 곧
외모만
그럴 듯할 게 아니라
마음까지 히쭈그레, 찌질해야만 한다는 걸

 


시작 메모
진실은 절대 잘난 체하지 않는다. 무심코라도 남을 깔아뭉개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마다 족족 가르침 주려 하지 않는다. 더듬더듬 눌변이다. 기교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절대 이빨을 까지 않는데, 이빨을 까도 셋 아니면 많아야 넷쯤 뫄 놓고 깔 뿐인데, 그게 또 사람이 아니라 나무나 구름이나 별 이런 것들이다. 진실은 사람들한테 좋게 보이려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 거짓 예언자들에 대해 말한 오늘 복음 말씀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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