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로 시] 들꽃

2021-04-17     윤한로 시인

들꽃



작고 여린
그리하여 우리 아주 보잘것없는
들꽃이 되고 싶네
가짜
들꽃
아닌 하늘하늘
진짜 들꽃이

왕보담도 짐승들보담도
훨씬 잘 차려 입혀 주신다기

 

 


시작 메모
곰곰 생각하니, 국민학교 4학년 때 덕수네 다락에서 이 얘기 저 얘기하며 별을 보던 그 무렵이 나한테는 진짜 들꽃 같았다. 다들 꿀꿀이 죽 먹고 와리바시 깎으며 루핑집에 살았지만 덕수도 착했고 나도 참 순수했다. 지금 같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무얼 볼 때나 들을 때나 말할 때 그때로 돌아가 듣고 보곤 한다. 내 마음 개똥갈이 밭뙈기 한 구석 염소 말목쟁이 곁에 하늘하늘 나부끼는 들꽃 같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