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혜경의 시소 詩笑] 사과는 예뻤다

기억은 예뻤다

2021-04-01     마혜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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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예뻤다

- 마혜경

 

 

과일집 앞에 서 있다

노란 바구니에 담긴 넌 그 밤을 알고 있다

시치미를 떼지만 부꾸러움은 들키기 싫은 눈치

내가 말할까

우와, 안겼을 때 엄마 품에서 우두둑 떨어진

인형처럼 무릎을 접어 받은 품삯

어둠 속에서도 새 부리 선명했던 그 사과잖아

 

쓸쓸하게 넌 홀수로 앉아 있다

먼저 시식하던 새들은 엄마 따라갔을까

사과가 이렇게 예쁠 수도 있다니

예쁘려고 맛을 버린 건 아닐까

 

한 입 베어 문다

어두운 방에 서 있다

새들이 돌아올까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그 밤, 

어두운 방, 모난 사과 하나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