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춤
병신춤
윤 한 로
나뒹굴 듯 추랴
고꾸라질 듯 추랴
궁구를 듯 추랴
팽개칠 듯 추랴
피 토하듯 추랴
배 가를 듯 추랴
기막힌 듯 추랴
막돼먹은 듯 추랴
새 쫓듯 추랴
밭 매듯 추랴
절구질하듯 추랴
나무하듯 추랴
똥장군 지듯 추랴
용두질하듯 추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듯 추랴
멍석말이 둘둘 말리듯 추랴
접시물에 코나 박고
칵, 죽어 버릴라 추랴
먹고 자고 싸고
울고 웃고 굶고
절룩이고 기고
잘리고 떨어지고
뜯기고 채이고 뽑히고
꺾이고 터지고 깔리고
맞고 잃고 뺏기고 깨지고
들이 몽땅 춤이랑게
아, 깨춤 절로 나듯 추랴
바가지 얼굴, 밴댕이 배창새
부지깽이 고무래 팔다리 훠이 훠이
이 세상
이다지도
이쁜 춤
어여쁜 사람
있을 줄이야
들
알기나 할란가
개도 소도
다 추는 춤 말고
시작 메모
우리 외숙모 꼭 병신춤을 추는 공옥진 여사처럼 생기셨다. 그런데 곱사등이, 앉은뱅이, 곰배팔이 그딴 춤 하나도 못 추셨다. 늘 낡은 밥상다리 놀 듯 절룩거리기만 할 뿐. 선진병원 요양실에 찾는 자식, 동무 하나 없이 그저 아침마다 머리 깨끗이 빗고 앉았다가, 짓무르고 눈곱 낀 눈 뚜릿뚜릿 사람들만 훑다간, 또 천장만 뚫어지게 훑다간,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마침내 안경을 벗어 밥을 떠먹으시더라. 그걸 숟가락이라 여기셨는감. 아아, 시인이시구나 우리 외숙모. 가시기 전 대세(代洗)를 드리니 곧 선종(善終)하셨다. 아가다 외숙모. 이제 하늘의 별보다도 병신춤 공옥진 여사보다도 훨씬 이쁘셔라.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 나는 자 위에 기는 자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