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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08] 콘서트 프리뷰: Music to Arts X Road Ensemble 'The Road to Sound'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1.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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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일신홀

현대창작음악으로 풀어내는 그림이다. 일종의 아트체인지업 프로젝트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역임한 古 창석(滄石) 백태호(白泰昊, 1925-2009)화백의 미술작품들이 이번 작품 발표회의 원천이다. 7명의 작곡가들이 한 작가의 그림들을 보고 거기서 받은 감흥을 음악으로 표현하니 일종의 <전람회의 그림>인 셈이다. 바이올린 박재린, 첼로 백현경 그리고 피아노의 방기수로 구성된 로드 앙상블(Road Ensemble)이 연주를 맡는다. 그래서 음악회의 제목도 연주 단체의 이름에서 착안한 The Road to Sound(소리의 통로)니 이 어찌 기발하지 아니한가!

눈썰미가 좋거나 기사를 완독한 사람은 금방 알아챌테다. 포스터의 디자인도 백태호 작가의 그림이라는 걸!

단국대학교에서 작곡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모교에 출강 중인 강훈의 피아노를 위한 '결'로 음악회의 포문은 연다. 지난 9월 30일 운지회 체임버 오케스트라 시리즈에서도 작품을 발표한 강훈이 마치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는 쓸쓸한 시선을 표현한 것 같은 백태호 작가의 <2000결_5>를 보고 음악으로 표현한 피아노 솔로곡이다.

강훈에 의해 피아노곡으로 살아나는 '2000결_5'

'자유','이상','순수','우아','의지'....백태호의 <나래>를 보면 작곡가 박윤경이 떠오르는 단어라고 한다. 가장 저음인 G현에서부터 시작되어 상승고조되면서 이상향을 향한 나래를 표현한 바이올린 솔로곡이다. 김희정의 <결>(부제 Dusk till Down)은 백태호 화백의 90결 시리즈 중 4,29,33을 모티브로 해서 쓴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작품으로 여기서도 새가 나온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겨운 비행이다. 그래서 부제와 같이(부제의 첨부는 화백인지 작곡가인지...)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새들의 여정이 소리로 표현된다. 작곡가 장선순은 초원에서 나래를 편 사슴의 화신이며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오가는 영혼의 상징인 '꿈을 향한 푸른 날개'를 가진 백태호의 시를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2중주라는 형태로 소리로 이동시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 작곡가인 박유선의 작품명도 피아노 솔로를 위한 <쉬지 않는 날개>다. 자~~그렇다면 이쯤 해서 도대체 어떤 그림들인데 새, 날개 등의 역동적이면서도 뭔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결의가 내비쳐지는지 감상해보자~~

장선순의 작품의 원천인 백태호 화백의 <녹음>

갑자기 바리톤과 피아노를 위한 가곡(?)이다. 시조시인 초정(艸丁) 김상옥(1920-2004)의 '사향'(思鄕)이라는 시에 이소영이 곡을 붙였고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도 백영은이 작곡한 이상임 시의 <가을날>이라는 가곡이다. 곡을 쓰고 피아노 반주를 맡은 이소영이 백태호의 딸인 작곡가 백영은의 제자인데 3대를 이은 예술혼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두 가곡 역시 백태호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창출된 스핀 오프라는 측면에서 음악회 구성의 짜임새를 더해준다. 그 중간에 세 개의 작은 곡들로 구성된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이 있는데 그 작품의 모체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존경의 산물인 <2002결_22>다. 

작곡가 백영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의 모체가 된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존경의 산물인 '2002결-22'

대한민국 1세대 염색작가로서 제약보다는 가능성의 극한을 추구한 백태호의 예술혼이 후배들을 통해 닫힌 공간에서 이제 소리를 통해 11월 30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일신홀에서 열린 공간으로 옮겨 계승 & 보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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