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강물, 그리고 배

2021-09-17     김홍관 시인

시간, 강물, 그리고 배

 

시간은 도도히 흐른다.

역사란 시간 위에 얹혀 진 사건일 뿐이다.

나의 일상도 작은 역사일 뿐이다.

 

강물과 시간은 많이 닮았다.

강물은 중력에 의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시간도 중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산물이다.

시간의 중력은 없지 않을까?

 

물은 흐르며 굽은 대로 막힌 대로 그냥 흐른다.

메마른 땅에는 충분히 스미고 난 후에야 흐른다.

시간도 흘러가며 스민 조각이 있을 텐데

나의 역사에 스민 시간은 어떤 조각으로 남아있을까?

 

강물 위에 배가 떠 있다.

시간 위에 떠 있는 배에 나는 타고 있다.

배는 낮은 시간으로 흐를테지만

가끔 내 머리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 괜한 번민에 빠져들곤 한다.

 

나의 강물은 얼마나 더 낮은 곳으로 흘러 갈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