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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의 시작 #23] 나는 영혼을 팔았고, 그녀의 안녕을 빌었다.

이용준
  • 입력 2017.11.30 00:00
  • 수정 2021.12.16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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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부정행위

신적인 H는 내게 냉정했지만, 인간적인 H는 나를 사랑했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신접한 그녀와 인간적인 그녀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는 H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H를 잊기로 결심했을 때, 내 변명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를 주고 끝내는 것이었다. 나는 영혼을 팔았고, 그녀의 안녕을 빌었다. 그리고 나는 평생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어야 했다.

밤새 계속 삐삐가 울렸다. 삼촌과 동생, 진아 번호가 찍혔다. 정체 모를 격려의 번호도 함께 있었다. ‘337337.’ 힘내라는 메시지다. 아마도 H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H는 내게 봉인된 존재다. 평생 마음을 주지 않을 것처럼 애타게 하다가도 잊을 만하면 발신 번호 없는 호출, 받으면 끊어지고야 마는 전화를 하곤 했다. 아무도 모르게 보낸 문자와 전화라지만, 직감적으로 발신인이 H라는 것을 알았다. 나 또한 그녀에게 그랬으므로….
H는 신을 믿는 사람이다. 신에게 순종하고 절제할 줄 아는 현명한 여자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늘 신접(神接)한 것처럼 기도할 줄 알았다. 아름다웠고, 순수했다. 눈물이 많았다. 모든 이들에게 다정다감했고, 가까운 사람에겐 사랑하는 만큼 냉정했다. 신적인 H는 내게 냉정했지만, 인간적인 H는 나를 사랑했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신접한 그녀와 인간적인 그녀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는 H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H를 잊기로 결심했을 때, 내 변명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를 주고 끝내는 것이었다. 나는 영혼을 팔았고, 그녀의 안녕을 빌었다. 그리고 나는 평생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어야 했다. 내게 연락한 H는, 인간적인 그리움과 연민에 이끌린 존재일 뿐이다. H는 본성상, 스스로 전 존재를 내게 기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에게 연락할 수 없다.

세희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동은 이미 튼 지 오래다. 침대 옆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 음성 메시지를 확인했다. 삼촌과 동생이 시험 잘 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진아는 다급한 목소리를 남겼다.
‘준이야, 어디야? 연락도 없고 아직까지 집에 안 와서 걱정되잖아. 밤 늦게 학원에 가 봤는데 아무도 없었어. 음성 들으면 빨리 연락 줘. 안 자고 기다리고 있어.’
‘무슨 일 있어? 나, 너무 무섭다. 공부하러 간 사람이 연락도 없고 집에는 안 오고…. 사고 난 건 아니겠지? 윤정이라는 언니한테 전화했었어. 언니 말로는 친구들하고 밤새서 공부한다던데 말이 돼야 말이지. 아무튼 기다릴게. 빨리 와.’
총 5건의 메시지. 새벽 4시에 남긴 음성이 마지막 메시지였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찾았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니 5시 50분이다.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책을 챙겨서 수험장에 도착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벌써 가려고?”
눈을 비비며 일어난 세희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 가도 늦을 거 같아. 먼저 갈게.”
세희는 어제처럼 다시 원망스런 눈빛을 했다. 나를 바라본 그녀 시선이 내 호기심과 같았다면 욕심일까. 그런 눈빛은 처음이었다. 말 못 할 슬픔이 잠겨 있었다. 오래 만났으면서도 서로 눈을 마주쳐 본 적 없는 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그 어느 곳에나 서로를 지켜보는 눈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 번도 자신을 안아 주지 않았다는 원망, 오랫동안 혼자였고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늘 외로웠던 슬픔은 세희를 강하게 만든 것일지 모른다. 어린 시절에도 습득할 수 있는 원망과 슬픔은 성년이 안 된 여자아이가 세상 밖으로 자기를 내던지려는 방황을 합리화하는 도구가 된다. 우리는 이면에 숨겨진 삶의 시류를, 그것이 초래할 결과를 몰랐다. 일흔 번씩 일곱 번 양보해서, 삶의 진면목을 알았다 치더라도 그것을 무시할 만큼 강하지 못했다. 삶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숨긴다던가 정신과 바탕이 되는 문화를 끊임없이 타락하게 만들어 발붙일 곳을 애당초 내주지 않는다. 세희도 나도 진아도 모두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에 얹혀살게 된 순진한 피해자다. 결국엔 나이를 먹고 상처를 주는 자만이 승리자가 될 수 있다. 그런 삶을 사느니 차라리 항상 17살이고 싶다고, 이 순간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다.
