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코로나 생활치료센터 생활기 3 (나흘을 꼬박 앓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2.31 13:30
  • 수정 2021.12.31 13: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도 없고 아픈데도 없어 무증상인줄 알았는데 입소한지 3일째 되는 오후부터 목이 붓고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오면서 기침이 심해져 코 & 목감기로 진행됐다. 오전 9시, 오후 5시 하루에 두 번씩 혈압, 체온, 산소포화도 직접 체크하여 앱에 올려 담당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열이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36도 안팎에서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기력이 없었다. 몸에 힘이 없고 축 처지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이 몰려와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 목소리도 가라앉고 온몸이 근육통으로 아파졌다.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으로부터 처방받아 복용한 약들

아침마다 카톡으로 의료진이 안부와 함께 증상을 물어왔다. 입력한 건강정보와 함께 상황을 말하면 거기에 맞는 처방을 해주는데 필자는 가글과 함께 3일치의 약을 받았다. 점심때는 먹지 말고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씩 먹으라 했다. 그전까지 맛있게 먹었던 도시락이 식욕이 떨어지고 물려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병을 낫기 위해선 꾸역꾸역 먹어야 될 거 같아 숟가락을 들긴 했지만 아침에 지급되는 샐러드는 모래와 같이 푸석푸석하고 점심과 저녁의 도시락은 몇 술 뜨다가 말고 다시 에구에구 소리와 함께 침대로 직행, 누워있는 과정을 반복했다. '아~~내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고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27일 저녁부터 31일 오전까지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해 몸이 부대꼈다. 처방해 준 약을 마지막으로 섭취한 31일 아침 이후, 열도 없고 증상도 많이 호전되었으니 약 없이 견뎌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의료진의 말마따나 기침과 코, 목은 많이 나아졌고 몸도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해 이렇게 다시 노트북에 앉아 몇 자 적을 수 있게 되었다.

입소하고 X-Ray 촬영을 하러가기 전 한 컷.

서초구 생활치료센터는 남부터미널의 모텔을 빌려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모텔 특성상 방도 어둡고 침침하고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고 유일한 창문은 짙게 코팅되어 있고 열어봤자 옆 건물의 벽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게 더 사람을 더 처지게 하고 힘들게 하는 거 같다. 안 그래도 산책과 일광욕을 즐기는 필자는 입소기간 내내 햇볕을 쬐지 못하고 신선한 공기를 흡입하지 못하는 게 괴로웠다.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두통이 발생하지 않은 게 안도할 정도다.

또한 실내 온도는 30일 밤은 무려 29도를 찍어 안 그래도 답답해서 자기 힘든데 몇 번이나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이게 중앙난방이라 어떻게 제어가 되지 않는다 하는데 맨발로는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방바닥이 뜨거울 정도였으며 건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폐소공포증 또는 사람들과의 감정적 유대감과 연대를 끊임없이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코로나 보다 정신건강에 더 안 좋을 수 있는 환경이다. 어린 나이부터 자취와 유배에 가까운 독일 유학 생활을 겪어본 필자라 견딜만했지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비추다.

31일 금요일 낮에 창문을 열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찍힌 27도라는 방안 실내온도. 밖은 영하의 날씨라는데......

생활치료센터는 축소될 방침이고 거의 대부분이 재택치료로 전환되겠지만 생활치료센터의 주 목적은 확진자 격리다. 확진이 되고 5일까지 가장 바이러스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여기다 묶어두는 거다. 생활치료센터에는 병원과 달리 대부분 무증상~경증 환자들이 들어오므로, 치료보다는 환자를 격리하여 상태를 관찰, 관리하고 검체 검사를 한 뒤 퇴소하도록 하는 게 목적으로 상태를 지켜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이상 검출되지 않는다고 의료진이 판단하면 퇴소하는 형태기 때문에 확진자의 완쾌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치료센터의 목적이 경증 확진자의 관찰과 관리며 상태가 악화되면 병원으로 신속히 전원 하기 위해 대기하는 공간인 셈이다. 일종의 코로나 경증 확진자 격리수용소다.

큰 고비는 넘긴 거 같다. 여기도 이제 입소한지 7일째라 꺾였다. 이제 여기 남은 기간 동안 몸을 잘 추슬러 완치해서 나가야겠다. 며칠만 더 버티면 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