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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윤한로 시] 아점

2019. 09. 06 by 윤한로 시인

아점*
  
윤 한 로


오늘도
들꽃
5단 눔
꽁수에 속아
반 집 깨졌다
반 집 깨지는 날은
내 영혼
진종일
맛이
간다
해는 똥구멍에 떴건만
아점부터
빌어먹을, 이야말로 큰 가난 별 고통 겪지 않은
나라는 놈에 말로려니

그림쟁이 최북이는, 그깟 눈 한 짝 필요 없소 푹 찔러 멀게 하곤
미천하기 이를 데 없어라 깨끗하기 이를 데 없어라, 개눈알 박았다
똥구멍이 찢어져라 궁핍했건만
그나마도 자기 배에 얼마나 기름이 끼었다고 생각했으면

             *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밥을 일컫는 신조어.


시작 메모
영조 때 기인 화가 최칠칠 최북, 그 최북으로 시를 쓴 적 있다. 잘 쓴 시는 아니지만 쓰면서 날 괴롭게 했던 아픈 시다. 순 쌍놈 이름 갖고 싶소 / 자 이름 찢어발겨 七七이가 된 / 최칠칠 최북 / 꽃과 짐승과 새와 산과 물을 잘 그렸네 / 비리비리한 덤불 메추라기들 꼬락서니 / 그저 좋아 / 더더욱 잘 그렸네 / 최산수 최메추라기 최북 / 언젠간 불쑥 / 멀쩡한 두 눈이 오히려 죄가 된다오 / 한 짝 눈 푹 찔러 멀게 하곤 / 개눈 박은 최북 / 미천하고 깨끗하기 이를 데 없어라 / 그 개눈, 마침내 / 바닷 속에서 막 뛰쳐나온 / 괴상망칙한 바위 하나 / 지게작대기로 그린 듯 / 굵게 굵게 그렸소 / 까짓 거 팔아 봐야 / 저녁 한 끼 밥 거리도 안 될 틴데 / , 아무도 이길 수 없고 / 아무나 다 이길 수 있는 / 최북 최칠칠이. 기이하고 난폭하고 광활하고 대담하고 거칠고 괴롭고 그러나 자유롭고 외롭고 순수하고 진실하고 비리비리하고 꾀죄죄하고 서툴렀던 최북. 최북은 스스로 잘 그렸다 여기는 작품인데 싼 값을 쳐 주려 하면 제 그림을 찢어 버렸고, 거꾸로 좋잖은 그림이라 여겼는데 비싼 값을 매겨 주리랴면 또 이 자는 그림 값을 모른다그자를 내쳤다. 서울 쪽 친지 집에 갔는데 느즈막하게 아침을 준다. 류현진 선수 야구할 때쯤. 그러면서 이제 저들은 이렇게 아침이 아니라 아점을 먹는다며 주욱 설명한다. 듣기 싫어 흘려보냈다. 그렇다. 전에는 없어서 아점을 먹었는데, 이들 이젠 배가 불러 아점을 먹는 게다. 먹는 거 입는 거 남아 돌고 또 실컷 자고 한다는 게로다. 좋은 말 나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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