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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09] 리뷰: 도봉문화재단 2021 역사문화콘서트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1.28 11:01
  • 수정 2021.11.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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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토요일 오후 4시, 덕성여자대학교 약학관 덕성아트홀

11월 27일 토요일 오후 4시, 덕성여자대학교 약학관 덕성아트홀에서 열린 도봉문화재단이 주최한 근현대사 기억 프로젝트 '역사문화콘서트'는 기존의 도봉문화재단에서 꾸준히 진행해온 도봉구 내의 역사인물과 유적, 배경을 알게 해주고 문화인식을 고양시키는 도봉문화재단의 영상음악콘텐츠 사업을 하나로 집결한 시간이었다. 즉 구한말부터 지금의 코로나에 맞서는 우리들의 모습까지 130여년의 근현대사를 숨 가쁘게 달리면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고취하며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뿌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시각적인 영상물에 음악을 이용한 내용과 의미 전달로 계몽과 교육적 목적도 동시에 달성했다.

역사문화콘서트의 파이널 스테이지

① 탁현민? 김형석? 여기 민경찬도 있다!

도봉문화재단이 2020년 6월부터 올 7월까지 일년여 동안 진행한 기억영상 프로젝트는 민경찬이 음악감독으로 작편곡을 맡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체인지업이 되어버린 온라인이라는 매개를 통해 도봉구의 방방곡곡에서 찍어 올린 뮤직비디오 시리즈다. 연대순으로 진행된 콘서트는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지고 정통 성악부터 랩까지 어느 한 장르에 함몰되지 않고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퓨전과 융합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는데 이 모든 건 음악감독을 맡아 전 곡을 편곡한 민경찬의 공이다. 민경찬 스스로가 멀티의 정석을 과시했다. 어느 때는 리코더를, 어느 때는 하모니카를, 또 어느 때는 플루트를 거기에 취주의 구조가 전혀 다른 금관악기 트럼펫까지 전공자 뺨치게 불어대며 마지막 합창을 위해선 연단에서 내려와 무대의 출연자들과 함께 클라우디오 아바도같이 땀을 뿜어내는 열정의 지휘로 음악에 몰입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그 역시 노래도 했다는 점이다. 솔로 보이스로서 그리고 합창의 일원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일인다역을 하면서 전체 음악회를 만든 진정한 제작자였고 탁현민, 김형석만 있는 게 아닌 국가 단위 행사도 주관할 수 있는 역량을 보보여주었다.

환희에 넘쳐 지휘하는 음악감독 민경찬

② 각각의 곡에 대한 분석:

한국 전쟁을 다룬 <작은 연못>에서는 유난히도 거친, 일부러 의도적으로 투박하고 질기게 그어대는 듯한 향토적인 C-minor의 저음 첼로 선율에 이어 극단적으로 귀엽고 상냥한 그것도 첼로와는 정반대인 리코더와 소녀라는 고음이 부르는 노래는 강한 대비가 된다. 김민기의 <작은 연못>이 전개되는가 싶더니 끊기고 다시 첼로가 나와 평화를 깨트린다. 그리고 소녀와 김민기가 혼존한다. 남북이 서로 싸우다가 결국 다 죽는다는 심오하면서도 단순한 진리를 우화에 빗대 부른 김민기가 민경찬에 의해 다시끔 재탄생하였다. 아~~인트로덕션의 첼로의 세련되지 못한 질긴 인상은 김민기의 저음을 이식한 거였구나.....

공연을 왜 하필이면 덕성여대에서 했을까? 도봉구의 유일한 대학 덕성여자대학교의 설립자 차미리사를 아는가? 항일민족계몽운동을 전개한 여성독립운동가로 시대의 아픔을 온 삶으로 끌어안고, 독립운동, 교육운동, 여성운동, 통일운동을 주도한 선각자 차미리사.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생각하되, 네 생각으로 하여라! 알되, 네가 깨달아 알아라!” 차미라사의 삶이 담긴 이 메시지를 전래동요 ‘무궁화’와 연결해서 새롭게 작곡했고, 이를 국악과 양약, 어른과 다음 세대가 조화를 이루며 함께 노래했다. 듣고 보고 있으니 덕성여대의 원래 명칭이 꽃이 핀다는 근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음대가 없어 생소했던 덕성여대의 진가를 다시 알게 된 효과를 가져왔다.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는 7.4남북공동성명 49주년을 기억하며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가득 채워 왔던 통일을 향한 걸음들을 담아내기 위해 해방 직후인 1947년에 서울에서 만들어진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안석주 작사, 안병원 작곡)과 작곡가 윤민석의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2)’ 두 곡을 연결하여 밝고 힘차게 전개했다. 통일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더욱 풍성히 담기 위하여 어린이, 청소년(댄스, 랩),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는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했고 전쟁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이 된 평화문화진지에서 녹화했다.

