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2020-10-27     김홍관 시인

추억

낙엽을 밟고 있어요.
어릴 적 밟던 낙엽은 놀이였지요.
은숙이는 노랑 밟아라
경란이는 빨강 밟아라

낙엽처럼 웃음을 굴리며 놀았죠
오늘은 어릴 적 추억을 밟으려 했어요
먼 먼 시간이 지난 일이라 낯이 서네요

경란이도 은숙이도 먼 기억이네요

소꿉장난하기가 참 싫었어요
동한이는 계집애들이랑 같이 놀고 싶어 했고
나는 늘 그게 싫었어요
그래서인지 동한이는 그 애들이 거리를 뒀고
나는 늘 그 애들이 불렀죠
더러는 나도 좋은 구석이 있었나 봐요
나름 잘 생겼나? 히히

낙엽을 밟아요.
과거를 밟죠.
추억을 밟고 은숙이 경란이를 밟아요.
그러면서 나를 밟아요.
살아온 시간과 공간과 생각과 과오와 역사와 그리고 ....

오늘 밟는 낙엽은

동한이랑 은숙이랑 경란이랑 함께 밟는 거예요.
혹시 죽기 전에 만나면 너희도 더러는 그랬냐고 묻고 싶어요.
나처럼 내 생각 언뜻언뜻 한 적 있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