진아에게 이미 준 상처만큼 세희에게 줄 상처도 클지 모른다. 양다리를 걸친다든지 간음하는 치기의 죄상도 클지 모른다. 그런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지 배신이라는 의지적 행위로 표현되는 간음이야말로 저주를 가능케 할 유일한 동기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신도 배신을 가장 두려워했기에 예언자와 선지자들을 통해서 미리 경고했다. 하지만 신조차도 의지를 가진 인간들의 배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내 삶이 단순한 편력들이나 온갖 여자들을 만나는 순례들로 점철될 것은 아닐 것이다. 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정말이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세희는 얘기하자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내 얼굴과 마주치려고 살짝 허리를 숙였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집을 나선다. 동시에 나는 세희를 안고 있다. 택시를 잡기 위해 큰 골목이 보일 때까지 뛰는 동안 우리는 격렬한 관계를 맺는다. 세희는 택시 안에서도 관계를 요구한다. 백미러로 정사의 판타지를 보고 있는 운전기사는 운전하지 않는다. 단지 택시 혼자 스스로 굴러갈 뿐이다. 세희와 나의 뜨거운 숨결과 그 에너지로 택시는 움직이고 있다. 차창 밖에선 다양한 풍경들이 스크린 장면 넘어가듯 한다.
신호등 앞에 멈춰선 택시 안으로 수백 명의 눈길이 쏟아진다. 피관음적 마조히즘의 말기 환자처럼 그들의 눈길을 즐기며 우리 관계를 떳떳하게 보여준다. 드러난 성기와 주체 못 하는 소리, 욕정에 불붙은 눈빛은 그들과 우리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만족감이 절정에 달했을 때 세희 앞에서 자랑스레 사정한다. 성기를 쥐어짜며 단 한 방울의 정액까지 모두 보여 준다. 이것으로 내 순결과 의무는 증명됐다. 세희에게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만 택시에서 내릴 때 세희는 고맙다는 듯 나를 한 번 쳐다봤다.

집에 다다르자 진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아직도 세희 눈빛이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 있었다. 집 앞에 이르자 옥상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준이야!”
진아였다. 밤새 나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고개를 들어 위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쿵쿵」
급하게 뛰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둘은 2층 현관 앞에서 마주쳤다. 진아를 뒤따라온 미루는 반겼지만 진아는 반기지 않았다.
“어디 갔었어? 내 걱정은 한 거야? 왜 연락 안 했어!”
진아는 밑도 끝도 없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음성은 들었지? 들었으면서 연락도 안 해 줘? 어디 갔었는데? 오늘이 시험인데 이럴 수 있어? 밤새 한숨도 못 자고 도시락 싸면서 기다렸는데 왜 이제야 온 거냐고! 말 좀 해 봐!”
“친구들이랑 여관방에서 공부했어.”
나는 담담한 어투로 대답했다.
“준이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왜 말이 안 돼. 모르는 것 도와주고 함께 공부한 것뿐이야.”
나는 태연히 거짓말했다. 거짓말을 거의 한 적이 없었기에 거짓을 말할 때나 들을 때 모든 것이 끝나간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금도 그렇다. 정말이지,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연락도 없었어!
“공부하느라 바빴어.”
“정말이지? 그 말 믿어도 되는 거지?”
“믿든지 말든지….”
진아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거짓말을 넘어서 이제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나 보면서 얘기해. 정말 믿어도 되는 거지?”
“…….”
“정말이지? 정말이냐고!”
진아 목소리가 하늘 높이 올라갔다. 자꾸 채근하고 다그치는 진아에게 짜증이 났다. 이런 행동들이 엄마 잔소리 같다고 느껴지자 순간 폭발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했다.
