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여름이면 날마다
남한강에 멱을 감으러 다녔는데요
내가 열 살 먹던 해
그날이 그날인 그 어느 날이었습니다
또래 계집들과 사내애들이
겉옷은 벗어 마른 돌로 눌러놓고
빤스 바람으로 퐁당퐁당 잘도 뛰어드는데
뒤에 섰던 나는 그만 홍동지가 되었습니다
웬일로 나는 빤스를 안 입은 맨 불알이었던 것입니다
거기에는 갑자기 말 붙이기가 서먹해진
정옥이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할 수 없이 갑작스레 배앓이를 시작한 나는
부아가 치밀어서 땡볕 아래
강 건너로 돌팔매질만 해댔습니다
내가 어렴풋 짐작하는 한 사내는
지금 껏 그 강가에서 만만한 돌들을 고르고 있으니
참, 그 강의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