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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의 시작] 작가의 말 & 목차

이용준
  • 입력 2017.08.30 00:00
  • 수정 2021.12.1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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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모르는 사람에게 신의 경전은 낯선 책일 뿐이다. 방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낯설 것이다.

신은 우리의 마음(heart)에 그를 알만한 의식을 줬다. 물론 나 역시 그 생각이 착각일 수 있다는 망상에 늘 사로잡혀 있다. 동전의 앞뒷면이 분명하듯이, 신도 있거나 없다. 신이 있다는 믿음은 이 세상의 모든 부조리와 악 그리고 우리의 방황의 이유이기에 그 믿음을 날마다 지켜나가는 일은 합리적이다.

한국에는 젊음이 없다.

‘파수꾼’도 없고 ‘crazy’도 없고 ‘투명한 블루’나 ‘빵을 굽는 타자기’도 없다. 십대를 얘기하거나 섹스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이미 ‘잔치를 끝낸’ 기성세대다.

영원의 나락에 빠져 있는 한국의 십대들은 대부분 음지식물이거나 말을 잃고 있거나 늪 안에서 아직도 허우적댄다. 이들을 텍스트로 표현하고 싶었다. 어설프거나 어색하지 않게 그리고 쉽게 써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고의적인 방황을 해야만 했는데, 우리는 늘 비겁했다. 방황의 중심에서 있던 누군가가 그 동굴을 빠져 나와 관찰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보다 그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와 친구들을 대신하며 인정받고, 위로받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경우에 있어서는 특수한 상황이 구체적으로 보편적이 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독자들이 요구하는 공통의 공감적 아픔, 시대 상황과 정신, 젊은이들의 객관적 고민을 묘사하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의 절반은 말 그대로 허구이며 너무나 건조한 방황기일 뿐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결국 끝낼 수 있었던 건 실제로 그렇게 살았고 실제로 그런 고민들을 한 덕분이지만. 음담패설로나 소문으로만, 인생의 밑바닥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고 그렇게 들어만 온 사람들에게, 그런 삶을 살았던 한 사람으로서 인생의 밑바닥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이 무시하지 못할 언어로 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밑바닥 인생들이 꿈꾸는, 전복(顚覆) 아니겠는가. 이 땅에 사는 수십만의 검정고시생들, 정규교육의 과정을 채 마치지 못하고 밑바닥을 아직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젊음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얼 하든 자유겠지만, 정말이지 후회가 없는 삶을 위해서 잠을 자든, 섹스를 하든, 방황을 해라.

이 책을 약속했던 사람이 있다. 모두가 ‘경건의 시대’를 사는 이 때, 너희들을 소재로 비겁한 작가가 될 거라고, 처음 말했던 여진이. 그녀는 늘 어두운 눈으로 나를 위로했다. 함께 영원의 일부와 기억을 공유하게 된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바친다. 그 사람들이 그립다. 나는 단지 경험을 위해 방황했는데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흘러들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을 존경한다. 그리고 H에게도.

목 차
1장
1. 어두움
2. 영혼의 꿈
3. 첫 번째 날
4. 진아
5. 존재의 이름

2장
6. 갈라짐
7. 바다의 일몰
8. 디 엔드 오브 더 월드
9. 검정고시
10. 588 tales
11. 데미우르고스의 합일(合一)

3장
12. 드러남
13. 옥탑방
14. 편지 그리고 삐삐
15. 동거
16. 한겨울의 바다
17. 창녀의 잉태

4장
18. 작은 빛으로서의 달
19. 부정행위
20. 헤어짐의 근거들
21. 침묵
22. 영원한 것들
23. 나는 방황한다, 고로 존재한다.

5장
24. 있음과 없음
25. 월광(月狂)
26. 가상칠언
27. 젠주크트(Sehnsucht)
28. 녹색섬광
29. 밀레니엄

6장
30. I. N. R. I.
31. 철학자의 돌
32. 순례자의 귀향

7장
33. Everlasting Rest

에필로그 : Dominus Illumintio M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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