“맘대로 생각하라고! 너도 매일 외박하잖아! 다른 남자들과 자면서 내 생각은 한 거냐고! 너도 똑같은데 왜 그래!”
큰소리에 딸린 말들은 걸러지지 않았다. 진아는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눈으로 나를 봤다. 당황한 듯했다. 멍하면서도 낯설다는 표정이다. 서서히 그 눈에서는 이미 예보된 대로 홍수의 물결이 치기 시작했다.
“그… 그런 거구나. 내가 그런 애라고 생각했구나, 준이는….”
진아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애써 외면한 채 조용히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 바빠. 시험 보러 가야 해. 저녁에 얘기했으면 좋겠어.”
진아를 2층에 그대로 혼자 두고 방으로 올라왔다. 샤워도 안 한 채 눈에 보이는 대로 필기구와 책 몇 가지를 더 챙겼다. 싱크대 위에는 진아가 준비한 도시락이 있었다. 편지도 함께.
「준이야, 오늘 시험 잘 봐. 긴장하지 말고 기도하면서 시험 보길 바라. 나, 교회 다니면서 준이 합격을 위해서 기도했어. 준이라면 꼭 전체 수석 할 거야. 도시락 맛있게 먹고. 저녁에는 우리 오랜만에 외식하자. 사랑해.」
아직 남아 있는 도시락의 따듯한 온기가 손에 전해졌다. 진아 마음도 함께였다. 순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이대로 시험을 포기하고 진아와 함께 있고 싶었다. 오해를 풀고 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시험을 봐야만 했다. 일 년에 단 두 번 있는 시험, 올해에는 마지막이다. 내년 4월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
도시락도 메모지도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 2층으로 내려왔지만 진아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마음이 저렸다. 내가 너무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순간이 똑같이 반복되더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서둘러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학교를 향해 뛰었다. 교문 앞에서 학원 선생님들을 만났지만 담임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왜 이렇게 늦었니?”, “차근차근 열심히 풀어”, “준이만 믿는다”라며 여러 격려의 말들을 해 주셨다.
입실 시간 3분을 남기고서야 고사장에 도착했다. 교실 안에는 내 또래부터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학원에서 봤던 몇몇 얼굴들과 용욱이, 범수 형도 보였다.
“하마터면 지각할 뻔했군. 자, 얼른 자리에 앉아요. 이제 곧 시험이니.”
수험번호가 적힌 책상을 찾아 자리에 앉자 감독관은 시험 볼 때 주의사항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학교 주변만큼이나 학교 안도 시끄럽다.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나도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에 갔고 지금은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희망을 가지세요. 오늘 시험을 볼 때 문제가 어려워 남의 답안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부정행위를 하다가 발각되면 바로 시험지를 회수하고 퇴실 조치를 하겠습니다. 요령껏, 걸리지 않게 잘 하세요.”
감독관은 알아서 커닝을 하고 요령껏 잘 해보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쳤다.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어려운 환경에서 다들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이다. 나름대로 배려해서 한 말이라지만, 검정고시 또한 국가에서 치루는 자격시험이다. 여기 있는 이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나는 이내 기분이 안 좋아졌다.
시험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감독관은 시험지를 나눠 줬다. 항상 봤던 사지선다형의 25문제. 좋은 성적을 기대하려면 차근차근 풀어봐야 했다. 학원에서 보던 모의고사 문제보다는 쉬웠지만 두 문제 정도는 꽤 난이도가 있었다. 10분 만에 문제를 다 풀고 책상에 얼굴을 대고 잠을 잤다. 남은 시간이 지루해서이기도 했지만 머릿속이 복잡해 쉬고 싶은 이유가 컸다. 1교시 도덕 시험이 끝나고 용욱이와 학원 사람들이 내게로 몰려왔다.
“준이야, 시험 잘 봤어?”
“그냥 대충 아는 대로 풀었어.”
“이 학생은 10분 만에 문제를 풀더라고.”
처음 보는 아저씨가 한마디 했다.
