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로 시] 촛불 매형에게, 다시 쓰기

2021-04-17     윤한로 시인

촛불 매형에게, 다시 쓰기



1.
그곳에
가고 싶다
들고 싶다
외치고 싶다
진실과 정의
북받친다
나 아무것도 아니지만
네까짓 게 뭐냐 하겠지만서도
나 아무것도 아니기에
, 가고 싶고 들고 싶다

2.
하늘엔 예쁜 별
그 아래 비스듬 애들 키만큼
눈썹 달 하나 그리고 나
비록 가재골 머리 허연 노땅이지만

3.
촛불 드는 토요일이면 가고 싶습니다
남부터미널 김밥집 앞
씨뱅이 모자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고
벌 치는 사람처럼 버섯 캐는 사람처럼
도서관 갔다 오는 사람처럼
합류하고 싶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타락해도, 막가도 기름져도
진실과 정의, 무엇보다 양심 지니고 사는
언년이 언놈이들, 끓는 피들
이 땅 구석구석
아직도 많다는 걸 보여 주고 싶습니다
네까짓 게 뭔데 하겠지만
(매형도 정말 그렇게 살면 안 됩니다)
등 따습고 배부르니 까맣게 잊었습니까
가난에 절고 갖은 부패와 불의
기만, 저것들에 치를 떨며 분노하던 지난 시절
정말 그러시면 안 됩니다
 

 


시작 메모
이번에 낸 시집에 실으면서 시작 메모를 시에 덧보탰다. 길어지고 좀 헷갈리는 곳도 생기고. 무엇보다 아직도 내 마음에 썩 닿지 않는 곳도 있다는 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