전태일 관련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부른 소프라노 이진희와 테너 조태진

③ 가장 멋진 콘서트를 위한 제언:

덕성여대에 발을 딛고 콘서트홀을 향한 여정은 초행길이지만 곳곳에 걸어놓은 역사문화콘서트의 깃발에 쌀쌀하지만 화창한 날씨까지 더해져 도봉문화재단의 정성과 노력이 깃든 거 같아 기분이 절로 좋고 발걸음이 상쾌했다. 홀에 입장에 공연 시작 시간인 4시가 다 되어가도 로비가 어수선해 의아했다. 하지만 삼삼오오 방문한 가족 위주에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두 칸 띄어 앉기를 해야 되는 상황을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안내하는 과정으로 인한 번잡함이라고 십분 이해가 되었다. 자리를 잡았지만 공연은 안내 방송 하나 없이 시작 시간을 훌쩍 넘어 4시 10분이 넘어도 개시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영상 촬영을 위해 객석 중간에 카메라맨들과 스태프들만 분주히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늦게 온 사람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사이에 언제 공연이 시작되고 지연에 대한 양해와 안내 방송 전혀 없이 본 공연과는 하등 상관도 없는 홀에서 틀어댄 영화 '프리티 우먼' BGM이나 듣고 앉아 있는 게 썩 유쾌하진 않았다. 만약에 오늘 공연에 관한 프로그램이나 브로슈어라도 있었다면 그거라도 읽으면서 기다릴 순 있었지만 공연 관련 인쇄물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도 불친절하기 그지없다.

덕성여대 곳곳에 부착된 공연 깃발이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덕성여대 곳곳에 부착된 공연 깃발이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프로그램이란 단순한 안내 책자가 아닌 공연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출연진 그리고 순서를 알 수 있는 공연의 핵심 부속품이다. 프로그램북 자체가 공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특히 시간예술인 음악에서 무슨 곡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르고 연주했는지 행위자를 알려주는 건 어찌 보면 내용인 음악작품 자체보다 더한 관심사요 특히나 라이브 공연에서 사람이 음악 그 자체인데 그걸 인쇄하지 않았다니 주관자, 출연자 그리고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내어 멀리서 온 손님에게는 시작 시간 딜레이와 인쇄물의 결여라는 두 가지 큰 결례를 범한 셈이다. 4시 15분이 되어서야 객석의 불이 꺼지고 이제 하려나 보다 생긴 기대는 영상으로 도봉구 관내의 높으신 분들의 축하 인사가 쭉 이어지면서 깨졌다. 릴레이식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여섯 명의 학창 시절 아침조회시간 교장선생님의 말씀처럼 이어지더니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 내빈소개가 있었다. 착석해 30분을 공연과는 하등 상관없는 의례에 소모하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다행히 도봉구 오기형 국회의원이 "축사는 짧아야 된다"라고 센스 있게 달래고 끝내지 않았더라면 주객전도에 분을 참지 못하고 멀리서 온 수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을 것이다.

무대위의 출연진들
무대위의 출연진들의 이름과 출신을 알 도리가 없다. 왜? 어디에도 그들의 소개와 안내가 없었기 때문!

지각한 도봉구청장이 공연 끝나고서야 마이크를 잡았다. 역시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일어서려는 찰나, 도봉구의 역사인물 중의 한 명인 시인 김수영의 <풀>을 낭독하는 소리를 듣고 슬며시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이어진 민관이 어우러진 합창에 같이 일어서서 손뼉을 치고 하나의 잔치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도봉이 진정한 존중문화도시가 되고 서울을 넘어 평양에까지 가기 위해서라면 공동체적인 조직 구성과 워크에식에서 벗어나 좀 더 프로페셔널하고 치밀해져야 한다. 하긴 이제 겨우 출범 4주년을 맞았으니 걸음마를 갓 뗀 단계다. 앞으로 할 일이 많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건 그만큼 도봉문화재단만의 이점이니 필자의 고언을 삼가 새기길 바란다.

도봉과 서울을 넘어 평양으로! 더욱 멋진 2022년 역사문화콘서트를 바라며~~
도봉과 서울을 넘어 평양으로! 더욱 멋진 2022년 역사문화콘서트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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