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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사망

김홍관 시인
  • 입력 2021.11.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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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사망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오늘의 부고엔 절대 겸손해지지 않으련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가을의 막바지에 다까끼 마사오는 죽었고 그 죽음에도 겸손하지 않았다.

눈이 내리던 그해 12월 어느 날 교문에는 장갑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잔인한 4월이 잔인하게 지났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달에 광주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하였다.

M16 총부리엔 대검이 꽂혔고 그 날카로움은 열정의 청년 복부를 찔렀다.

 

오늘 그놈이 죽었다.

사형 언도에 무기징역 죗값을 치루던 놈을 대국민 화합이라는 미명하에 사면이라는...

국민은 분노했고 광주는 피눈물을 흘렀다.

아흔 한살이라는 나이에 사과 한마디 않은 채 그렇게 죽었다.

 

광주의 피눈물은 아직도 흐르는데...

오늘 저녁 술이나 한 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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