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2020-10-28     김홍관 시인

편지

 

가을 닮은 하늘에

당신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쩌지 못한 잘못일랑

구름 닮은 말로 사과합니다.

그 때 그 시절

당신은 가을이었습니다.

 

봄과 여름을 품어야

가을의 아름다움이

함초롱한 청포도처럼

영글어가겠지만

당신의 언어는 늘

봄이었습니다.

 

가을이 다시 돌아오며는

미뤄 두었던 숙제처럼

편지를 씁니다.

부치치 못할 편지인지라

답장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늘

시리도록 투명한 이 가을날에

당신께 편지를 쓰렵니다.

봄이었고 가을이었던

당신을 그리는 그림으로

편지를 쓰렵니다.

가슴 벅찬 풍요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가을날에

가을 닮은 언어로 구름 닮은 편지를 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