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떨어져 물 위에 떠가고

2021-11-24     김문영 글지

<은행잎 떨어져 물 위에 떠가고>

 

희망 고문 붙잡고 삶을 지탱하는 사이

계절은 바뀌어 단풍들고 낙엽진다

희망 고문의 시간 계절이 바뀌는 동안에도

시냇물은 말없이 흐르고

냇가에 심겨진 은행나무

계절의 변화에 노랗게 물든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 노랗다

힘들어 지친 세상도 온통 노랗다

노랗게 지친 사람 사이의 끈은 끊어진 것일까

적막한 시간에도 물은 지칠줄 모르고

노랗게 물든 은행잎 한 잎 두 잎 물 위에 떨어진다

물은 은행잎을 품고 은행잎은 물을 붙잡고

바다를 향해 간다

끊어진 줄 알았던 사람 사이의 끈

자세히 보니 끊어지지 않았구나

이어져 있구나

단단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