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혜경의 시소 詩笑] 소설가를 질투하다

시인은 세상의 감정을 노래하고 소설가는 세상 걱정에 잠 못 든다.

2021-02-15     마혜경 시인

 

단국대학교에서 김훈 소설가를 만난 후 ⓒ마혜경

 

 

소설가를 질투하다

- 마혜경
 
 
 
 

이제 난 장편 세 개만 쓰면 끝이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옆 골목 짬뽕이 왜 오백 원이나 내렸을까 다들 궁금하지 않나

남편을 살해한 죄수의 딸은 누구의 팔을 베고 잠들까

신문에 없는 얘기는 어디에 실릴까 이런 게 궁금한 거야

삼인칭 소설은 언제쯤 쓸 수 있을까

제길, 자연사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칠십이 넘게 살았는데도 알 수 없어

 

그가 소설가의 고민을 받아 적다가 멈춘다

아, 차라리 소설을 쓸 걸

시인보다 말 잘하는 소설가가 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