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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윤한로 시] 갸

2019. 08. 16 by 윤한로 시인


 
- 사다모토에게
   
       

갸는 그대처럼
아름답게 쓰질 못한다
갸는 그대처럼
깜짝 놀래킬 줄도 모른다
갸는 그대처럼
째지게 즐겁거나, 째지게 재미있게
사람들을 홀릴 줄도 모른다
갸는 그대처럼 지적 자극인지
나발인지 도통 불러일으킬 줄도 모른다

갸는 애오라지
굵고 뜨겁게 살아
갸는 애오라지
굵고 뜨겁게 아파하고
갸는 애오라지
굵고 뜨겁게 울고
갸는 애오라지
굵고 뜨겁게 외치고
갸는 애오라지
굵고 뜨겁게 쓸 뿐, 싸울 뿐

갸는 아직
썩어 문드러지지 않았을 뿐
이다

 

 


시작 메모

저번 날이다. 사다모토라는 일본 애니메이터 하나가,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를 놓고, 더러운 소녀상, 현대 예술이 요구하는 재미, 아름다움, 놀라움, 지적 자극성이 전혀 없는 천박함에 질리게 하는 작품이라고, 그야말로 천박하게, 내뱉었다. 그러나 우리 갸들은 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한 시골 구석에서 태어났다. 우리 갸들은 개똥밭두럭에 담배, 고추 농사를 짓거나, 쇠를 깎거나 구둣방, 막노동, 공사판 막일로 똥고생을 하거나 심지어 멍텅구리배까지 탔다. 그러면서 학교를 다니고, 또 핵교를 갔다 오기도 했다. 그래도 갸들 언제나 순박했다. 옳았다. 굵고 뜨거웠다. 역사와 시대의 질곡, 불의 앞에 분명하고 분연히, 아파하고 외치고 실천하고 온몸으로 싸웠다. 그리고 썼다. 현대 예술이라는 허울을 걸친 그까짓 아름다움, 놀라움, 지적 자극성 따위는 박박 찢어 버리고, 짓밟아 버리고, 애오라지 굵고 뜨겁게. 갸들이야말로 진정한 시인, 예술가, 글지이리.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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