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2020-11-17     김홍관 시인

모과

 

가을 색은 화려하다.

만산을 물들이는 붉은 단풍이 그렇고

바닥을 온통 노란 양탄자로 뒤덮는 은행잎이 그렇다.

 

우리네 먹거리를 책임지는

가을 들녘은 화려함보다는 넉넉함이다.

태양 닮은 홍시가 그렇고

익어가는 사과나 배가 그러하다.

 

교정을 걸으며 우연히 모과 한 개를 주웠다.

과일 망신은 모과라는 말이 떠오른다.

노랑도 이렇게 투명한 노랑이 있구나!

여름에 슬쩍 지나간 무지개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노랑만을 담았구나.

 

가을 색을 담은 노란 냄새를 맡는다.

겉이 조금 울퉁불퉁하면 어떠랴

이런 향기로운 냄새를 주는 너는

분명 내면도 향기로움으로 가득하겠다.

 

인간을 생각해 본다.

가을 색처럼 화려한 인간이 있을까?

얼굴 반반한 겉모습에 모두를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제 몸뚱아리 화려함을 위해서 뿌리는 향수로

내면을 치장하는 것은 아닐까?

 

모과처럼 아름다운 내면의 향기를 간직한 사람이 그립다.

 

오늘은 모과 향에 취해 소주 한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