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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별, 벨라뎃다

2019. 08. 26 by 윤한로 시인

, 벨라뎃다
     
윤 한 로


저년은
나쁜 년

저년은
못된 년

저년은
교만한 년

그러나
그래서 제 삶은 오히려
기쁘고 고맙고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시작 메모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기 전에, 프랑스 남쪽 시골 루르드에서 사흘 머물렀다. 거기는 160년 전에 가난하고 미천한 물방앗간 소녀 벨라뎃다한테 성모님이 발현한 곳이다. 아아, 하필이면 너 같은 거한테. 벨라뎃다는 사람들로부터 갖은 시기와 질투, 모함과 모략을 받는다. 그 후 수녀원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수도자로서 봉헌하는데 거기서도 숱한 핍박과 멸시, 미움, 비난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늘 온몸이 가시에 찔리는 듯한 병고를 겪으며 마침내 서른다섯 짧은 생을 마친다. 벨라뎃다 성녀가 남긴 기도문은 성녀의 생애 요약이라 할 수 있는데 참으로 단순 소박하다. 자신의 가난에 감사하고, 양을 치고 동생을 돌보고 땔감을 줍곤 하던 어려웠던 시절에 감사하고, 머리가 좋지 않아 아무리 해도 글자를 깨칠 수 없던 일에 대해서 감사하고, 어린 나이에 성모님을 만난 일로 핍박받았던 일, 뺨을 맞았던 일, 마구간에 처넣어졌던 일에 감사하고, 모함당했던 일에 감사하고, 수도원에서는 또 수도원장의 폭언, 다른 수도자들의 비웃음, 심지어 도움이 안 되는 년’, ‘저 벨라뎃다와는 사귀지 마시오라는 비난들에 감사하고, 죽을 때까지 겪어야 했던 흐물흐물한 뼈와 고열, 진통에 감사하고, 그러니까 고통으로 가득 찼던 자신의 삶 전부에 대해 진실되게 감사하는 내용이다. 이 기도문은 산티아고 한 달 까미노 순례길을 걷는 데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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