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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의 시작 #2] “신이 아닌 당신을 믿고 내 영혼을 맡기도록 하겠어요”

이용준
  • 입력 2017.09.04 00:00
  • 수정 2021.12.16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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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당신에게 내 영혼을 팔겠어요. 듣고 있어요? 대답을 안 해도 상관없어요. 나는 당신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내게 어떤 짓을 해도 좋아요.”

2. 영혼의 꿈

“좋아요. 당신에게 내 영혼을 팔겠어요. 듣고 있어요? 대답을 안 해도 상관없어요. 나는 당신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내게 어떤 짓을 해도 좋아요. 내가 요구하는 것은 단 두 가지뿐이에요. H를 알죠? 그 사람이 아파요. 그리고 H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이 두 가지는 당신이 바꿔줄 수 있잖아요?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는 신이 아닌 당신을 믿고 당신에게 내 영혼을 맡기도록 하겠어요.”

약을 입에 털어 넣으면서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했었다. 나는 곧 죽을 테니까 그 어떤 병에 걸려도 아무 상관없다. 단지 H가 장례식에 나타나 나를 사랑했다고 한마디 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죽지 못했고, 그 유언은 실현되지 못했다. 다시 시작된 이명소리, ‘이 조건은 내게 아무 이득이 없어’라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H가 내 앞에서 쓰러진 후 나를 보면서 울고 있는 환상들이 계속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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