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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수(梟首)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1.04.0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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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수(梟首)
윤 한 로

장대 꼭대기
높이 달리우지는 못할망정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사는
도떼기 시장통
허구한 날 만국기 날린다
꼬리도 버리고
불알 두 쪽도 버리고
멱따는 소리도 버리고
갈쾡이 손이나 한차례
쓰윽,
행주로 훔치고 갈 뿐
플라스틱 돼지머리 성인
팔랑 귀에
굴뚝 콧구멍에
은근짜
쌍꺼풀 눈으로
오늘도 웃기는 짜장면들!
이보란 듯
낄낄낄

내 마음 속 꿀꿀함
싹 가셔라


시작 메모
학교 갈 때 가끔 버스를 타지 않고 중앙시장으로 해서 걸어간다. 평상, 좌판, 점포, 가게, 간판, 생선 냄새, 기름 냄새 속을 헤쳐가다 보면 원시 할매 좌판 위 프라스틱 돼지머리 만난다. 마치 효수된 성인 목 같다. 뭐가 그래 좋은지 노상 낄낄낄 웃고 있다. 이렇게 정겨울 수가. 보고 또 봐도 기쁘다. 웃기는 짜장면들! 생각할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 싹 가신다. 물푸레나무 숲 시장통이다. 정회장님은 영등포 살 때 얘기하면 꼭 영등포 시장 얘기를 하는데 ‘아, 거기는 비가 안 와도 얼마나 질었는지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고 했어’ 하며 아주 자랑스러워 하신다. 정말 좋은 말씀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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