“준이는 우리 학원 장학생이에요. 공부 잘 해요.”
“무슨 소리야. 아니에요.”
“뭐야, 사실은 사실이잖아.”
용욱이는 사실임을 강조하며 자신의 말이 맞다고 했다.
“이봐, 학생. 우리 같이 좀 삽시다. 점심은 살 테니까 문제 풀면 쪽지 좀 돌려줘요. 부탁할게.”
그 아저씨였다. 나이는 30대 후반쯤 됐을까, 머리에는 기름을 바르고 양복을 입은 모습이었지만 어렵게 살아가는 흔적이 얼굴에 뚜렷했다. 검푸른 빛이 도는 얼굴색과 곳곳에 잡힌 주름들이 지난날의 모든 과정을 말했다.
“그래, 준이야. 좋은 일 하는 셈 치자.” 용욱이가 말했다.
“어이, 혼자 시험 잘 보면 마음이 편해?”
어디선가 들리는 또 다른 목소리. 교실 안 모든 사람이 나를 주목했다. 순간 나는 불편하다는 느낌과 함께 그동안 이들에게서 느꼈던 감정이 조금씩 생각났다. 부정행위는 나쁘다. 하지만 누구에게 나쁜 것이란 말인가? 모두가 일정 점수 이상을 따면 삶의 기본이 되는 발판을 마련하는 자격을 얻는 시험일뿐이다. 나로 인해 다시 같은 삶을 반복하거나 영원히 그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다.
어설픈 소영웅주의에 빠져 불쌍하게 보는 마음은 아니었다. 지난 10개월 동안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했다. 나를 가르친 것은 그들이었다. 본질적 의미에서 그리고 성격상 무언가 함께 동화될 수 없는 기질이 있었는데 물론 그들에게서 나는 구분된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점차 그들을 동경하게 됐다. 자유로운 그들이 부러웠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참된 행복과 안식을 찾는 그들이 부러웠다. 발목을 잡은 것은 단지 학력이라는 자격이다. 단지 머리가 나빠서, 하는 일이 바빠서, 무언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잡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뿐이다. 오늘 하루 부정행위로 나는 그들을 도울 수 있다.
“내가 알아서 할게요.”
“좀 부탁할게. 학생. 이번 시험이 벌써 7번째야. 면허시험도 한 번에 합격한 내가 일 때문에 바빠서 공부할 시간이 없었어. 후사도 할 테니 한 번만 부탁해. 응?”
“준이야, 빨리 답안을 써서 뒷사람한테만 줘. 그것만 해 주면 돼.”
“알았다구.”
이미 그들을 돕기로 마음먹었지만 재촉하는 것에 기분이 다시 불편해졌다.
「딩동」
2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수학 시간이다. 수학은 어쨌든 문제를 푸는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과목이었으므로 집중해서 문제를 풀어 나갔다. 다 풀고 나니 20분이 지났을 뿐이다. 감독관은 창밖을 보거나 복도와 교실을 오가면서 부정행위를 눈감아주려는 티를 냈다. 나는 용욱이가 준 메모지에 답을 적었다.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꼼꼼히 적었다기보다 문제 번호도 안 쓰고 답만 갈겨썼다. 그리고 조용히 바닥에 종이를 떨어뜨렸다. 종이는 단 한 번 날갯짓하더니 차가운 나무 바닥에 사뿐히 앉는다. 잠시 후 뒤에 앉은 사람이 지우개를 떨어뜨리고 몸을 아래로 숙여 종이를 낚아채 갔다. 그 과정까지 보고 다시 잠들었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포기했다. 컨디션도 엉망이었고 진아와 관계 때문에 머리도 복잡했다. 나 하나 희생해서 몇 사람이 구제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며 위안으로 삼고 싶었다.
국어와 영어 시험을 본 3, 4교시도 마찬가지였다. 똑같이 부정행위를 주도하고 난 후 남은 시간마다 계속 잠을 잤다. 3교시부터 다시 진아가 꿈에 나타났다. 꿈에서 진아는 아침에 했던 일을 반복했다.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고, 울다가 사라졌다.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고, 울다가… 진아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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