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탐방기: 대안공간 루프 '정승 개인전': 데이터의 굴절-디지털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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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탐방기: 대안공간 루프 '정승 개인전': 데이터의 굴절-디지털 오케스트라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11.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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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9일부터 12월2일 목요일까지 홍대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려

대한민국 1세대 대안공간으로 미술 문화 발전을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온 대안공간 루프( Loop Alt Space). 미래의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재능 있고 실험적인 작가 발굴 및 지원이라는 대안공간 특유의 소임은 물론, 일찍부터 국내외 미술계와 다양한 교류 및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한 실험적인 동시대의 글로벌한 미술 문화의 흐름을 알리는데 앞장서 온 대안공간 루프에서 11월 19일부터 12월 2일까지 ‘정승 개인전: 데이터의 굴절-디지털 오케스트라’를 개최해서 홍대를 다녀왔다.

대안공간 루프 입구의 투명창 문을 통해 안에 전시된 로봇 하네스가 투영된다.

작가 정승은 데이터 혹은 정보(Information)을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고자 개발자, 공학자, 과학자 등과 협업한다. 여기서 뜻하는 데이터 또는 정보는 작품을 만드는 요소, 즉 파라미터(Parameter)로 팔레트에 짠 물감을 도화지에 그리는 것과 같은 원리로 정승이 자신의 작품제작을 위해 사용하는 모든 오브제(Objet)라고 여기면 된다. 예를 들어 멜 길슨주연의 영화 <매드맥스>나 키아누 리브스의 <매트릭스>나 부론손의 만화 <북두의 권> 같은 디스토피아를 체험하고 싶다면 당장 달려가라. 5분만 있어도 윙윙대는 기계음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SF영화에서나 나올 거 같은 사운드에 현기증이 나는데 앞뒤 좌우 사방팔방에서 펼쳐지는 색들의 변화와 갑자기 반응하는 기계들의 움직임에 움찔할 테다.

지하 1층 바닥에 흩날려진 하얀 물체는 소금도 아니요 스티로폼이다.

입장하자마자 왼편에서 꿈틀대는 물체는 로봇 팔 <로봇 하네스>다. 깜짝 놀랐다. 제일 처음에 봤을 때는 팔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요즘 한창 빠져있는 디아블로 2에 나오는 생명체인 교살자나 스타크래프트에서의 프로토스 드라군인지 알았다. 여러모로 정승의 개인전은 블리자드 게임에서의 세계관과 닮았다.

로봇팔 <로봇 하네스>

로봇 하네스를 등지고 앞에는 세 개의 원이 일렬로 서서 애니메이션을 반복한다. 제일 아래의 원은 폭발, 빅뱅 같은 형태인데 제목 역시 <녹는 태양>(Melty Sun)이다.

녹는 태양 위의 2개의 동그라미는 뭘 상징하는지 보고 알아맞춰보라!

계단을 내려가 지하 1층에 다다르면 첫눈에 들어오는데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디지털 오케스트라>다. 식물의 생육 과정을 영상으로 분석해 100개의 사운드로 작곡한 설치 작업인데 작곡의 개념과 정의를 다시 상기하게 만든다. 사운드 아티스트, 사운드 엔지니어 정도로 데이터 비주얼 영상과 디지털 사운드의 조합인데 오케스트라라는 개념이 여기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한국의 소위 말하는 현대음악작곡가(예를 들어 작년에 들었던 전현석이나 박정은 등)나 컴퓨터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가서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전시회의 제목이기도 한 <디지털 오케스트라>

지하 1층의 중앙엔 철제 구조물인 <화성인의 날개>가 매달려 있는데 보자마자 연상되는 건 역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유명한 게임인 <파이널 판타지7>에서의 편익(片翼)의 천사(One winged Angel)였다. 

한 쪽 날개론 날 수 없는 법... 바람이 아무리 세도 뜨기만 할 뿐 날진 못한다. 날 수 없는 천사를 사람들이 경외할까? 경외 받지 못하는 천사는 그저 하나의 날개를 가진 기형일 뿐이요 연구 대상에 불과해 역시나 몇몇 사이에서 고립되지 않을까?

<화성인의 날개>

전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는 저마다의 흔적과 영향력을 남긴다’는 정승 작가의 예술적 인지에서 시작되어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생물학자와 함께 식물 생육, 모터 제어, DMX 제어 코딩 등을 협업하며 과학 데이터로 수집한 식물의 성장 과정을 시각, 청각, 퍼포먼스라는 예술의 형태로 굴절시킨다. 굴절이란 빛이나 음이 다른 매질에 들어갈 때, 접촉면에서 꺾이는 현상이다. 정승은 인간의 감각, 시각, 청각을 기계와 살아있는 생명체 간의 결합해서 생기는 비예측의 변이(變異)를 추구한다. 다양성의 존중이자 열린 사고의 확장이라 할 수 있지만 워낙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나고 선악의 구분보단 다양성과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필자는 서서히 지친다. 정승은 항변하겠지만 정상(正常)이 변태(變態)보단 안정(安定)적이다. 전시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에서 12월 2일까지 진행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입장이다.

마포구 서교동의 대안공간 루프 바로 앞의 낙엽길
마포구 서교동의 대안공간 루프 바로 앞의 낙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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