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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13] 리뷰: 코리안심포니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음악회 ‘우리들의 여행’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2.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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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토요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올 2월 제12회 ARKO한국창작음악제에서 양악 부분 선정 여섯 작품을 초연하더니 홍석원과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으로 2021년 코리안심포니의 베스트 연주회를 장식하고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로 여름에 만석을 찍으며 차세대지휘자 발굴 프로젝트인 '넥스트 스테이지'의 확장판인 지휘 콩쿠르까지 처음으로 개최하면서 숨가쁘게 1년을 달려온 코리안심포니의 올 시즌 마지막은 '우리들의 여행'이었다.

코리안심포니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음악회

오케스트라 연주자 육성이란 목표 아래 창설된 '코리안심포니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는 국내외 24명이 참가하여 기존의 학제에서는 채울 수 없었던 오케스트라 연주 역량을 강화하고자 실전 경험 중심의 교육을 받은 일종의 마스터 클래스다. '우리들의 여행'이란 제목으로 수료식이자 1년을 결산하는 KSO의 송년음악회로는 제격이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도입된 시스템의 파이널을 장식하는 콘서트에서는 배움과 즐거움이란 두 가치를 모두 느낄 수 있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바이올린협주곡 5번(협연 박수예> 그리고 38번 <프라하> 교향곡으로 축제의 장을 선보였다.

음악사의 신동인 모차르트도 얼마나 대중들의 환호와 갈채, 상업적인 성공과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구독과 좋아요, 조회수에 목매달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 38번 <프라하>교향곡이다. 그의 최후의 오페라인 <마술피리> 서곡과 이 곡을 한자리에서 듣다 보니 유사점이 유독 드러났다.(특히 1악장 1주제 이후의 브리지는 마술피리 서곡에서 자가복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0년 전의 서른 살의 모차르트나 오늘 무대에 오른 젊은 음악도들이나 열의에 넘치고 생기발랄하며 젊고 싱싱하다. 모차르트만큼 영 아티스트들에게 멘토가 되는 곡이 과연 또 있겠는가 싶다. 그런데 오늘의 에너지는 너무 과했는지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빠른 감이 없지 아니 있었다. 젊음의 열기에 따라가기 벅찰 정도인데 지휘자 정치용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을 다독이면서 끌고 가는 엄마 같은 역할의 한 또 한 사람의 공을 절대 잊으면 안 되리. 바로 악장 이지수다. 그녀 역시 올 한해 코리안심포니의 산파로서 열일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아들딸뻘인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선배로서 헌신한다. <프라하>교향곡의 2악장에서의 오보에 김수영에 코심의 단원인 바순 표규선이 같이 얹어주면서 모차르트 특유의 조합을 이끌었을 때, 플루트의 한성은이 8명의 제1바이올린 주자들과 함께 영롱한 색깔을 내면서 반음계로 미끄러질 때, 짜릿한 카타르시스가 돋는다.

협연자 박수예는 예쁘고 아기자기하면서 작고 여린 소리를 내는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런 그녀의 장점은 2악장의 전주 끝나고 바이올린 솔로 도입부에서 가장 빛이 났다. 박수예는 독주자라기보단 초기 고전파 합주협주곡의 전형으로 앙상블과 동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앙상블에서의 미세한 실수와 밸런스의 깨짐에도 고스란히 노출되고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쉬고 천천히 앙상블 안으로 들어와도 되는데 서두른다. 3악장 론도의 중간부에서 정치용은 의도적으로 터키풍이라는걸 강조하기 위해 첼로와 베이스 활의 현판 부딪힘을 강조시켰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협연한 박수예

협연자 박수예는 고작 21살, 우리나라의 대학교 2학년 나이다. 무대에 있는 다른 연주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난 그때 뭐했지' 하고 잠깐 회상에 젖어보니 그때 나 역시 독일 바이로이트 음악극축제의 작곡워크샵에 참석해 그들과 같은 시절을 보냈었다. 청춘은 특권이요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열정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인생을 영위하면서 매 순간 충실하는 게 푸르고 밝은 일상이자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다. 그때는 코로나라는 역병도 없었는데.... 소파나 침대에 누워 또는 대중교통에서 혼자 고립되어 항상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별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열며 뉴스를 보게 되면 당장이라도 지구와 인류가 멸망할 거 같은 호들갑에 아직 확실한 연구와 검증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조만간 모든 인류가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멸망할 거 같은 공포 분위기만 조성한다. 시끄럽게 떠드는 티브이를 끄고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깊게 심호흡을 하고 밝게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면서 모차르트를 듣자. 어두운 방구석에서 털고 일어나 음악회게 가자. 모차르트를 듣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속세의 번잡함과 멸종의 불안에서 벗어나 지극히 고요하고 안정 속에 천상의 소리를 듣고 세상사 어려움을 이겨낼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고 보면 모차르트 음악이야말로 진정한 백신이요 지금의 사태를 이겨낼 게임체인저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온갖 어려움과 불확실의 시대에 1년간(아니 2020년까지 포함해 2년간) 우리 국민들을 위해 음악으로 봉사한 2021년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에 박수를 보낸다. 문화예술이 존재하고 코심이 우리 곁에 있으며 또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 다사다난했던 2021년의 코심을 떠나보내며 미국의 작가 잭 런던(Jack London 1876-1916)의 소설 <야생의 부름>의 한 구절을 소개하는 걸로 이번 평을 마친다.

인간의 존재 목적은 생존이 아닌 삶이다. 난 더 오래 살려고 애쓰기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뜻깊게 쓰리라(A function of man is to live, not to exist. I shall not waste of my days try to prolong them. I shall use my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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