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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신간] 여자가 대통령이다

이미숙
  • 입력 2018.01.12 00:00
  • 수정 2020.02.1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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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문학 출판사, 장편소설 『여자가 대통령이다』 첫선
종교·정치·여성 혐오 극에 달한 시대 반영 ‘인류의 고백록’

[미디어피아] 이미숙 기자= 최초의 ‘과반’ 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결국 또 다른 여자들과 함께 국정 농단으로 얽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됐다. 그녀를 옹호했던 1,577만3,128명은 이제 와서야 후회한다고 고해한다.

천만 촛불의 힘은 위대했지만, 왜 이런 사태를 미리 막지 못했는지 자괴감만 든다. 이런 시대를 사는 우리는 누구인가. 아직도 음지 곳곳에서 기생하는 적폐는 무엇인가. 공공연한 혐오 대상이 특히 ‘여성’과 ‘종교’로 집중되고 있는 현실, 도박으로 치부되는 ‘경마’도 포함할 수 있겠다.

이런 가운데 말(馬)과 관련한 현직 기자가 여성 혐오와 종교 혐오를 집중해서 그린 소설이 출간돼 화제다. 출판사 ‘다시문학(대표 김문영·편집인 윤한로)’은 첫 장편소설, 『여자가 대통령이다』(이준, 다시문학, 2017)을 출간했다고 1월 8일 밝혔다.

책은 여성을 대표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시대, 전통과 정상에 대한 쿠데타 결과로 도래한 여성 상위 시대, 간통이 합헌인 시대, 대통령이 여자인 시대를 사는 동갑내기 사진작가와 신부, 경마 기자의 연애사를 통해 현대 인간의 타락상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탄 앞에서 고해하는 심정이 들었다(3장)’, ‘남자가 여자를 상해하듯 여자는 남자를 무고했다(7장)’, ‘62년 만에 간통죄가 폐지됐다(10장)’, ‘서로 주고받는 사랑, 삼위일체 신비입니다(14장)’ 등 총 15장으로 구성된 목차만 봐도 종교나 여성 심지어 여자대통령에 대한 혐오가 아닌 타락한 인간 본성, 그 집단 자아를 고해하는 ‘인류의 고백록’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에게 자유의지라는 게 정말 있는가? 더 솔직해져 봐.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더는 은총을 베풀지 않고 방종하도록 내버려 둔 심리는 뭐지?…(중략)…우리는 대표자를 뽑아놓고도 이즘에 빠져 서로에게 칼부림하고 대표자를 버리는 막장 세태야. 현실 직시는커녕 당면한 문제를 자유의 이름으로 회피하는 우리는 진실로 목적이 있는 자유인이라고.” - 12장 ‘더는 은총을 베풀지 않고 내버려 둔 심리는 뭐지?’ 중에서

박근혜가 아직 대통령일 당시인 2015년 말 원고를 완성했지만, 출판계의 블랙리스트처럼 원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신생 출판사인 ‘다시문학’을 통해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는 후문. 종교계 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말산업 전문 기자로 밥벌이하는 이준 씨는 무명작가 신분으로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소설을 연재해왔다.

C. S. 루이스와 J. P. 사르트르, 도스토옙스키 등 문학과 철학의 중간지대에서 인간성을 탐구한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저자는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대표한다는 대통령에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릴 창조한 신에게만 유죄라고 통보하고 싶다”라며, “유쾌하진 않지만 즐겁다. 이게 내 본업이고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출판사 다시문학은 김홍관 시인의 신작 시집 『씨』를 다시·시인선 첫 편으로 함께 선보였으며 대학생 작가들의 프로젝트 그룹, ‘몹쓸’의 산문집도 2월에 발행할 예정이다.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도 곧 개설한다. ‘다시문학’은 등단 작가와 비등단 작가를 가리지 않고 작품만 좋으면 출판한다는 방침으로 전통 시와 소설 수필은 물론 르포, 여행기, 취재 기사 등 여러 장르에 대해 출판을 준비 중에 있다.

▲다시문학 출판사가 첫 장편소설을 선보였다. 이준, 『여자가 대통령이다』 (다시문학, 2017) 1만2천 원. 270쪽, ISBN 979-11-962627-1-6 (03810).

이미숙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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